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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코로나19'로 고차방정식 됐다...산은 셈법은?업계 "정부 지원, M&A 향방 핵심 변수"…산은 "항공업 지원, 아직 검토 안해"

박상희 기자공개 2020-04-02 08:41:1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1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항공업계가 존폐 위기에 처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M&A) 거래가 고차 방정식이 됐다.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납입이 기약 없이 연기된 가운데 거래 당사자들은 기업결합심사 지연을 연기의 이유로 들었다. 시장에선 인수 예정자인 현대산업개발과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 간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지원책이다. 항공업 지원에 대한 당위성 여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지원 방법과 규모는 미정인 상태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 책정된 2조3000억원의 인수가격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아시아나항공 공시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1조4700억원을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납입하기로 했던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7일로 예정됐던 자금납입일을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정정 공시했다.

표면적인 유상증자 납입 연기 이유는 코로나19 쇼크에 따른 기업결합심사 지연이다. 항공업체가 M&A를 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 기업결합신고를 비롯해 국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업계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중국에서 심사가 지체되고 있고, 국내 심사 역시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속사정은 더 복잡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정부 차원의 유동성 지원 등 특단의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산업은행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지원에 나서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결합 심사 지연을 앞세운 납입 지연 결정은 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 간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협상에서 이견이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에서 우선적으로 기대하는 건 항공업에 대한 지원이다. 정부의 지원 방법이 직접적이고 규모가 클수록 인수 거래는 물론 인수 이후의 경영 부담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기대감은 정부가 키웠다. 지난달 24일 제2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내놓은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과 금융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100조원의 기업구호긴급자금이 담겼다. 핵심은 대기업도 금융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존폐 위기에 선 국책 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도 지원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항공업계는 특수한 상황"이라면서 항공업계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당초 약 한달 여 전 현대산업개발이 약 1조원 규모의 신용 보강 등의 여신 지원을 산업은행에 요청했을 때 산은에서 난색을 표한 것은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을 우려해서였다.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100조원 규모의 기업구호긴급자금을 내놓는 등 정부에서도 대기업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항공업(LCC 제외)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책은 나오지 않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항공업 경영 환경이 어려운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현재 항공업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안은 검토되거나 논의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정부의 지원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기업 지원은 원칙론적인 측면에서 말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대한항공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게 아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역시 "정부 측에서 지원 시기나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연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기업 지원에 대해서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더 이상의 자구안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경영을 쥐어짜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급여반납과 인력감축 등에 들어간 상태다.

항공업계뿐 아니라 금융시장 관계자들도 항공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미비하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러다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의 표출이다.

한 증권사 인수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이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항공업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정부 차원의 지원 규모 및 방법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항공업 지원이 결정되더라도 허들은 남았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과 별도로 현대산업개발의 인수자금 지원도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가 항공업은 물론 경제 전반과 금융시장에 불안심리를 조성하면서 자금 조달이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유상증자 대금 용처도 중요하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납입하는 자금 대부분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차입금 상환 등에 쓰일 예정이다. 항공사 생존을 위한 유동성이 긴급한 상황에서 국책은행의 무리한 상환 요구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현대산업개발에서 공식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유상증자 납입 일정 연기 공시 이전까지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이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이 거래에 영향을 미칠 주요 의사결정의 공은 산은을 비롯한 정부 의지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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