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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은행장 제재 월권?…지배구조법·시행령 '모호' 금융위에 징계 건의 vs 위탁 통한 직접 행사 등 해석 차이

김장환 기자공개 2020-03-30 14:34:44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7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CEO)을 직접 징계한 것이 '월권'으로 보인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관심을 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시행령의 관련 조항들이 모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금감원장의 권한이 크게 약화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서울행정법원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자 신청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최근 받아들이면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정문을 내놨다.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는 권한을 금융감독원장이 사실상 행사해 잘못된 법적 사례로 보인다는 판단이다.

그 근거를 찾으려면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시행령 양쪽을 번갈아 살펴봐야 한다. 우선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5조 등에는 금융위 뿐 아니라 금감원장도 은행 임원에게 주의·경고·문책·직무정지·해임요구 등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반면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54조(임직원에 대한 제재)에는 금융위가 금감원장 '건의'에 따라 임원의 경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금감원장이 직접적으로 징계를 결정할 수 있는 근거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40조 '권한의 위탁' 항목에서 찾을 수 있다. 금융위가 권한을 금감원장에게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시행령에는 임직원에 대한 제재의 금감원장 위탁은 '상호저축은행인 경우'만 해당한다고 돼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손 회장을 두고 금감원장이 징계 수위를 결정한 것 자체가 잘못된 일로 볼 수도 있다.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장의 징계 결정에는 금융위원회가 관여하지 못했다. 법적으로도 문책경고까지는 금감원장이 전결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임원 개인에 대한 직무정지와 해임요구 등 보다 강도 높은 징계를 결정할 경우에는 금융위원장 전결이 필요하다. 주의·경고·문책경고까지는 금감원장이 좌지우지해왔다. 이번 파생연계상품(DLF) 손실 문제를 두고 금융위가 관여한 부분은 기관 과태료 제재뿐이다.

만약 금감원장이 그동안 은행 임원의 문책경고를 행사한 것이 법적 조문 자체를 잘못 해석해 비롯된 일로 결론내려진다면 쉽게 끝날 문제가 아니다. 과거부터 지속해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는 얘기인 동시에 이에 따른 또 다른 행정소송이 시작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손 회장이 향후 제기할 본안소송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만한 사안들이다.

임원 제재에 대한 전결권을 잃게 된다면 금감원장의 힘도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금융위원장의 절대적 권한 강화가 이뤄지게 된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상위기구로 볼 수 있지만 상명하복식의 의사결정 구조는 갖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힘 있는' 금감원장이 자리에 온 경우에 금융위원장이 의사결정에 끌려가는 양상을 과거부터 보여왔다.

현 금융당국 역시 이를 두고 고심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장에 대한 금감원장의 전결권 문제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이 문제가 또 몇년 안에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시간을 두고 고민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의 제재에 이례적으로 소송이란 초강수를 들고 나온 손 회장으로 인해 이처럼 '불편한' 상황도 정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다만 지배구조법과 그 시행령 조항이 모호한데다 해석의 차이가 분분하게 발생할 수 있는 여지도 커 보이는 만큼 그 결과를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금감원은 "향후 본안소송을 대응해가는 과정에 CEO 징계에 대한 전결권 행사와 관련된 법적 근거를 모두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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