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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라임펀드 자율배상 '산 넘어 산' 이사회 안건 통과 필수, 일부 은행 이사들 '배임 소지' 지적

김장환 기자공개 2020-05-20 14:33:08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8일 14: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펀드 판매 은행들이 투자자에게 손실액 일부를 자율배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성사까지는 여러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 이사회에서 자율배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자칫 '배임' 소지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신한·하나·기업·부산·경남·농협은행 등 7개 은행은 라임펀드 손실액의 최대 30%를 선제적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은행이 판매한 라임펀드 금액 약 8150억원 가운데 2400억원 넘는 투자자 보상금을 미리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확실한 의견 일치를 이룬 건 아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 실무진들이 라임펀드 자율배상에 대한 해결 방안을 두고 서로 대화는 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확실히 어떻게 하자는 협의가 이뤄진 것도 아니고 각자 결정할 문제"라며 "관계 부처에 관련 문의만 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이같은 구상을 하게 된 건 금융감독원이 '자율배상'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하나은행(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과 KB증권(호주 부동산펀드) 등이 최근 펀드 손실 자율배상을 한 것을 '모범사례'처럼 지적하며 그런 사례가 지속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은행들이 이를 선뜻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보상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민·형사 소송이 이제 막 시작된 상태이고 그 결론을 얻기까지는 한참의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 부서에서 지속된 압박이 있어 마지못해 이를 협의하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금감원은 '법적 근거가 충분히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 규정상 위법행위가 불명확할 경우에는 '사적 화해' 수단으로서 손실 보상은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최근 내놨다. 은행들에게 이를 근거로 라임펀드 자율배상을 하라는 엄포를 놓은 셈이다.

일부 은행 이사회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최근 내부 실무 부서에 밝혀둔 상태로 확인된다. 라임펀드 손실액을 자율배상하기 위해서는 이사회를 통한 안건을 통과가 필요하다. 이사회의 반대는 곧 은행의 라임펀드 손실 자율배상도 실현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이사들이 라임펀드 선제 보상은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배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안건이 올라와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최근 밝혔다"며 "키코 사태 보상을 대다수 은행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라고 말했다.

소수 은행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정해도 나머지가 모두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키코 손실 보상 문제가 이를 잘 보여주는 일이다. 우리은행은 금감원이 '권고'한 키코 손실 기업들에 대한 보상을 '나홀로' 실시했다가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후 나머지 은행들은 보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라임펀드 손실 보상을 선제적으로 실시하면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미리 인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생긴다. 이제 막 시작된 소송에서 은행에 불리한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앞서 관계자는 "배임 소지가 있는 상황에서 일부 은행은 보상을 하고 일부 은행은 보상을 안하는 쪽으로 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손실 규모가 얼마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보상을 결정한다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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