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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부동산, 1년만에 미운오리로 전락 셀다운 미매각 속출…NCR 관리 부담 우려

김병윤 기자공개 2020-04-01 10:01:5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1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랑스 파리 부동산에 투자한 증권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유망 대체투자처로 주목받으며 앞다퉈 투자가 잇따랐지만, 1년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기관 셀다운(sell-down) 성과가 지지부진한 탓이다. 비유동자산의 미매각이 속출함에 따라 건전성 지표 관리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운용사 등이 매입한 프랑스 파리 부동산은 10여개 정도로 파악된다. 대체로 프랑스 파리의 상업지구로 알려진 라데팡스(La Defense)에 밀집한 것으로 보인다. △투어유럽(Tour Europe) △투어마중가(Tour Majunga) △투어CBX △투어에크호(Tour Eqho)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증권이 6억9100만유로를 들여 매입한 업무시설 단지 크리스탈파크(Crystal Park)의 경우 라데팡스와 가까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점이 파리 부동산 투자의 이점으로 꼽힌다. 투자자산별 차이는 있지만, 연 기대수익률은 7~8% 정도로 전해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 리스크를 제하고 5%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 경험을 많이 보유하지 못했다"며 "선제적 투자가 이뤄지면 유사한 전략으로 후속 투자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어 지난해에는 프랑스 파리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증권사별 투자구조는 유사하다. 총 투자액 가운데 60% 정도를 현지 대출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에쿼티(equity) 투자자를 모아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에쿼티 투자의 경우 증권사가 총액인수 후 셀다운한다.

큰 틀에서 투자는 닮았지만, 셀다운 성적표는 딜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성사된 파리 부동산 투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셀다운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으로 집계된다. 삼성증권이 인수한 크리스탈파크의 셀다운 진행률은 70%대로 파악된다. 미래에셋대우가 프랑스 자산운용사 아문디와 공동으로 투자한 투어마중가의 셀다운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전체 에쿼티 투자분 가운데 미래에셋대우가 85%를, 아문디가 15%를 각각 인수했다. 미래에셋대우 물량의 셀다운은 30% 정도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미래에셋대우는 해외 투자자와도 셀다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금증권·NH투자증권의 투어에크호, 하나금융투자·대신증권의 투어CBX 투자 등 공동으로 인수한 건 역시 셀다운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에쿼티를 세분화하는 구조를 짰음에도 투자심리가 미지근하다"고 밝혔다.

투어마중가와 투어에크호의 경우 우선주와 보통주로 나눠 에쿼티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변제순위상 우선주에 밀리는 보통주에 더 많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구조다. 투자자의 리스크 성향에 맞춰 투자 수요를 늘리려는 전략이다. 투어마중가 보통주의 CoC(Cash on Cash return)와 IRR(Internal Rate of Return)은 10%대, 12%대로 파악된다. 우선주 대비 5%p 가량 높다. 투어에크호 보통주의 CoC와 IRR은 우선주 대비 2~3%p 높은 9%대, 10%대로 파악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지난해 파리 부동산 투자 가운데 셀다운을 마친 건이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시장 내 투자심리 위축보다는 자산별 투자매력도에서 미매각 요인을 찾는 게 합리적"이라며 "△임차인의 이전에 따른 공실 위험 △향후 매각 가능성 등이 셀다운 성과를 가른 요소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매각 가능성의 경우 매매가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거래규모가 클수록 처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셀다운 미매각이 장기화됨에 따라 여러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건전성 지표 관리가 대표적이다.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Net Operating Capital Ratio)은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영업용 순자본은 전체 자본에서 비유동성 자산을 제외한 값이다. 비유동성 자산인 부동산이 늘수록 지표 관리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IB들의 NCR 평균값은 2018년 말 185%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63%로 하락했다. 셀다운 지연이 NCR 하락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증권사의 투자 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투자 총액인수의 경우 증권사 자체 북(book)을 활용하는 구조"라며 "셀다운 미매각이 늘어날수록 증권사 입장에서는 다른 투자 기회를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외 부동산 투자의 만기는 10년 안팎으로 긴 편"이라며 "긴 만기구조는 북 운용 부담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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