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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JC페니의 법정관리 신청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05-18 07:58:53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8일 07:5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5월 15일 유서 깊은 미국의 JC페니(J.C.Penney)가 코로나19의 여파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현재 종업원 수는 약 8만5천 명이다. 2018년 시어스(Sears) 도산 이후 미국 유통업계에서 가장 큰 사건이다.

JC페니는 창업자 제임스 페니(James Cash Penney, Jr., 1875~1971)가 1902년 와이오밍의 작은 마을 켐머러에서 백화점으로 출범시킨 기업이다. 광산촌이었던 켐머러의 현재 인구도 3천 명이 채 안된다.

제임스 페니는 교회 목사집 열두 남매의 일곱째로 태어났다. 변호사를 꿈꾸었는데 부친의 이른 작고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상점 점원 일을 시작했던 사람이다. 첫 직장이었던 상점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파트너가 되었고 오너들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인수해 JC페니가 된 것이다. 10년 동안 34개의 점포를 일구었다. 1920년에는 120개로 늘어났다. 각 점포의 운영자들에게 고도의 자율권을 주었던 경영방침으로 유명했다.

대공황 때인 1929년에 JC페니는 그동안 쌓았던 부를 모두 잃는다. 직원들 급여를 지불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보험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건강도 나빠졌다. 그러나 회사는 조금씩 기력을 회복했다.

1940년에는 유명한 일화가 탄생했다.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이 JC페니의 아이오와 한 점포 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점포에서 JC페니가 월튼에게 가장 재료를 덜 쓰면서 물건을 포장하는 방법을 직접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JC페니는 1946년에 현직에서 물러났고 후일 월마트는(1962년 창업) JC페니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된다.

JC페니는 결혼을 세 번 했는데 모두 다섯 자녀를 두었다. 세 번째 결혼에서 낳은 두 딸은 각각 옥스퍼드와 스탠퍼드를 나온 학구파들이었다. 다른 자녀들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으로 보아 가업승계는 일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즉, 1946년 이후 회사는 전문경영인들이 경영했다. 유산의 규모는 1971년 기준으로 3500만 달러였다.

JC페니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황금기를 포함,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지속성장했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고전하기 시작했다. 경영판단의 미숙, 지배구조의 불안, 높은 부채비율, 온라인 쇼핑 추세와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할인점들의 공세 등 시장 여건 악화가 겹쳤다. 지배구조 불안정으로 2010년 이후 CEO가 세 번 교체되었다.

2018년 회사 주가는 68% 하락했고 12월에는 주당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1929년 상장 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2020년 5월 15일 법정관리 신청 수일 전에 회사는 CEO에게 450만 달러를 포함, 고위임원들에게 총 1천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사방에서 비난받고 있다.

JC페니의 도산은 5월 4일에 제이 크루(J.Crew), 5월 7일에 니먼 마커스(Neiman Marcus), 5월 10일에 SSI (Stage Stores)가 각각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대형 유통회사 네 번째 도산이다. 점포 846개를 문닫고 4억5천만 달러의 신규 자금을 채권자들로부터 지원 받을 계획이라고 한다. 법정관리 신청 시 회사의 채무는 총 40억 달러였다.

도산한 유통기업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재고를 할인으로 털어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인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그마저 여의치 않다. 매물이 넘치는 유통산업에서 인수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SSI의 경우 인수자가 나서지 않으면 회생절차 없이 최종적으로 파산처리 할 것이라고 한다.

회사 경영진은 회사의 도산을 코로나 탓으로 돌렸다. 4월에 백화점 업계의 매출이 47% 감소했고 특히 의류부문 매출은 89% 감소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분기에 이미 회사의 순익이 64% 급감했었다. 법정관리 신청의 직접적인 원인이 코로나인 것은 맞지만 원인은 이미 누적되어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19는 경제거래를 더 급속히 비대면화 시킬 것이라고들 한다. 온라인 비중이 늘어나던 유통이 대표적인 분야다. 봉쇄와 외출금지가 풀려도 소비자들은 매장에 나가서 물건을 보고 구입하는 데 과거보다 더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의 온라인화, 지역적 분산화, 다각화가 유통업에서 미래의 대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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