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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크린' 간판떼는 SK주유소…성장 플랜 '또다른 숙제' [Deal Story]③투자 기간내 자산 밸류업 시도 지속될 듯

김혜란 기자공개 2020-03-17 10:09:57

[편집자주]

최근 마무리 된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매각은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딜 가운데 하나였다. 오랫동안 주유소 자산의 유동화를 고민해 왔던 SK네트웍스는 원매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었고, 코람코자산신탁이 등장하면서 거래는 급물살을 탔다. 딜 구조화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던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M&A 과정을 되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6일 0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1년 가까이 달려온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M&A는 지난달을 기점으로 종반전으로 접어들었다. 인수자인 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이 매각 측과 지난 4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마치면서다. 최종 인수까지 남은 절차가 있긴 하지만 9부능선은 넘었다.

이번 딜에서 최대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현장실사도 무사히 마무리됐다. 국내에서 처음 이뤄진 전국 주유소 200여 곳에 대한 환경실사는 이번 딜 진행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이벤트 중 하나였다. 전국 각지에 흩어진 직영주유소 부지를 일일이 실사하는 방대한 작업인 만큼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코람코, 우협 선정후 현장실사·펀드레이징 주력

인수후보들은 예비입찰 이후 현장실사는 진행하지 못한 채 인수가격을 베팅했다. 이에 따라 현장 실사를 진행하면서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디스카운트 요인이 발견될 수 있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직영주유소 203곳 매입가로 1조3221억원을 제시했다. 이 중 193곳은 리츠가, 나머지 10곳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통해 인수하는 구조를 짰다. 6000억원 가량은 주유소 토지를 담보로 차입해 조달키로 했다. 주유소 200여곳 부지는 리츠에 담아 상장하거나 개발될 자산이었기에 꼼꼼한 환경실사가 필요했다. 실사 과정에서는 주유소 토양이 오염되지 않았는지, 향후 환경·안전 관련 리스크는 없는지 등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했다.

에스원과 EY한영, 감정평가법인이 현장실사에 참여했다. 지난해 11월께부터 들어간 현장실사는 약 두 달 간 진행돼 연말 마무리됐다. 별다른 리스크 요인이 발견되진 않아 인수가에 큰 조정은 없었다. 다만 당초엔 193곳 모두 '주유소 리츠' 편입 대상이었으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4곳은 따로 떼어내 현대오일뱅크가 직접 임차하기로 합의를 이뤘다.

현장실사와 함께 대규모 펀드레이징도 코람코자산신탁이 넘어야 할 산으로 꼽혔다. 실사가 끝난 뒤 올해 1, 2월 두 달 동안은 리츠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에 참여할 기관투자자 모집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10월 말 롯데리츠가 성공적으로 상장해 리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투자자 모집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스원을 비롯해 생명보험사와 은행 등이 프리IPO 투자자로 참여해 25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모였다. 공모 배정 물량은 1000억원이다.

이제 최종 딜 클로징까지 남은 절차는 국토교통부의 리츠 영업인가와 공모 상장, 잔금납입이다. 주유소 189개를 기초자산으로 한 '코람코에너지플러스위탁관리리츠'는 이미 설립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국토부 영업인가 신청을 냈는데 승인은 이달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주유소 리츠 상장은 8월 중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측과 합의한 잔금납입 날짜는 오는 6월 1일이다. 공모 상장 시기가 딜 클로징 이후여서 상장 전 증권사에서 브릿지론으로 먼저 인수대금을 낸다. 이후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을 상환하면 모든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

◇저물어가는 내연차 시대…향후 10년 뒤 구상은

코람코자산신탁은 시장에서 쉽지 않다고 여겼던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인수 딜을 리츠라는 그림으로 완성시켰다. 풍부한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컨소시엄으로 끌어들였고, 최적의 딜 구조를 고안해냈다.

하지만 코람코자산신탁-현대오일뱅크 컨소시엄은 딜 종결과 함께 또 다른 출발선에 서게 된다. 코람코자산신탁 역시 언젠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야 할 재무적투자자(FI)다. 현대오일뱅크도 전통적인 주유소업을 유지하는 것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차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유소 부지를 활용해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무엇보다 리츠 수익성을 높여가기 위한 플랜을 만들고 실현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향후 인수후보들의 최대 고민은 미래가 불투명한 주유소 자산을 사들인 FI가 어떻게 밸류애드하고 성공적으로 엑시트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라며 "결국 물류센터 개발이나 부동산 개발 계획 등이 없다면 엑시트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코람코자산신탁 역시 향후 부동산 개발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IB업계를 중심으로 SK네트웍스 주유소 매각 딜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술의 발달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가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코람코자산신탁과 현대오일뱅크가 주유소의 활용을 통해 자산가치를 더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이번 매각 성사로 SK네트웍스는 재무건전성 제고에 쓸 현금 1조3000억원을 손에 쥐었다. 매매대금 일부는 SK매직과 SK렌터카 등 주력 사업을 키우는데 활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SK네트웍스로선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했단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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