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그룹, 하락장 활용 승계작업의 정석 [지배구조 분석]권영렬 회장 장남 권형석, 주식 증여 통해 지분 10% 확보, 추가 확대 예상
김성진 기자공개 2020-05-11 08:14:47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7일 1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작기계 제조업을 주로 영위하는 화천그룹이 3세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권영렬 화천기공 회장이 그의 장남인 권형석 화천기공 이사에게 지분을 증여하면서다. 화천기공은 화천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회사로 화천기계, 서암기계공업, 에프엔가이드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화천그룹 오너일가는 이번 하락장을 틈타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주식을 증여하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하락장을 기회 삼아 후계자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방법을 활용해왔다.
다만 주식을 증여 받은 이후에도 권 이사의 지분은 아직 경영권을 틀어쥐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추가 지분 확대가 예상된다.
◇연초 대비 1만원 낮은 주가…주식 증여 적기 판단했나
화천기공의 최근 공시에 따르면 화천기공 최대주주인 권영렬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화천기공 주식 8만주를 장남인 권형석 이사에게 증여했다. 이에 따라 권 회장의 보유 주식수는 59만4541주에서 51만4541주로 줄어들었고 지분율은 27.02%에서 23.38%로 감소했다.
반면 권 이사는 이번 주식 증여를 통해 자신의 지분율을 6.36%에서 정확히 10%로 확대했다. 그동안 화천기공의 주요주주들 중 두 자릿수 지분율을 확보한 인물은 권 회장이 유일했다. 권 이사가 10%의 지분율을 확보한 것은 그룹 승계작업이 본격화했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1952년에서 세워진 화천기공은 국내 공작기계산업의 살아있는 역사와 다름없다. 지난 1977년 국내 최초로 수치제어반(NC) 공작기계 제작에 성공한 이후 밀링머신 등 다양한 공작기계 국산화에 성공했다. 현재는 두산공작기계, 현대위아와 함께 국내 3대 공작기계업체로 꼽힌다. 권 회장은 1979년 권승관 명예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 40년 넘게 화천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번 주식 증여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은 타이밍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주가가 하락한 지금이 주식을 물려주기에는 최적기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올 초만 하더라도 화천기공 보통주 1주의 가격은 3만8000원~4만1000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주식 증여가 이뤄진 지난달 29일 화천기공의 종가는 3만900원으로 연초 대비 가격이 약 1만원 낮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주식 증여세는 증여일을 기준으로 앞·뒤 2개월, 4개월간의 종가를 평균해 주식 가치를 평가한다. 앞으로 2개월간 주가가 회복되더라도 지난 2개월간 낮게 형성됐던 주가 덕분에 증여세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추가 지분 확보 이뤄질 듯
권형석 이사는 2005년 화천기공에 입사하며 업무를 익혔다. 1973년생인 권 이사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화천기공 해외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는 마케팅 총괄을 맡고 있다. 화천기공이 최대주주로 있는 화천기계에서는 2015년 대표이사 올라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권 이사는 2005년 화천기공에 입사하기 전부터 2.3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권 이사가 소유한 화천기공 주식수(5만1909주·지분율 2.36%)는 2018년 말까지 단 한 번도 변화가 없었다. 화천기계 대표이사에 오르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서긴 했지만 회사 소유권 승계를 위한 움직임은 없었던 셈이다.
권 이사가 본격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2019년 6월 24일 권영렬 회장은 본인이 소유한 화천기공 주식 8만8000주를 권 이사에게 증여했다. 권 이사는 이를 통해 자신의 화천기공 지분율을 기존 2.36%에서 6.36%로 늘렸다. 그리고 지난달 또 한 차례 8만주 증여를 통해 지분율 10%를 확보했다. 화천그룹의 승계 작업은 확실히 주식 증여를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화천기공은 화천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로 권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이 48.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일가는 각자 보유한 주식과 화천기공을 통해 화천기계, 서암기계공업, 에프엔가이드 등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권 이사가 회사 소유권을 모두 넘겨받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 회장이 두 차례에 걸쳐 지분 7.62%를 물려주긴 했지만, 여전히 권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23.38%에 이른다.
증여를 통해서만 승계 작업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향후 주가가 오른다면 권 이사 본인이 직접 주식 매집에 나설 수도 있다.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일부 자산 매각 가능성도 충분하다. 권 이사를 비롯한 오너일가는 현재 티피에스코리아라는 정밀기계업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화천그룹 관계자는 "승계와 관련해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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