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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구조조정]국책은행 사실상 가이드라인 제시 "6000억 보여달라"동대문 두타몰 등 매각 물망…여신리스크 최소화 풀이

최익환 기자공개 2020-04-09 13:37:42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8일 11: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에 대한 1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 나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자구안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이드라인은 6000억원 이상의 현금 마련을 골자로 자산·사업부 매각에 나서라는 게 요지다. 당장 동대문 두타몰 등에 대한 매각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국책은행이 여신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조만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현금 확보 방안이 담긴 자구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자구안에는 1조원의 유동성을 대출받는 대신 일부 자산과 사업부 매각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구체적인 자구안 내용을 두고는 두산그룹과 국책은행이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국책은행 관계자들은 두산그룹이 적어도 6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한다는 피드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동대문 두타 쇼핑몰의 매각과 일부 비핵심사업의 매각방안이 담기는 방안이 유력한데, ㈜두산이 장부에 반영한 동대문 두타몰 토지와 건물의 가치는 약 4000억원 가량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동대문 두타몰의 경우 두산그룹 본사로 쓰고있다는 상징성이 있어 곧 최대주주의 희생을 의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자구안에 포함될 경우 유동성 지원에 대한 여론을 크게 반전할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이번 자구안을 제출하고 이행하는 주체가 두산그룹이지만 국책은행은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두산그룹이 주도하는 매각작업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직접 매각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이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을 두고 기업에 대한 지원보다는 여신 리스크 최소화에 방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시선도 감지된다. 정확한 액수까지 제시한 것은 향후 구조조정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정부가 적극행정 면책까지 거론하며 기업 지원 드라이브를 거는 현재 정책과는 다소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국책은행은 두산그룹에 대한 1조원의 대규모 지원이 가져올 파장도 고려해야하는 만큼 불가피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산업의 재편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리스크에 대한 고려 없이 무작정 지원하는 사례를 만들었다가 향후 적재적소에 공급해야할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구조조정 국면에서 대상기업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온 것이 사실”이라며 “구체적 액수까지 거론됐다는 점은 여신에 대한 부담을 무작정 떠안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내부에 누적된 피로감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과 KDB생명 등 구조조정 회사의 매각이 지지부진한데다 야심차게 추진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도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수출입은행 역시 성동조선해양의 매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업인 수출금융 대신 구조조정에 다시 매달리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울만 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자구안은 두산그룹에서 준비하는 것으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강제할 수 없다"며 "유동성 지원이 실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 액수를 논의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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