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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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인베스트를 움직이는 사람들]김형준 본부장, 위기서 기회 찾은 '테크 투자' 뚝심④삼성맨서 벤처캐피탈리스트 변신…"기업과 동반성장 할 것"

서정은 기자공개 2020-03-24 07:23:5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9일 11:3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느 날 합석한 지인과의 저녁 자리. 자기와 같은 일을 했던 사람들이 어느새 벤처캐피탈(VC) 명함을 들고다니는 걸 봤다. 본인에게 남은 건 정해진 업무와 눈에 보이는 직장생활. 변화에 갈증을 느낀 그는 곧장 VC로 자리를 옮겼다.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투자 실패와 성공을 꿋꿋하게 겪어내다보니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배운게 하나 있다. 투자 기업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뚝심이 통한다는 사실이다. 김형준 KB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그룹 벤처투자5본부 본부장(사진)은 그렇게 KB인베스먼트의 테크 투자를 책임지는 인물이 됐다.

◇삼성맨 7년·벤처캐피탈리스트 10년…반도체 전문서 테크 투자 선두로

김형준 본부장은 1978년생으로 한양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반도체 산업이 가지고 있는 최첨단 기술에 매료를 느껴 진로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가 선택한 곳은 삼성전자. 2003년부터 약 7년간 삼성맨 생활을 했다. 반도체 총괄 중 비메모리 시스템 LSI부문에서 몸담았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살아온 세월이 삼성맨 기간보다 길어졌지만 이 때 기술기획 업무를 맡은 덕에 심사역이 돼서도 전문성을 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삼성맨 생활을 벗어던지고 VC 업계로 오게 된건 우연한 기회였다. 어느날 모임을 가서 사람들을 보니 반도체 출신들이 VC로 이동해있었다고 한다. 어깨 너머로 얘길 듣는데 매력적인 기업을 발굴하는 심사역들의 업무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는 "남은 회사 생활을 생각해보니 임원을 달기 전까지 정해진 업무를 해야한다는 점이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2010년 튜브인베스트먼트(현 HB인베스트먼트)에 지원서를 냈고,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길을 걸었다.

벤처기업 투자 경험이 없는 반도체 출신 인력이 처음부터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았다. 기업을 보는 시각도,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도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초기기업 투자가 활발하지 않아 투자 풀도 제한적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바이오 분야까지 살펴야 했다.

그는 "네트워크가 많지 않은 심사역들은 어느정도 규모가 큰 기업들을 소싱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며 "여러 어려움을 혹독하게 겪으면서 오히려 투자처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재직 도중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을 과정을 밟은 것도 자신만의 강점을 발굴해야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미국 사례를 보면 특허 거래가 많이 되고 있어 특허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시장 자체가 기대 이상으로 커지진 못했지만 당시 특허 투자를 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술력, 시장성 뒷받침돼야" 투자 뚝심 빛나

차근차근 트랙레코드를 쌓던 그는 2015년 당시 허인석 이사(현 AIP자산운용 멀티에셋투자본부 대표) 소개로 KB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다. 벤처투자5본부는 테크(Tech) 관련 기업들을 중점으로 투자하고 있다. 클라우드, 모바일 서비스, 자율주행 등 영역도 다양하다.

투자처를 결정하는 기준은 '시장성'이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시장에서 수요가 없다면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반도체 현업에서 VC 업계로 오면서 더욱 크게 절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에 맨파워도 고려해야할 요인이다.

심사숙고해 투자처를 선정하는만큼 기업에 대한 믿음도 각별하다. 모두가 '노(NO)'를 하는 순간에도 투자를 단행해 수익을 낸 경우도 상당하다. 특히 그의 전공분야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검사장비 제조기업 힘스를 보면 투자 스타일을 알 수 있다. 힘스는 그가 직접 발굴한 업체는 아니었다. HB인베스트먼트 시절 힘스 투자를 결정했던 심사역이 나가면서 사후관리를 맡은 케이스다. 힘스는 투자 이후 한동안 실적이 부진했고 HB인베스트먼트는 회수에 돌입했다.

뚝심이 드러나는 건 그 이후다. 그는 KB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긴 뒤 힘스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전 회사에서 큰 실익 없이 회수한 기업을 새로 옮긴 곳에서 투자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그는 "애플이 스마트폰에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경우 성장세를 구가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장기적으로 회사를 봤기 때문에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B인베스트먼트는 35억원을 투자해 95억원을 회수했다. 그의 안목이 빛을 발한 셈이다.

이밖에 47억원을 투자해 250억원을 회수한 번개장터도 그의 대표 포트폴리오다.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성장성과 중고마켓 서비스의 움직임을 눈여겨본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산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감각 있는 심사역"이라는 평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는 기업과 성장을 함께하는 심사역이 되는 것이 목표다. 기업에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주는만큼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늦은 시기에 VC에 입문한 뒤 벤처캐피탈리스트의 면모를 갖춰온 그의 모습과 퍽 닮았다. 그가 최근 눈여겨보는 업종은 5G, 모바일서비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이다.

그는 "불확실한 먼 미래를 그리기보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기업들의 성장에 주목하고 싶다"며 "기업 가치를 발빠르게 발견해 함께 커가는 심사역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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