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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위기'에 흔들리는 MLP펀드, 운용사 대응전략은 [코로나19 파장]한투·한화운용 "미드스트림 우려는 섣불러…기업 사라져도 생산량 유지"

허인혜 기자공개 2020-04-10 07:56:1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9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 유가가 폭락하며 미국 셰일가스 사업체가 줄도산 위기에 오르자 MLP(마스터합자조합·Master Limited Partnerships) 펀드 위기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설정된 MLP펀드 모두 연초후 수익률이 마이너스(-)50% 구간에 진입하며 우려는 현실이 됐다.

MLP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MLP펀드의 청산이나 전략 수정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셰일가스를 추출하고 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 업체가 도산하더라도 향후 전체 생산량이 줄지는 않는다는 분석 때문이다. 셰일가스 자체의 위기라기보다 산유국가들이 인공적으로 미국 셰일가스 업계 불황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투자를 멈출 이유도 불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유가 급락에 MLP펀드 연초후 수익률 -50%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MLP펀드의 연초후 수익률이 -50% 수준에서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석유 수요가 줄고 산유국간의 정쟁이 깊어지며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MLP펀드는 셰일가스나 원유 등의 에너지원을 저장하고 운송하는 중간 역할을 하는 '미드스트림(Midstream)'에 투자하는 펀드다. 에너지원을 채굴하고 생산하는 업체를 '업스트림', 운반된 에너지원을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단계를 '다운스트림(Downstream)'이라 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세종류의 펀드를, 한화자산운용이 두종류의 펀드를 운용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하는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자투자신탁'의 운용펀드 기준 연초후 수익률은 -50.78%다. 미국MLP특별자산자투자신탁의 설정액이 185억원으로 가장 크고 나머지 두개 펀드는 설정액이 미미한 수준이다.

한화투자증권은 '한화분기배당형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자투자회사(인프라-재간접형)'와 '한화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자투자회사(인프라-재간접형)' 두개의 펀드에서 각각 92억원과 108억원을 설정해 운용 중이다. 두 펀드의 연초후 수익률도 -46~47%를 오간다.


MLP 회사에 투자하는 ETN 상품도 연초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주가를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이 발행한 '삼성 Cushing 에너지인프라 MLP ETN'은 1월 2일 8800원에 거래를 시작한 지 세 달만에 8일 종가기준 3805원까지 급락했다. 삼성 Cushing 에너지인프라 MLP ETN의 52주 최고가는 9980원으로 만원에 육박했지만 3월 19일에는 2775원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형제 상품인 '삼성 Alerian 에너지인프라 MLP ETN'도 같은 기간 8710원에서 4200원까지 하락했다.

◇"셰일업체 파산, 미드스트림에 시간차 영향…우려할 시기 아냐"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MLP펀드 전략 수정이나 투자 철회 등의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두 회사 모두 업스트림의 불황이 미드스트림까지 100% 전이되지 않으며 위기도 시간차를 두고 온다고 분석했다.

미국 셰일가스 업계의 불황은 업스트림을 집중적으로 무너뜨리고 있다. 지난달 말 파산을 신청하며 줄도산을 예고한 미국 대형 셰일업체 화이팅 페트롤리엄(Whiting Petroleum)도 셰일가스를 직접 시추하는 업스트림에 해당한다. 업스트림 업계는 유가가 하락하면 채굴 비용이 높은 셰일가스를 생산할 명분을 잃는 데다 하이일드 채권 발행량도 높아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국내 MLP펀드는 셰일가스 미드스트림 투자에 집중돼 있다. 셰일가스 업스트림 업체의 도산이 곧 향후 생산량의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자산운용업계는 전망했다. 파산을 하더라도 셰일가스 추출이 가능하고, 또 도산한 기업의 빈 자리를 채우도록 기존 기업이 성장하거나 신규 기업이 탄생하리라는 관측이다. 청사진의 근거는 셰일가스 혁명이다. 에너지 산업의 무게추가 이미 석유에서 셰일가스로 넘어가고 있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송 파이프 투자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파산이 반드시 생산량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물론 최근의 저유가로 기업의 투자가 줄고 있지만 업스트림 파산으로 미드스트림 파산까지 염려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도 "MLP펀드는 셰일가스 업스트림 업체가 아닌 미드스트림에 투자하고 있다"며 "미드스트림 산업까지 우려하기에는 다소 빠른 시기라는 게 내부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또 셰일가스 업계의 위기가 셰일가스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국제 정세에 따랐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베네수엘라, 이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은 석유 가격의 10분의 1에 동률의 에너지효율을 내는 셰일가스가 본격적으로 시추되자 유가를 적극적으로 낮춘 바 있다. 최근에는 생산량 감산을 두고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샅바싸움이 길어지며 유가가 더욱 추락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셰일가스 업체들의 기술력이 향상된 현 시점에서 사우디 아라비아가 자국의 손익분기점을 훼손시켜가며 과거의 잘못(셰일가스 죽이기)을 반복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해석했다.

다만 국내 MLP펀드의 흐름이 그간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해 이번 유가하락 충격파도 길어지리라는 관측이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표밭'인 텍사스 민심을 돌리려 유가 조정에 개입했지만 큰 실효는 없었다. 미국 매체인 블룸버그 통신과 시킹알파,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유가 반등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예상되며 산유국의 합의 이후에도 배럴당 30달러 수준의 가격이 당분간 유지되리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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