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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앵떼르미땅' CJ ENM의 O'PEN [thebell note]

조영갑 기자공개 2020-04-02 07:30:44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1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학부생 시절 친구가 느닷없이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예술을 공부하겠다는 이유였다. 충격을 받았다. 저런 삶도 가능하구나. 그 친구는 1년 남짓 본인이 말했던 ‘예술’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믿는 뒷배가 있었다. 프랑스의 예술인(지망생) 복지 제도다. 친구는 무료지원 예술인 아카데미를 통해 데생을 배우고, 음악을 배웠다. 프랑스는 예술인 복지의 천국으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앵떼르미땅(Intermittent du Spectacle)은 예술대국 프랑스를 만든 땔감이다. 직역하자면 ‘간헐적으로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공연예술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위한 일종의 실업급여 제도다. 일이 끊긴 기간에도 일정 급여를 보장해 주고 창작을 지원한다. 연 30만명 이상이 혜택을 받고 있는 걸로 추산된다. 이 제도를 통해 유망 연출가, 창작자가 배출되고 있다.

한국 영화계에서 봉준호 감독은 보통명사다. 대체가 힘든 금자탑을 쌓았다. 그 업적 뒤에 지속적으로 회자되는 이름이 있다. CJ ENM이다. 봉 감독의 고비 뒤에는 늘 CJ가 있었다. 2000년 첫 장편 ‘플란다스의 개’ 실패 이후 절필을 고민하던 봉 감독을 ‘살인의 추억(2003)’과 ‘마더(2009)’로 이끈 것도, 투자처를 찾지 못해 표류하던 ‘설국열차(2013)’에 거액을 투자한 것도 CJ다. 지난해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대단한 모험, 많은 예술가를 지원해 준 CJ 식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한 것은 단순한 'FI' 공치사가 아니다.

CJ ENM은 2018년부터 창작자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O'PEN(오펜)이다. 엄밀히 말하면 앵떼르미땅 류의 공공부조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취지는 유사하다. 현실적 고민에 봉착한 유망 창작자들을 지원한다. 상암동에 300평 이상의 공간을 마련하고 영화, 드라마 등의 스토리텔러(작가)를 지원한다. 선발된 지원자들은 연 500만원과 개인집필실, 멘토링 등을 제공 받는다. 연 50~60명 정도 혜택을 받는다.

성과도 나쁘지 않다. '왕이 된 남자'의 신하은 작가, '나쁜 형사' 강이현 작가,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 이아연 작가, 로카르노영화제 특별상 '파고'의 김민경 작가 등이 오펜을 통해 데뷔했고, 10개 정도의 영화 시나리오가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오펜뮤직 출신 작곡가들 역시 속속 배출돼 필드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학생을 키우고 있다고 말하지만 CJ ENM의 목표는 명확해 보인다. '레이드메이드' 봉준호가 아닌 '될성부를' 봉준호를 지원한다. 민간 앵떼르미땅 O'PEN이 K-콘텐츠의 산실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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