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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대한항공 ABS 대표주관…구원투수 등판? 2년만의 등장…800억, 장기물 중심 인수 '리스크 테이킹'

이지혜 기자공개 2020-03-27 09:16:23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18:1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산업은행이 2년 만에 ABS 대표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대한항공 ABS 발행 딜을 통해서다. 절대적 인수물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주관사보다 가장 많은 물량을, 장기물 중심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당초 난이도 높은 딜로 여겨졌던 만큼 대한항공을 지원 의지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직전 대한항공이 ABS를 발행할 때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한진그룹과는 꾸준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이전 발행 때 조달 파트너 역할을 한번 생략한 만큼 이번 조달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은 예정돼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은행은 이번 주관과 관련해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말을 아꼈다.

◇산업은행, ABS 대표주관 2년 만에 복귀

칼제25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ABS 발행의 대표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칼제25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는 대한항공이 ABS를 발행하기 위해 세운 SPC다. 대표주관업무를 맡은 곳은 산업은행을 포함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모두 7곳이다.
출처: 더벨 플러스(2월 말 기준)
이밖에 부국증권,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SK증권, 신영증권 등이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인수단까지 포함해 대한항공 ABS물량을 인수하는 기관은 모두 15곳이다.

한국산업은행은 이 중 단연 돋보인다. 한국산업은행이 ABS 발행 대표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것은 지난해 이후 처음이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그동안 대한항공의 ABS 등 자금조달에 크게 관여해왔다”며 “지난 번 ABS를 발행할 때 산업은행이 참여하지 못한 만큼 이번에는 처음부터 산업은행의 인수가 사실상 결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수년 동안 대한항공의 ABS 발행에 적극 참여해왔다. 2016년과 2017년에도 대한항공 ABS 발행의 대표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대한항공이 산업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아 신용도를 보강함으로써 유로본드를 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5000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할 때는 산업은행이 대표주관은 물론 인수단으로도 참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ABS 발행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산업은행이 참여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구원투수?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한항공을 구하기 위해 등판했다는 시선도 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비교적 많은 물량을, 만기가 긴 것을 중심으로 인수했다는 것은 지원적 의미도 담겨 있다”며 “만기가 길어질수록 가격변동성이 커져 리스크도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인수물량은 800억원으로 이는 다른 주관사보다 많다. 36개월 만기물 150억원, 51개월 만기물 400억원, 57개월 만기물 250억원 등이다.
물론 전체 규모에서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물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지원적 성격이 강하다고 바라보는 이유는 산업은행이 과거 여신한도 내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산업은행은 금융위기 직후 채권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였다. 2010년, 2011년에는 ABS 대표주관순위가 각각 3위에 이르렀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고 민영화 작업이 중단, 2015년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에게 자본시장에서 역할 축소를 요구하면서 ABS 대표주관순위는 빠르게 하락했다. 2015년 9위로 떨어지더니 2016년 11위, 2018년에는 20위까지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ABS부문에서 단 한 건의 딜도 대표주관을 맡지 않았다.

이번 딜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2월 중순 이후부터 코로나19 사태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며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ABS 발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회복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대한항공이 영업실적 저하로 유동성 관리부담이 무거워질 것으로 신용평가사들은 바라봤다. 이에 따라 장기신용등급은 물론 유동화증권 신용등급마저 하향검토 대상에 올랐다. 산업은행을 구원투수로 바라보는 이유다.

한편 대한항공이 이번 ABS 발행으로 확보하는 자금은 약 6000억원이다. 장래 매출채권 ABS로 유동화자산은 여객운임채권, BSP채권 및 이에 부수하는 권리 등이다. 삼덕회계법인이 실사를 맡았다. 신용등급은 자산보유자에게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장래매출채권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돼 대한항공보다 두 노치 높은 A0로 결정됐다. 납입일은 30일이며 신탁종료일은 2025년 3월 3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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