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김화진칼럼]코로나19 사태와 자본시장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04-13 08:11:39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3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인 스페인이 기업들의 주주총회를 최대 10개월 연기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연차보고서는 법정 기간 내에 공시되어야 한다. 미국의 연방증권관리위원회(SEC)도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에 따라 주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주총 시기와 장소의 변경, 온라인 주총으로의 전환 등을 허용했고 주총 관련 공시에 45일의 시간을 추가로 부여했다. 각종 통지나 자료도 전자적 방법으로 전달 가능하게 했다.

미국 각 주 정부는 온라인으로만 주총을 열 수 있게 하는 행정명령을 공포했다. 미국에서는 주총시즌이 4월이다. ISS의 집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세계적으로 557개 회사가 주총을 취소하거나 연기했고 560개 회사가 온라인 주총 또는 위임장 주총을 선택했다. 각국의 규제 당국도 새로운 상황의 변화에 맞추어 유연하게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자본시장은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움직이는 행동주의 주주들이 있기는 하다. 지난달 할리데이비슨이 미국 내 공장을 11일간 가동 중단하자 임팔라자산운용이 위임장 대결을 개시했다. 주가가 연중 상승했던 작년에 행동주의가 다소 감소했는데 주가 하락이 계속되면 저가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려는 공격적 투자자가 증가해서 행동주의가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코로나가 성공적으로 극복된다는 가정하에서는 지금이 가장 좋은 투자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2020년은 성장보다는 생존이나 현상유지에 초점을 맞추는 해가 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주주환원정책이나 경영진의 교체는 좋은 전략이 아니다. 지난달에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도 경영진이 승리했는데 경영진을 지지한 주주들 중에도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되는 시기에 행동주의 주주가 포함된 반대 측을 지지할 수 없었던 경우가 있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도 행동주의 주주에게 불리하다. 위임장 권유가 느리고 불편해질 뿐 아니라 일단 주총이 온라인으로 개최되면 경영진에 맞서 우세를 점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주주들이 주총에 관심을 둘 여력이 떨어져 출석률도 낮다. 회사의 임직원들과 지역사회가 고통을 겪고 있는 마당에 재무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은 자칫 이기적으로 비추어질 것이다.

밸류워크(ValueWalk)에 따르면 최근 이베이 경영진은 스타보드가 회사 공격을 계속하는 데 대해 어려운 시기에 회사는 사업과 임직원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스타보드에 실망감을 피력했다. 스타보드는 자신들도 회사와 임직원들을 걱정한다는 변명성 입장을 내놓았고 다만 시장 변동성 때문에 좋은 투자기회라고 응수했다.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 기업들이 포이즌필 도입을 포함한 경영권 방어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3월 1일 기준으로 28개 회사가 포이즌필을 새로 채택했다. 포이즌필에 부정적인 의결권자문사 글래스루이스도 코로나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기업들의 경우 일정한 범위 내에서 포이즌필 도입을 지지한다고 밝힐 정도다. 1년 이내의 기간이어야 하고 회사가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내용을 밝힌다는 조건이다. 주요 주주들과의 소통도 권장된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회사인 윌리암스컴패니가 여기에 해당되어 글래스루이스는 포이즌필 도입 찬성의견을 냈다. ISS도 대체로 유사한 입장을 채택했다.

SEC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공시를 포함한 수준 높은 기업공시라고 강조한다. 물론 지금과 같은 여건하에서 공정공시는 매우 어렵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회사 내부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신뢰성 높은 정보가 생산되고 그 정보가 적시에 적극적으로 자본시장에 전달되어야 한다. 영업과 재무뿐 아니라 코로나와 관련된 정확하고 빠른 정보는 투자자들이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지지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회주의적인 행동이나 불공정거래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