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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업 넥스트 오너십]대교그룹 후계자 누가 될까…오리무중 '형제 경쟁'③'실적내야 물려준다' 승계철학…강호준 '해외·CSO' vs 강호철 '투자·CFO'

최은진 기자공개 2020-06-03 08:00:02

[편집자주]

국내 학습지 돌풍을 일으키며 성장한 교육기업들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진입했다. 교육열풍에 힘입어 조단위 그룹으로 성장한 데 따라 승계작업이 녹록지않다.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학습지 대신 신성장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임무도 2세대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선두 교육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승계 현황 등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9일 16: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룹 후계자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이 있다면 '지분'과 '입지'가 꼽힌다. 그룹을 장악하기 위해 정량, 정성적으로 '영향력'이 입증되는게 필수다.

대교그룹의 후계구도에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없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두 아들은 극히 미미한 지분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입지면에서 볼 때도 취약하긴 마찬가지다. 모두 주요보직을 맡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이 없다. 그룹의 전폭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지는 '무기'를 갖지 못한 채 후계구도는 안갯속에 잠겨있다.

◇총수 두 아들 모두 승계후보, 동일한 직급·지분…경쟁조장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과 그의 아내 김민선씨 슬하에는 두 살 터울의 두 아들이 있다. 강호준 최고전략책임자(상무)와 강호철 최고재무책임자(상무)다. 각각 대교그룹의 전략과 자금줄을 쥔 중책을 맡고 있다.

형제가 대교그룹의 후계구도에 이름을 올린 건 10년 전부터다. 형제소유의 비상장 법인인 크리스탈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덩치를 키우던 상황에서 ㈜대교 및 대교홀딩스 등의 지분을 형제가 직접 혹은 크리스탈원을 통해 매입하면서 '승계'가 화두로 떠올랐다.

같은 시기에 강호준 상무가 미국 MBA를 마치고 대교그룹에 해외사업전략실장으로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승계가 점쳐졌다. 거의 입사하자마자 등기임원은 물론 주요보직까지 꿰차며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다. 동생 강호철 상무는 재무담당 임원 자리에 앉아 돈줄을 쥐었다. 크리스탈원을 통해 지배력을 확보한 계열사 대교씨엔에스, 대교아메리카의 대표이사도 맡았다.

하지만 중책을 맡고 있는 두 인물 가운데 누가 강영중 회장의 뒤를 잇게 될 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단지 ‘실적을 내는 쪽에 맡기겠다’는 강영중 회장의 승계철학이 시장에 돌아다닐 뿐이다. 그렇다고 실적으로 따질 때 두드러지는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두 인물 모두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게 없다.

◇강호준 상무, 全사업 총괄…해외사업 확대 임무 '고전'

강호준 상무는 그룹의 미래를 그리는 전략과 해외사업을 겸직하고 있다. 말하자면 대교그룹의 신사업을 책임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다지 내세울 성과는 아직 없다. 웅진, 교원그룹 등 경쟁사들이 렌탈 및 이커머스 등 신규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던질 때 대교그룹은 교육 단일분야에 의존하다시피 했다.

물론 부동산개발·SI·해양심층수 등으로 외연을 넓히긴 했지만, 주력으로 내세울만한 사업이 아니다. 실적이 몇백억원 수준으로 미미하다. 이마저도 상당부분은 내부거래로 채운다.


돈만 잘 번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실적으로 따져보면 분명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학습지 시장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고 신생 교육업체들이 늘어나는 데 따른 결과다. 대교홀딩스의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볼 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현재 매출액 7000억원대, 영업이익 2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강호준 상무에게 특명과도 같았던 해외사업도 별 소득이 없었다. ㈜대교가 보유한 해외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는 총 15곳이다. 미국, 중국, 홍콩,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해 있다. 현지 프렌차이즈를 중심으로 ‘아이레벨(Eye Level)’이라는 이름의 교육사업을 영위 중이다. 또 2018년 8월 인수한 미국 인공지능(AI) 수학교육 플랫폼 회사인 KNOWRE(노리) AMERICAS를 통해 스마트 러닝 솔루션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1991년부터 시작한 해외진출은 30년이 됐지만 적자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대교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강호준 상무가 막 해외사업을 맡았을 2014년엔 매출액 173억원을 올리며 4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약 6년간 매출액이 200억원대로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3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해 일부 해외법인을 구조조정 하면서 영업적자를 8억원 규모로 줄였다는 게 그나마 성과다.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대교아메리카만 놓고 봐도 매출액이 90억원 안팎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고 매년 10억~20억원의 순손실을 보고 있다. 이마저도 ㈜대교가 눈높이 수학 저작권에 대한 수수료 명목으로 연간 약 20억원 가량을 주는 데 따른 실적이 반영된 결과다. 누적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질 위기에 처한 대교아메리카에 수억원의 현금출자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지만 정상화가 요원하다.

◇강호철 상무, 자금줄 확보…풍부한 현금관리 및 적극적 자금운용

강호철 상무의 경우엔 CFO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딱히 눈에 보이는 실적이나 실패가 없다. 그런면에서 해마다 해외사업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 강호준 상무보다 다소 앞서는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강호철 상무의 역할이 자금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다른 해석도 나온다. 대교그룹은 기본적으로 무차입 경영기조를 이어간다. 대교홀딩스는 물론 ㈜대교는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현금성 자산을 차입보다 더 많이 확보하는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현금성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강호철 상무의 주요 과업인 셈이다. 적극적인 자금운용을 위해 재무조직 내 금융투자팀을 두고 있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무역금융·메자닌·DLB·ELS 등의 상품이나 롱숏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에도 가입한다. 전략적 자산배분을 통해 보수적인 투자를 한다는 게 대교그룹 입장이다.

㈜대교만 놓고 따져보면 2019년 사업보고서상 펀드상품에 가입한 규모는 1325억원 규모다. 전년도 1576억원과 비교하면 다소 축소됐지만 개별기업 기준으로 따지면 꽤 적극적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평가다.

펀드가입으로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바에 따르면 2018년 5억7000만원 손실로, 2019년 58억원 수익으로 인식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금이 수천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들쑥날쑥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야기한다. 2005년부터 투자한 인지컨트롤스라는 주식은 10년만인 2016년 손실을 보고 팔았다.

대교홀딩스는 나라썸, 한세TNG, 알팩스라는 비상장주식에 대해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전액 손상차손으로 장부에 반영했다. 물론 비상장 기업에 대한 실질적 투자수익은 차후 매각을 통해 이뤄지지만 현재로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자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꼽힌다. ㈜대교의 지난해 연결기준 이자비용은 총 52억원으로 집계됐다. 줄곧 20억원 이내로 관리하던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무차입 기조가 이어지고는 있으나 부채가 늘어나는 데 따라 이자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예전만큼 현금이 돌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업성과가 저조한데다 투자수익이 그 괴리를 채워주지 못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효율적 예산 및 자금관리가 강호철 상무의 임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호평을 하기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강호준 상무에 힘실린 잇딴 M&A…후계구도 곧 정해질듯

강호준·강호철 상무가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 따라 어떤 인물이 후계자가 될 지 윤곽이 그려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다만 최근들어 국내 교육사업 중심으로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볼 만 하다. 해외 및 신사업 측면에선 강호준 상무가 저조한 성과를 보였지만 국내 교육사업으로의 사세확장으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대교는 2018년 AI업체인 노리에 이어 지난해 학원전문 서비스 에듀베이션, 올 초 영유아 놀이체육브랜드 1위 트니트니를 인수했다. 교육업에 초점을 맞춘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 내 입지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목표다. 이를 지휘한 인물이 강호준 상무다. 이 때문에 차기 후계 자리가 강호준 상무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기도 하다.

대교그룹 관계자는 "강호준 상무는 CSO직책으로 그룹 전략 목표와 전략 과제 수립 등을 총괄하고 있다"며 "주요 유망 기업 인수로 디지털교육 제품 확대 및 플랫폼과 콘텐츠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호철 상무는 CFO로서 그룹의 투자 전략 및 효율적인 예산 운영 등을 담당하는 인물로, 그룹의 재무건전성 개선 및 회계 투명성 강화 등을 책임진다"며 "승계와 관련해서는 아직 나오는 얘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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