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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업 리포트]마케팅 '늪'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 고민매출 5000억에도 수익성 마이너스…"BM 개편, 공정·수익성 위한 선택"

서하나 기자공개 2020-04-08 08:04:47

[편집자주]

플랫폼(Platform)이란 본래 기차 정거장을 뜻하는 용어다. 현재는 많은 이용자가 이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모바일 앱, 웹사이트 등을 통칭하는 의미로 더욱 널리 쓰인다. 구글, 애플,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은 이미 일상 곳곳으로 침투한 지 오래다. 방송, 교육,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플랫폼과 배달, 운송 서비스 등으로 삶으로 스며든 각 분야 대표 플랫폼 기업의 현황 및 사업에 대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7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 수수료 개편으로 올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까.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처음 매출 5000억원 문턱을 넘어서며 외형성장에 성공했다. 음식 배달 시장이 급 성장하며 높은 기업가치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수익성을 보면 초라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딜리버리히어로와 대통합으로 출혈 경쟁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신규 서비스 출시에 따른 마케팅 지출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배달의민족은 오래전부터 고심해온 '수수료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장기적으로 플랫폼을 건전화하고 동시에 수익성을 끌어올릴 자구책이었다. 하지만 여론의 따가운 질타에 한발 물러난 모습을 취했다.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은 플랫폼업체들이 갖는 수익성 딜레마를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선 적정 규모 이상의 가입자수를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막대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규모가 커질수록 이익을 내기 힘들다.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공정성 시비에 휩싸이기 쉬워 해법을 찾기 힘들다.

◇'치킨게임'에 빠진 배달앱

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의민족은 연결기준 매출 5654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 매출 3145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80% 성장했다. 창업 10년 차를 앞두고 매출이 5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수익성은 초라했다. 2018년 2620억원이던 영업비용이 6019억원으로 두 배 늘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영업손실 364억원, 순손실 756억원 등을 기록했다. 2018년엔 영업이익 525억원, 순이익 20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치열해진 환경 탓이었다. 그동안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로 구성된 배달앱 시장의 과점 구도에 쿠팡이 '쿠팡이츠'를 출시하면서 승자 없는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가장 크게 늘린 비용은 판매촉진비였다. 배달의민족은 쿠폰 발행 등 이벤트를 통해 2018년 91억원이던 판매촉진비를 966억원으로 10배 이상 늘렸다. 배달대행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를 확대하면서 외주용역비도 1436억원에 이르렀다. 2018년 562억원과 비교하면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외주용역비는 대부분 라이더 인건비로 지출됐다.

출처 : 전자공시시스템.

◇배민마켓·배민페이 줄줄이 출격

지난해 말 업계 2위인 딜리버리히어로가 1위인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면서 경쟁은 일단락됐다. 배달의민족 역시 올해는 현금 마케팅을 되도록 지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규 서비스 초반 안착을 위한 마케팅 비용 지출이 기다리고 있었다.

배달의민족은 올해 초부터 초소량 바로배달 'B마트' 간편결제 '배민페이' 등 신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초소량 바로배달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배달의민족은 2월까지 'B마트'의 주문금액과 상관없이 배달료를 받지 않는 이벤트를 열었다.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배민페이'를 이용하면 일정 금액을 포인트로 돌려주는 페이백 이벤트도 운영했다.

더욱이 올해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준비해야 했다. 흑자 탈출이 요원한 상황. 오래전부터 고심해온 '광고 수수료 개편' 카드를 꺼내 들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출처 : 배달의민족 홈페이지.

◇플랫폼의 딜레마…공정성과 수익성

배달의민족은 최근 정액제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지난 1일 오픈리스트와 울트라콜 등 크게 2가지로 구성된 수익모델(BM)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오픈리스트 대신 '오픈서비스'를 도입했다. 카테고리별로 최상단에 3개의 업소를 랜덤으로 노출하던 방식인 '오픈리스트' 대신 모든 등록 업체가 노출되도록 개편했다. 최상단 업체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일정 부분을 떼는 수수료율도 기존 6.8%에서 5.8%로 낮췄다.

울트라콜도 개편했다. 울트라콜은 업소 점주가 한 달에 8만원만 내면 근처의 소비자에 업소를 노출해주는 서비스다. 소위 '깃발꽂기'로 불린 이 서비스는 무제한으로 가능해 많은 금액을 결제할수록 더 넓은 반경에서 더 많은 소비자에게 노출됐다. 많게는 160만원 가량 깃발꽂기를 하는 업체도 나타났다. 배달의민족은 이번 수수료 개편안에서 깃발꽂기를 3개로 제한했다.

배달의민족은 이번 수수료 개편안이 오래전부터 고민해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깃발꽂기에 제한이 없는 점 등이 장기적으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는 허점이라고 판단했다. 수수료 개편으로 전체 점주의 약 50%가량은 기존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수수료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이번 수수료 개편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다. 이번 개편안을 통해 배달의민족이 수취하는 전체 수수료 수익은 기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기업이 수수료와 같은 수익모델(BM)을 다듬는 과정에서 '수익'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수수료 개편은 뚜렷한 수익성 개선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으로 건전한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은 입점 점주들과 갈등을 재점화하고 있다. 입점 점주들은 "이번 수수료 개편은 매출이 늘어날수록 수수료도 늘어나는 구조"라며 결국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또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와 통합으로 독점 체제 구축을 앞둔 상황에서 '갑 횡포'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현재 두 회사는 인수합병(M&A)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 배달의민족은 수수료 개편에 대해 사과하고 수수료 일부를 돌려주기로 했다. 수익성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 입장과 플랫폼업의 갖는 영향력 사이에서 생긴 갈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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