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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분사' 쿠팡, 전금업 위한 불가피한 선택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 20% 미만…미분사시 건전성 충족 사실상 불가

최은진 기자공개 2020-04-03 10:15:34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1일 12: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이 최근 핀테크 사업을 독립 자회사로 분할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전자금융업을 영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과도한 고정비와 적자기조로 전자금융업자의 기본요건인 건전성 비율을 지키지 못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유의 제재를 맞은 결과다.

결국 분사를 결정한 건 쿠팡이 건전성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고도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분사결정으로 전자금융업자로서의 건전성은 어느정도 지켜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쿠팡은 2015년 핀테크 사업을 위해 전자금융업을 등록했다. 세부적으로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전자지급결제 대행업, 결제대금예치업을 취급하는 것으로, 쇼핑 플랫폼인 쿠팡 내에 간편결제 시스템을 장착하기 위해서였다.

등록한 이듬해인 2016년 자체 결제 시스템인 '로켓페이'를 도입했다. 계좌번호만 입력해 놓으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후 소셜커머스 사업을 접고 완전한 이커머스 사업자로 전략을 전환하면서 간편결제 사업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로켓페이 명칭을 쿠팡페이로, 다시 쿠페이로 바꾸면서 시스템과 제도 등을 안착시켜 나갔다.

하지만 지난해 초 금융감독원이 전자금융업 부문검사를 진행하면서 쿠팡의 간편결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과도한 고정비와 적자누적으로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건전성 비율을 지키지 못한 결과로, 금감원이 경영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자금융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20% 이상 충족해야 한다. 쿠팡은 2017년 2446억원의 자본잠식을 나타내면서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쿠팡은 금감원에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개선을 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실제로 2018년 수차례 유상증자를 거쳐 1조3549억원를 충당했다. 이에 2018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자본잠식을 극복한 118억원으로 집계됐고,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20%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하지만 구조적 적자로 인해 2019년 초 또 다시 건전성 이슈가 불거졌다. 당초 쿠팡은 금감원에 2019년 3월에도 유상증자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은 또 다시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결국 4월 금감원은 쿠팡의 전자금융업을 대상으로 부문검사를 진행했고 경영유의사항 1건, 개선사항 6건의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은 쿠팡이 고정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데도 이를 포함한 경영개선 계획을 밝히지 않아 건전성 비율이 추락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배송비와 인건비 등 수익 대비 과도한 고정비로 인해 구조적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전자금융업자가 응당 갖춰야 할 기본요건을 충족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언제 얼마나 더 자본을 채워야 할 지도 가늠할 수 없어 전자금융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도 우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쿠팡에 있어 페이사업은 극히 일부분이고 아주 작은 영역이지만 쿠팡 안에 계속 귀속 돼 있는 한 금감원은 전체의 건전성을 계속 따질 수밖에 없었다"며 "근본적으로 적자구조를 해소하던지 아니면 이를 투명하게 할 독립적인 사업체제를 영위하든지 결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쿠팡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더 쏟아부을 수 있었거나 적자기조를 흑자로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면 핀테크 사업을 분사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이도 저도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쿠팡이 전자금융업을 계속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분사 외엔 없었다.

핀테크 사업이 분사된 만큼 해당 회사의 건전성만 유지하면 전자금융업을 영위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금감원은 쿠팡 전체의 경영 건전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법령에 정해진대로 전자금융업을 영위하는 해당 업자의 건전성만을 감독하기 때문에 이번 분사로 인해 건전성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고 기대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쿠팡의 구조적 적자로 인해 핀테크 사업의 건전성이 확보되지 못했는데 분사를 하면서 어느정도 경영지도 요건은 충족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금감원은 쿠팡 전체를 감독하는 게 아니라 전자금융업만을 보는 것인만큼 핀테크 자회사가 얼마나 건전성을 유지하는 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페이(가칭) 설립은 고객들에게 보다 편하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간편결제를 넘어 종합 핀테크 플랫폼으로 확대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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