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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KAI, 영원한 숙제 '정부 리스크' 관리'지체상금·영업정지' 등 위험 노출…재무관리 부담

김성진 기자공개 2020-06-05 08:23:42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4일 16:1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일반 산업체들과 달리 방위산업체들에게는 '정부'라는 거대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리스크가 있다. 방산업은 이른바 G2B(Government-to-Business)로 불리는 정부와 기업 간 거래로 이뤄지는 탓에 정부의 힘이 절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방산업체들은 정부로부터 수주를 따낸 사업을 진행하다 차질이 생기거나 의혹이 불거지면 막대한 벌금을 지불한다. 의혹을 해명하고 벌금 중 일부를 돌려받는 과정 자체에도 인력과 비용이 투입된다. 국내 방산업을 이끄는 한국항공우주(KAI) 역시도 과거부터 정부와 상당한 마찰을 빚고 있으며, 이러한 마찰은 자금을 관리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수리온 납품지연 관련 지체상금 일부 면제

KAI는 최근 과거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부과 받은 지체상금에 대해 일부 면제 결정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구체적으로 방사청이 2016~2018년까지 3개 사업연도에 걸쳐 부과한 1689억원 중 694억원을 돌려받는 내용이다. 면제되는 금액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의 2.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체상금이란 일종 손해배상 성격의 징수금액으로 계약대상자가 계약한 날짜에 제품을 납품하지 못할 경우 납부해야 하는 금액을 뜻한다. 정부가 판단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이 늦어지는 경우 지체된 금액, 지체상금율, 지체일수 등을 고려한 계산을 거쳐 지체상금이 결정된다.

이번 지체상금과 관련한 내용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AI는 정부로부터 KUH-1 수리온(2차양산) 항공기 조달 등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총 1조7162억원이었으며 KUH-1 수리온 66대가 계약의 주 내용이었다.

그러나 KAI가 제조한 수리온에서 체계결빙이라는 결함이 발견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체계결빙이란 항공기가 겨울철 먹구름 속을 비행할 때 기체와 날개 등에 얼음이 생기는 현상을 뜻한다. 얼음 조각이 떨어져 나가면서 엔진 등에 악영향을 줘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방사청이 수리온에 대한 체계결빙 성능시험을 실시한 결과 부적정 판정이 내려졌고 납품은 중단됐다. 방사청의 KAI에 대한 지체상금 부과는 바로 이 납품중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KAI는 방사청이 부과한 지체상금 1689억원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면제를 요청했다. 오롯이 KAI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KAI는 공시를 통해 "체계결빙 관련 당사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발생한 약 1282억원의 지체상금 면제를 요청했다"며 "방위사업청은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를 통해 약 694억원의 지체상금을 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리스크 관리 스트레스는 CFO 몫

KAI의 리스크는 지체상금뿐만이 아니다. 영업정지에 대한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방사청은 2월 KAI에게 약 1년 9개월간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입찰 참가를 제한토록 하는 처분을 내렸다. KAI를 부정당업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5년 수리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KAI 협력사들이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이러한 리스크는 회사의 재무를 책임지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입장에서는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금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힘들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지체상금 부과, 영업정지 등은 몇 년 동안 지속되는 리스크라서 관리하기가 더욱 까다롭다.


무엇보다 보수적으로 재무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도 있다. 지체상금 규모가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다 보니 항상 이에 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KAI는 올 1분기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라는 예상 밖의 질병 사태에 대비한 것도 있었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영업정지에 대비한 것이기도 했다.

현재 KAI의 재무는 김준명 관리본부장(상무)이 총괄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실장을 맡고 있는 김 상무는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관리본부장도 겸임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방산비리 등의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현재 과도한 정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와 업체들이 현재 정책적 모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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