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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 리포트]유가전쟁·코로나19, 미증유의 위기…생존전략은정유4사 1분기 적자 4.4조 역대급…장기화 리스크에 각사 재무전략 변화

박상희 기자공개 2020-05-25 09:34:53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1일 14: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정유 빅4의 이번 봄은 유난히 추웠다. 저유가 충격과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속에 정유4사가 기록한 1분기 적자만 4조원을 넘어섰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분기 성적표다. 정유업은 40조원 규모의 정부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선 제외됐지만 개별 기업은 유가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과거 정유업계 실적 악화 원인은 십중팔구 유가와 환율 변동 때문이었다. 정유 4사가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최악의 적자를 냈던 2014년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번엔 코로나19 팬데믹 변수마저 등장하면서 향후 전망도 오리무중인 상태다. 유가 전쟁과 코로나19는 정유업계 재무전략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적자를 기록했던 과거 사례에 비춰 정유 4사의 재무지표 변화와 향후 생존전략을 점검해본다.

◇최악이었던 2014년 넘어선 초유의 분기 적자

올 1분기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가 낸 적자는 4조3775억원에 달한다. 개별 기업 별로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1조7752억원), GS칼텍스(1조318억원), 에쓰오일(1조73억원), 현대오일뱅크(5632억원)의 순으로 영업손실 규모가 컸다.

지난해 4사의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3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대비 1조원 이상 더 많은 손실을 낸 것이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전례가 없는 초유의 사태였다.

이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정유 3사가 동시에 영업적자를 냈던 2014년 말 충격을 뛰어넘는 최악의 실적이다. 2014년 말 정유 4사는 현대오일뱅크(영업이익 136억원)를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빅3는 2014년 4분기 적게는 2132억원, 많게는 46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유업계 빅3의 분기 손실규모는 1조원을 웃돌았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37년만에 적자를 냈고, 에쓰오일은 34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GS칼텍스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당시 최악의 성적표는 국제 유가 급락에 기인했다. 올해도 저유가는 정유업계 실적 하락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 산유국들의 유가 전쟁으로 유가가 폭락했고 항공유와 휘발유 등 정유 제품 가격이 원유 가격보다 낮아지면서 재고 가치가 하락했다.

업계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시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약 700억~800억원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유가는 지난해 말 대비 배럴당 약 40달러 하락했다. 이로 인한 정유 4사의 재고관련손실은 약 2조8000억원~3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정제마진 효과로 인한 영업손실 규모도 컸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의 연간 생산실적 약 10억 배럴 기준에서 정제마진 1달러 변동 시 합산손익은 연간 약 1조2000억원 변동했다. 올 1분기 평균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2019년 평균 대비 약 2.5달러 감소했다. 이에 따른 2020년 1분기 정제마진에 의한 정유부문 영업손실은 약 5000억~6000억원으로 예상된다.

◇2003년 사스·2014년 저유가 사태, 실적 단기 악화"이번엔 다를 수도" 위기감

1분기는 유가 급락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수요 절벽으로 내몰렸다. 2월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19는 우한을 비롯한 중국과 인근 아시아 지역에 한정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았다. 정유업계에서도 2003년 사스 사례에 견줘 실적 악화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사스가 유행했던 2003년의 경우 2분기에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수요부진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 등으로 정유사 영업이익이 급감했던 경험이 있다. 다만 사태가 진정되면서 3분기부터 영업실적이 회복되는 등 사스 사태로 인한 정유업 리스크는 단기간 내 해소됐다.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망라한 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정유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사스보다 훨씬 더 크다. 문제는 백신 개발이 지연될 경우와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 위험이 커 하반기 제2차 세계 대유행 할 경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절벽 리스크가 장기화 될 수 있다.

앞서 3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석유 생산량 감산 합의 실패로 촉발된 유가 전쟁도 언제 끝이 날 지 알수 없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30%의 원유 수요 감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5~6월 하루 970만 배럴의 감산을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는 단기적인 조치일뿐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정한 석유 생산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유가가 극단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2015~2016년의 경우는 유가 급락기임에도 불구하고 석유제품 수요 증가와 정제마진 상승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한 전례가 있다. 다만 이번엔 코로나19 종식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호조 가능성에 기댈 수도 없다.

정유업계는 유가 향방도, 코로나19 팬데믹 향방도 어떻게 전개될지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위기'에 놓여 있는 셈이다. 과거에 닥쳤던 위기가 단발성이었다면 이번 위기는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공포감이 훨씬 더 크다.

장기적인 실적 악화는 재무구조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영업손실 사태가 지속되거나 영업이익 규모가 현저하게 감소할 경우 현금창출력 약화에 따라 당장 현금흐름에 부담이 된다. 차입금 규모가 늘어나고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신용등급 하향 조정 압박이 세지는 악순환의 구조에 빠질 수 있다.

정유업계는 그렇지 않아도 2018~2019년 신규 프로젝트 투자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었다. 최근 몇년 간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으로 인해 배당금 확대, 자기주식 취등 등 주주가치 제고 목적의 자금소요도 상당했다. 올 1분기 대규모 적자로 인해 재무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당장은 정유업계 역시 회사채 발행이나 외부 차입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 기조 장기화 가정 속에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의 운전자금 축소도 예상된다.

위기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각 사별 대응전략도 차별화 될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유무나 모기업 지원 가능성에 따라 서바이벌 전략도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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