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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충당금 적립규모 '갑론을박' 미국·유럽과 IFRS9 회계 도입시기 상이, 부도율(PD) '변수' 설정 관건

손현지 기자공개 2020-05-25 13:48:39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2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해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아야할까. 올들어 글로벌 금융사들이 유독 충당금을 높게 쌓으면서 국내 은행들을 향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KB·신한·하나금융의 2020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질의응답(Q&A) 시간에도 '충당금 정책 계획'이 단골 질문으로 등장했다.

이는 미국·유럽 주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비용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영국 HSBC, 프랑스 BNP파리바, 스페인 산탄데르, 독일 도이체방크 등 유럽 최대은행들은 1분기에만 충당금을 10조8299억원 쌓았다. 전년 동기(4조4725억원)와 비교하면 두배 넘게 늘어났다. 해당기간 미국 빅4은행으로 불리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JP모건·웰스파고·씨티그룹 등의 충당금 역시 4배 넘게 폭증했다.

이에 비하면 국내 은행들의 충당금전입액 변동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전년 합계(2646억원) 대비 17% 늘어난 총 3108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하는데 그쳤다. 하나은행 적립규모는 되레 57% 감소했다.

시중은행 리스크 담당자들은 해외 기준에 맞춰 충당금 규모를 높게 설정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금융사들의 충당금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건 국제회계기준인 IFRS9(K-IFRS 제1109호)도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진단이다.

미국은 올해부터 IFRS9을 적용했다. 국내 금융사들이 2018년부터 도입한 것에 비하면 다소 늦은 셈이다. 이로 인해 미국 금융사들의 경우 대손 충당금 적립 방식이 기존 발생손실모형에서 기대신용손실모형(ECL·Expected Credit Loss)으로 바뀌었다.

발생손실모형은 원리금 연체 등 객관적 사건 발생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와 달리 기대신용손실모형은 부도확률(PD)에 기초해 집합적으로 손실규모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즉 미국 은행들은 발생손실모형에 따라서 충당금을 쌓다가 ECL를 적용하면서 예상손실에 근거해 추가로 충당금 반영분이 생겨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해운, 조선업 등 부실대출 채권 관리를 꾸준히해 상당부분 털어냈다"면서 "재평가 과정에서 환입되는 부분이 발생하면서 점차 전입액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 간에도 충당금 적립 규모가 상이한 건 PD 산출법을 위해 적용하는 변수들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은행 여신팀은 차주들과 채권의 신용상태를 보고 정상여신과 손상여신으로 구분한다.

정상여신이라 하더라도 집합평가 할 경우 은행들은 여신의 부도율(PD)과 부도시손실률(LGD), 부도시익스포져(EAD)를 계산해 시스템을 통해 충당금을 산출한다. PD가 높게 평가될수록 쌓아야 할 충당금도 많아진다.

PD 산정시 변수로 작용하는 지표들은 금리, GDP성장률, 주택가격 지수 등으로 다양하다. 은행의 리스크 전략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다. 예컨대 A은행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 GDP성장률을 PD산정 변수로 포함시킨 경우 그만큼 PD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반면 향후 경기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GDP성장률을 변수에서 제외한다면 충당금 적립요인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더 세밀한 관점에서는 정상여신을 다시 일반여신과 '스테이지(stage)2'라는 개념으로 재분류할 수 있다. 현재는 정상여신이지만 유의적으로 증가한 신용위험이나 이자보상배율, 현금흐름, 손익 등 문제가 발생할 여신(stage2)에 대해 추가 충당금을 쌓는다.

부실여신의 경우 다시 개별평가와 집합평가로 나눠 산출한다. 보통 손실발생 가능성이 미미하면 집합평가를 거쳐 충당금을 쌓는다. 그러나 익스포저가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엔 집합평가에서 떼어내 개별평가(DCF)로 충당금을 적립한다. 다만 개별평가 방식은 심사역들이 일일이 캐시플로우로 할인율을 계산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차주, 신용등급이 7A이하인 차주 등이 대상이다.

충당금 적립시 은행들이 섣불리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것도 쉽진 않다. 외부감사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도입된 핵심감사제 탓이다. 외부 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들은 담당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가장 유의해야 한다고 판단한 내용을 감사보고서 앞면에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4대 금융그룹의 외부 감사를 실시한 회계법인들이 지난해 해당 핵심감사 대상으로 모두 충당금을 꼽았다.

한 은행 CEO는 "예전에는 부실자산이 없더라도 금융사들이 충당금 쌓고 싶을 때마다 탄력적으로 전략을 취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엄격한 회계제도에 따라 충당금을 책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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