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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를 업그레이드하다, 이건규 르네상스 대표 [매니저 프로파일]틀에 박히지 않은 '역발상 투자' 전략 가미…VIP운용 창립멤버, 16년 수익률 700%

최필우 기자공개 2020-03-24 13:08:5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0일 15:2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지독한 근검 절약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다. 핸드폰은 단종되기 직전 모델만 구입하고 옷은 재고가 쌓여 할인 중인 것만 입으며 살아왔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주식을 했는데 주식마저 싼 걸 좋아해 가치투자자가 됐다.

그의 라이프 스타일만 보면 전통적인 가치투자를 답습하는 보수적인 매니저로 보일 수 있으나 전략은 파격 일색이다. 저평가 돼 있는 주식을 싸게 사서 장기간 보유하는 기존 가치투자 전략만으로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종목에 따라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짧은 기간만 보유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존경하는 투자자도 '역발상 투자'의 대가 데이비드 드레먼이다.

가치투자자를 표방하는 매니저는 많지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는 드물다. 전통적인 스타일을 답습해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가치투자 굴레를 벗어 던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이 대표는 특유의 '진득함'과 '유연함'으로 가치투자의 진화를 주도하는 대표 주자로 꼽힌다.

◇성장 스토리 : 몸에 밴 절약습관, 외환위기 후 반등장 보며 매니저 꿈

이 대표는 본인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아버지를 꼽는다. 아버지는 식품 도매업을 해 가족을 부양하셨는데 항상 저녁 식사를 집에서 해결하셨다고 한다. 일이 많아 한밤 중에 퇴근하는 날도 예외가 없었다. 외식이 불필요한 소비라고 생각해서다. 평소 개인적인 소비를 주저하는 아버지를 보며 자연스럽게 절약하는 습관이 들었다.

평생 아끼기만 하며 살 것 같던 그가 주식에 눈을 뜬 건 군대에서다. 대학교 3학년이었던 1997년 외환위기로 사회 분위기가 침체되자 군대에 갔다. 주식을 맛만 보던 시기였으나 더 이상 재미볼 게 없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그가 고참이 됐을 무렵 드라마틱한 브이(V)자 반등장이 펼쳐졌다. 입대 전 주식을 정리한 게 따지고 보면 엄청난 기회비용을 만든 셈이었다. 결국 평범한 사람이 부를 이룰 수 있는 곳은 주식 시장이라고 확신하고 주식투자 명저를 독파하며 말년 병장 시절을 보냈다.

복학 후에는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 전략을 수립하기로 하고 시스템 트레이딩과 가치투자를 병행했다. 지금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스템 트레이딩을 시도했던 건 수에 밝아서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한 이과 출신이다.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게 익숙했고 이 강점을 활용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차트 분석과 관련된 강의를 동시에 3개나 들을 정도로 열성이었다. 하지만 치열한 공부 끝에 본인에게 맞는 옷이 아니라고 판단한 시스템 트레이딩과 결별하고 가치투자 외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는 개인 투자를 넘어 매니저를 직업으로 삼기로 하고 JNB투자자문에 입사했다. JNB투자자문은 채권 매니저 출신 CIO가 있는 회사였다. 정통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곳은 아니었으나 대표가 꼼꼼하고 진득한 투자 스타일을 배울 수 있었다.

JNB투자자문과의 동행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곳이 입사 2년 만에 문을 닫으면서 직장을 잃은 그는 골드에셋투자자문이라는 곳에 입사했다. 하지만 이곳도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투자자문사들이 유행처럼 문을 열고 닫던 시기였다. 직업 불안정성이 커지자 애널리스트로 새출발할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몸담은 회사가 잇따라 문을 닿은 게 나쁜 결과만 낳은 건 아니었다. 이 대표는 또 한번 직장을 잃자 가치투자 정보 사이트 '아이투자닷컴'을 운영하는 아이투자란 곳에 지원했다. 아이투자는 당시 서울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던 최준철, 김민국 현 VIP자산운용 대표가 운영하던 곳이다. 마침 투자자문사 설립을 원했던 그들에게 골드에셋투자자문 인수를 제안했고 두 대표가 승낙하면서 이 대표는 VIP투자자문의 창립 멤버가 됐다. 그의 가치투자 커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순간이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 '유연한' 가치투자자, 데이비드 드레먼식 '역발상 투자' 지향

이 대표는 VIP투자자문에 16년간 몸담았다. 매니저의 이직이 다반사인 업계에서 이례적인 케이스다. 그는 이 시간을 회사가 가파르게 성장한 만큼이나 본인도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회상한다. 무엇보다 그만의 가치투자 철학을 정립할 수 있었다.

그는 평소 가치투자의 정의가 좀 더 넓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기준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장기간 보유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가치투자자들의 철학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그가 가치투자관을 재정립하게 된 건 우리나라가 고도 성장기를 지나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성장하는 산업이 일시적으로 침체되고 다시 성장을 반복하는 일이 드물어졌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이익 성장을 달성하지 못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은 기업에 장기 투자하면 언젠가는 큰 수익을 안겨주는 패턴이 반복됐다. 하지만 저성장이 지속되는 국면에서는 이같은 흐름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성장성을 갖춘 산업이나 기업이 가치에 비해 저평가 됐을 때를 노려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결론이다. 그는 많은 가치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영역인 IT나 바이오 기업도 꾸준히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고 있다. 두 섹터는 기대감을 바탕으로 실제 가치보다 높은 수준의 주가가 형성되는 기업이 비일비재한 섹터다. 하지만 국내 대표 성장 섹터를 외면하면 성공 확률이 높은 가치투자 기회를 잃는다고 봤다.

지난해 5G 섹터에 투자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가치투자자들이 좀처럼 들여다 보지 않는 섹터인 것 뿐만 아니라 1분기에 일찌감치 주가가 올랐던 터라 이 대표에게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편견 없는 리서치를 통해 5G 섹터의 잠재력을 파악했다. 추가적인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개선될 실적을 감안하면 당시 주가 수준이 충분히 싸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종목은 작년 펀드의 효자 종목이 됐다.

이 대표는 "가치투자는 결국 기업의 펀더멘털을 보고 투자하는 방식으로 PBR만이 그 기준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편견을 갖지 않고 성장성이나 모멘텀도 고려해 종목에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에 대한 기준은 다를지언정 저평가 주식을 찾아 헤매는 건 여느 가치투자자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싼 종목은 어떻게 찾을까. 이 대표는 역발상 투자의 대가 데이비드 드레먼을 통해 답을 찾았다.

이 대표가 정의하는 '역발상 투자'는 시장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특정 기업이 성장하고 있거나 성장할 만한 근거가 충분함에도 이를 시장이 편견 때문에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포착하는 식이다. 분식회계 등 대형 악재로 주가가 하락한 기업에 투자하는 등의 전략을 구사하는 존 템플턴 식 역발상 투자와는 차이가 있다.

이 대표는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시장이 외면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며 "동시에 겸손한 마음을 가져 내가 모든 걸 다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위험한 선택을 방지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1 : VIP투자자문 수익률 '애착', 'CIO'로 9년 재직

이 대표는 기록으로 남겨두는 트랙레코드나 수익률이 딱히 없다고 한다. 싼 주식을 사서 높은 수익을 내도 이미 비싸진 주식에 대해선 금방 잊어버리고 다시 싼 주식 찾기에 혈안이 되기 때문이다. 천상 가치투자자다.

그가 기억하는 유일한 수익률은 VIP투자자문에 재직한 2003~2018년 기록한 누적 수익률 700%다. 2010~2018년엔 최고투자책임자(CIO)로 트랙레코드에 기여했다.

VIP투자자문 시절 트랙레코드에 애착이 있는 건 그가 회사의 투자와 본인의 투자를 동일시 하는 경향이 강해서다. VIP투자자문은 임직원에서 성과급을 지급할 때마다 성과급 규모 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예를 들어 성과급 1000만원을 받으면 다음 유상증자에 1000만원어치 VIP투자자문 주식을 보유할 수 있게되는 셈이다. 그는 재직기간 대부분의 성과급을 VIP투자자문 유상증자 참여에 썼다. 다른 재테크에 정신을 쏟기보다 본인이 운용하는 상품에 집중할 때 스스로의 부도 증식될 수 있다는 믿음이 바탕이 됐다.

종목별로 보면 포스코강판, 하이비젼시스템, 에스티아이가 인상적이었다. 투자 당시 포스코강판은 원재료 수급 구조 변경, 하이비젼시스템은 신규 장비 발주, 에스티아이는 중국 반도체와 LCD투자로 이익 증가가 예상됐다. 그럼에도 시장의 관심에서 소외돼 있었던 탓에 주가는 전혀 오르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관심 가질 만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아니었고 시가 총액이 작아 소외되고 있었다. 눈에 띄는 분기 실적 개선에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은 덕에 투자를 늘릴 수 있었고 2~3분기 연속으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 높은 수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수익률 뿐만 아니라 운용 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났던 경험도 그가 중요시하는 레코드다. 그가 CIO가 됐을 당시 운용 규모는 2000억원이었는데 회사를 떠나기 직전에는 2조원까지 늘어났다. 가치투자 하우스 특성상 포트폴리오 내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편이었는데 운용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특정 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높아졌다. 지분율이 높아지면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트랩에 빠질 수 있어 이때부터 중대형주로 투자 외연을 넓히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이 대표의 운용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경험이었다.

◇트랙레코드2 : 2008년 금융위기 시련, 교차검증 강화 계기

이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최대 시련이었다고 회상한다. 모든 전략이 마찬가지였으나 가치투자 매커니즘도 전혀 통하지 않는 국면이었다. 지나고 보니 어느 지점이 바닥이었는지를 알게됐지만 당시엔 예측불가의 상황이 이어졌다. 여느 가치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보유 현금으로 추가 매수에 들어갔다. 현금이 떨어지자 반등 국면에서 더 빛을 발할 종목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비했다. 여기서 더 떨어지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코로나19 파장으로 증시가 폭락하고 있는 요즘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2008년엔 금융 시스템 리스크였다면 이번 국면은 실물 경제 타격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그는 시장의 공포심이 더 커질 것이라 봤다.

달라진 게 있다면 2008년 위기를 겪으면서 투자 전략과 철학을 보완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치밀한 교차 검증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애널리스트나 경쟁사 관계자들과의 교류를 늘리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비교하는 빈도가 확연하게 늘었다. 이 검증으로 인한 긴장감이 투자 성공 확률을 높여줬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현 국면에서도 치열한 교차검증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선의 방식으로 종목을 검증했다는 자신이 있는 만큼 편안한 심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특히 해외 기업에 대한 교차검증이 중요하다고 본다.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것도 그가 꼽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해외에서 이뤄지는 비즈니스들은 수치가 부풀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대표가 직접 현장을 확인하는 게 어려웠던 것도 검증이 어려웠던 요인이다.

◇업계 평가 : 인내심과 유연함 겸비, 탁월한 '균형 감각'

업계 관계자들은 이 대표를 균형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라고 평한다. 가치투자자에게 필요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유연함도 갖추고 있다. 매니저로 한 회사에 16년간 근무한 것도 인내심과 유연함을 겸비해 가능한 일이었다.

한마디로 본인의 생각과 판단이 무조건 맞다고 우기는 고집불통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같은 성격이 그가 가치투자 외연을 넓힐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한다. 본인의 분석이나 투자가 틀렸다는 신호를 감지하면 실패를 인정하는 속도도 빠른 편이다.

이 대표가 평소 교류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의 외연이 얼마나 넓은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는 같은 업계에 있는 펀드 매니저보다 개인 전업투자자와 교류하는 빈도가 잦다. 전업투자자는 조직이나 시스템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전략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회사원으로서의 입장을 감안해야 하고 시장 규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펀드 매니저보다 전업투자자에게서 더 많은 투자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사람들은 편하게만 만나는 건 아니다. 그는 회사 안팎의 사람들과 일정 수준 이상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스타일이다. 애널리스트들과 만날 땐 특정 종목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는 것을 선호한다. 교차검증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본인이 틀릴 경우 더 정확한 분석이 가능한 사람을 옆에 둘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다. 이같은 습관이 이 대표가 균형 감각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계기였다.

◇향후 계획 : '이건규표' 가치투자, 트랙레코드로 입증

이 대표는 2018년 VIP자산운용을 떠났다. 본인만의 가치투자 철학은 담은 펀드를 운용해보고 싶어서다. 저서 '투자의 가치'를 집필하며 본인의 투자 철학을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고 지난해 트러스톤멀티자산운용을 인수해 르네상스자산운용을 출범시켰다. 가치투자 매니저와 애널리스트로 가장 합이 잘 맞았던 정규봉 신영증권 애널리스트가 공동 주주이자 대표로 합류했다.

그는 그가 외연을 넓혀 정립한 가치투자 철학의 기본 틀은 변화가 없을 거라고 보고 있다. 이미 가치투자의 영역을 최대한 넓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 전략을 바탕으로 그의 가치투자 철학을 입증할 수 있는 트랙레코드를 쌓겠다는 각오다.

국내주식 운용 규모는 3000억~5000억원까지 키우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보다 규모가 커지면 이 대표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종목들 만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우기가 쉽지 않아서다.

당장 논의할 단계는 아니지만 르네상스자산운용의 투자 자산군을 넓히는 것도 중장기 계획에 포함돼 있다. 정 대표가 공동창업자로 합류하면서 이미 비상장주식 투자는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주식 투자 혹은 부동산 투자 본부가 추가되는 것도 가능하다. 아직 가늠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굳이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도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회사는 지속해서 성장해야 하는 존재이기에 시작부터 투자 자산군을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당장은 상장주식 투자에 집중하고 그동안 다져온 가치투자 철학을 수익률로 입증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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