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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이스샵, LG생건 글로벌 베이스기지로 부활 국내 역성장, 해외 계열사 실적 견인…북미·동남아 등 차기 신사업 주체 '자리매김'

전효점 기자공개 2020-04-03 10:15:22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2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더페이스샵이 로드숍 사업체를 넘어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의 글로벌 베이스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로드숍 본업은 큰폭으로 역성장했지만 작년까지 인수합병을 통해 집중 취득한 해외 자회사들이 성장 엔진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다.

1일 더페이스샵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3146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줄었다. 영업이익은 236억원으로 전년 대비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5435억원, 영업이익 22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5%, 42.5% 성장했다. 국내 본업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연결 대상 자회사들로부터 성장 동력을 얻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이 특히 지난해 두드러졌다. 이 기간 더페이스샵의 해외 자회사들이 벌어들인 매출은 2560억원으로 2018년 1290억원에서 단숨에 두 배로 증가했다. 국내 본업 매출(3146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덩치가 불어난 셈이다.


더페이스샵은 작년 말 현재 말레이시아법인(LG HOUSEHOLD & HEALTH CARE MALAYSIA SDN. BHD.), 싱가포르법인(TFS Singapore Private Limited),
더페이스샵(상해)화장품소수유한공사, 에이본광저우공장(Avon Manufacturing(Guangzhou)), 태국법인(LG HOUSEHOLD & HEALTH CARE (THAILAND) Limited), 에이본캐나다(Avon Canada INC.) 등 해외 계열사 6개를 거느리고 있다

◇해외 사업 도전 '연이은 실패'…2018년 '분기점'

더페이스샵은 15년 전부터 해외 진출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왔지만 처음부터 현재와 같은 사업 구도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더페이스샵이 처음 해외 시장에 발을 담근 것은 2003년 가맹점 사업을 시작한 이래 2005년 미국법인(THEFACESHOP NORTH AMERICA, INC)를 설립하면서다. 당시 미국법인은 국내에서 한창 발아하던 로드숍 화장품의 인기를 해외에서 이어나가겠다는 높은 포부를 안고 출범했다. 하지만 설립 1년만에 자본잠식에 들어간 후 손실을 지속하다 2016년 초 LG생건에 매각됐다.

첫 해외사업에서 쓴맛을 본 더페이스샵은 2010년 60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 더페이스샵(상해)화장품소수유한공사를 설립하고 중국 시장에서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첫 중국 법인은 설립 이듬해 매출 100억원을 거두며 성장 궤도에 오르는가 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중저가 화장품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2015년 순손실 89억원으로 첫 적자를 기록한 후 2017년 이후 자본잠식에 빠졌다. 2013년 지분 80%를 출자해 설립한 두 번째 중국법인 더페이스샵무역(광동)유한공사 역시 줄곧 순손실과 자본잠식 상태를 지속하다 2017년 말 흡수합병됐다. 더페이스샵은 이듬해 현지 로드숍 점포 전체를 철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북미와 동남아 진출도 타진했다. 2013년 국내 로드숍 업황이 정점에 달했을 때 싱가포르법인(TFS Singapore Private Limited.)과 캐나다법인 3곳(Fruits & Passion Boutiques Inc., Fruits & Passion Immobilier Inc. 및 3390306 Canada Inc.)을 잇따라 인수했다. 싱가포르법인과 캐나다 F&P는 현지에서 로드숍 매장 수십곳을 거느리고 있는 업체였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 역시 결과적으로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싱가포르법인은 2018년 흑자전환에 성공하기까지 줄곧 순익 적자를 기록했으며 매출 규모도 정체했다. 캐나다법인 역시 2017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줄곧 상당한 순익 적자를 지속했다.


더페이스샵이 연이은 실패에도 줄곧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서서히 진행된 본업 악화의 영향이 컸다. 한때 시장을 주름잡던 국내 사업의 이익과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해외에서 성장 돌파구를 찾고자 했던 것이었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페이스샵은 연결 매출 2016년 65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 20% 역성장하면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차석용 매직' 또 통했나…에이본광저우·캐나다 인수로 180도 변신

로드숍 화장품업계는 시장환경 변화에 직면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다. 차석용 부회장(사진)의 지휘 하에 있던 더페이스샵은 동종업계와 전혀 다른 방식을 택했다. 모회사 LG생건과 같이 인수합병을 통해 활로 찾기에 나선 것이다.

더페이스샵 해외 사업이 뚜렷한 변화의 모습을 보인 것은 2018년을 전후해서다. 2017년 말 말레이시아 현지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작년 초에는 이 법인을 통해 말레이시아 후(Whoo) 브랜드 총판사업자를 추가로 인수했다. 아울러 태국에서도 2018년 하반기 현지 법인 LG Household & Health Care (Thailand)을 신설해 현지 후(Whoo) 총판을 인수했다. 중저가 브랜드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모회사의 럭셔리 브랜드를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역할을 자임한 것이었다.

지난해는 특히 더페이스샵은 모회사 LG생건 못지 않게 활발한 M&A 주체로 전면에 등장했다. 당해 1월 493억원 규모 에이본광저우 생산법인(Avon Manufacturing(Guangzhou), Ltd.) 인수주체로 나서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에이본광저우는 그간 해외에서 유통사업에만 도전해왔던 더페이스샵이 처음으로 차린 생산기지다. 자사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LG생건과 타 고객사 제품의 위탁 생산까지 영역을 넓히며 신규 수익을 창출하게 됐다.

작년 8월에는 에이본캐나다(Avon Canada Inc.) 인수 주체로 나서며 LG생건의 차기 주력사업인 북미 베이스 기지 일부를 품었다. 당해 10월에는 부진을 거듭하던 기존의 캐나다 자회사 프루츠앤패션과 에이본캐나다를 합병하면서 사업구조를 재정비했다.

에이본캐나다는 LG생건의 차기 신사업인 미국 뉴에이본과 조직상으로는 분리돼 있지만 통합된 사업 방향을 공유하게 된다. 뉴에이본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더페이스샵 실적도 동반 상승하는 구조다. 뿐만 아니라 에이본캐나다는 더페이스샵 본업과 북미 신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된다. LG생건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뉴에이본 유통망에 더페이스샵 제품을 다수 실으며 시장 테스트에 나선 상황이다.

신규 자회사 합류로 더페이스샵 해외사업 면면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기존 로드숍의 영광을 해외 신시장 개척을 통해 이어가기 위한 시도였다. 반면 최근부터는 더페이스샵 자체 브랜드 사업과는 거리가 있더라도 모회사의 글로벌 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추세다.

아직까지 더페이스샵의 신규 해외 계열사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통합 에이본캐나다는 지난해 매출 640억원에 당기순손실 88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에이본광저우는 매출 480억원, 당기순손실 21억원을 기록했다. 태국법인과 말레이시아법인도 연매출은 100~200억원 규모로 작지만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법인 매출 비중은 2018년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의 20% 미만에 머물렀지만 작년 말 현재 40%를 넘어선 상황이다. 더페이스샵이 앞으로 중저가 브랜드 회사가 아니라 LG생건의 글로벌 사업을 중재하는 베이스기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LG생건 관계자는 "에이본캐나다와 뉴에이본을 조직 상에서 분리한 것은 관리적인 측면에서 최선의 방안을 고심한 결과"라며 "향후 북미 진출에 있어서도 통합된 사업 전략과 방향성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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