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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비즈니스 '역발상'이 필요하다 [thebell desk]

이승우 자산관리부 부장공개 2020-06-11 13:38:27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0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물 반, 고기 반입니다."

어느 PB가 지점 상황을 전하는 말인데 의외여서 놀랐다. 라임사태 후폭풍으로 고객의 발길이 뚝 끊어졌을 것이라는 예측과는 너무 다르다.

사모펀드 판매에 애로를 겪고 있는 건 분명하다. 무궁무진한 기초자산으로 무장한 사모펀드가 위축되면서 상품의 다양성도 사라졌다. 펀드나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 전통적인 상품으로 회귀하고 있다. 고객들이 새로운 투자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이 PB가 전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은 '자산가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이다. 넘치는 돈을 어디에 혹은 어떻게 '관리'해야할지 혼란스러워 한다. 그래서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

이런 분위기는 PB나 금융회사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고객 유치의 절호의 기회다. 지점을 화려하게 꾸미거나 이벤트를 벌이지 않아도 알짜 고객이 스스로 찾아올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다른 금융회사나 PB에게 상처 입은 고객을 쓸어담기만(?) 해도 된다.

시중 유동성은 흘러 넘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3월 통화량(M2)은 2982조6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늘었다. 최근 몇년 사이 이 증가율은 이어지고 있다.

유동성이 풀리면 돈값이 떨어지고 자산가격이 오른다는 걸 부자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게 더 불안하다보니 진정한 '자산 관리'에 대한 니즈가 폭증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위기가 공존하고 있기에 PB들이 섣부르게 접근하는 건 금물이다.

일부 자산가들은 동학개미운동에 올라 타 직접 주식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자산가들이 크게 돈을 잃었다는 소문이 들린다. PB나 금융회사가 안전판 역할을 못했다. 여전히 부동산 불패에 집착하는 자산가도 많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현재, 전문가들의 조언과 손길은 필수다.

어찌됐든 투자에 나서야 겠다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넘치는 유동성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산가들이 많다. 하지만 '믿고 맡길' 상대를 못 찾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동안 친 사고의 강도에 따라 신규 고객 창출 능력이 본격적으로 판가름 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과잉 유동성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PB 비즈니스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믿기지 않겠지만 이 와중에 일부 하우스는 사모펀드 판매가 오히려 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하우스는 비즈니스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사고 뒤처리에 허덕이는 수준이다. 새로 부임한 CEO도 사고가 터진 PB 비즈니스 부서를 '문제아' 취급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을 오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이야말로 넘치는 PB 비즈니스의 수요를 잘 활용할 때다. 역발상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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