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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하는 한미약품]'싸이디오시그마' 미래 비전의 의미②2세 임종윤 대표의 선언, 스마트헬스케어시티에 디지털 접목 추진

강인효 기자공개 2020-06-30 07:30:37

[편집자주]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신약개발'과 '기술수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과 총 9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신약 개발 능력을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글로벌 시장 도전은 어려운 일이다. 기술수출 중 5건은 해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미약품그룹은 글로벌 시장 진출 도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한미약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6대 미래 사업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한미약품의 도전과 미래 과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9일 10: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5일 한미약품 창립 47주년을 맞아 6대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포스트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대 속 그룹의 미래 지향점과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번 비전 발표는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직접 했다. 한미사이언스가 그룹 지주사로 태동한 지 10년 만이다.

임 사장은 2010년 7월 한미약품이 인적분할되면서 한미사이언스라는 존속법인으로 바뀜과 동시에 부친인 임 회장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각자 대표에 올랐다. 부친이 물러난 2016년부터는 단독 대표를 맡아 그룹 지주사 경영을 이끌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비전 선언의 주체는 오너 2세다. 오너 2세가 전면에 나서 또 다른 50년을 준비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비전속에서 한미약품은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 거시적 미래 제약·바이오·보건복지 솔루션 등을 아우르는 비전이다. 전통 제약 산업에 디지털 바이오까지 접목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6대 비전 ‘싸이디오 시그마’

한미사이언스가 새롭게 제시한 6대 미래 비전은 △사이버 교육(Cyber Education) △디지털 바이오(Digital Bio) △오럴 바이오(Oral Bio) △시티 바이오(City Bio) △그린 바이오(Green Bio) △마린 바이오(Marine Bio) 등이다. 영문 앞 두 글자를 따 ‘싸이디오 시그마(Cydio Cigma)’로 명명했다.

'오럴 바이오’는 한마디로 경구용 의약품을 뜻한다. 400개 이상 경구용 의약품을 개발한 한미약품의 기술력을 적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를 경구용으로 개발하는데 나서기로 했다. 현재 전 세계 800여개의 코로나19 관련 신약이 개발 중이지만, 경구 또는 비주사제로 개발되는 신약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 대표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임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마린 바이오’라는 생소한 영역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의 바이오 뱅크이자 지구표면의 70%를 감싸고 있는 ‘바다’에서 미래 비전 사업을 찾는다는 구상이다. 2004년 독일에서 바다 달팽이의 독성을 이용해 만들어진 진통제 ‘프리알트’는 2017년 270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또 일본에서 개발해 201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을 받은 검정 해변 해면 기반 항암제는 2017년 3억6000만달러의 매출을 창출했다.

임종윤 대표는 2017년 이탈리아 로마의 가톨릭 의대, 제멜리 종합병원과 한국·이탈리아의 공공의료를 위한 공동 연구 협약을 맺었다. 이어 양국의 공통적 문제인 저출산, 신생아 건강, 산후 관리 등의 연구를 위한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더 나아가 이탈리아 등 글로벌 바이오뱅크와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기 위해 로마의 가톨릭 의대와 같은 글로벌 자매 학교에 ‘사이버 교육’ 과정을 개설해 협력의 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임 대표는 “한미약품그룹은 만성질환이나 임신 건강 관리뿐 아니라, 코로나19 완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메디컬 소프트웨어 및 이와 관련한 다수의 글로벌 특허를 출원 중”이라며 “특히 ‘디지털 바이오’ 구현을 통해 이탈리아 등의 협력 병원에 이를 동시에 적용하게 되면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장경식 경상북도의회 의장, 김진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청장 대리, 이철우 경북도지사,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 이강덕 포항시장,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 / 사진=한미사이언스
◇‘시티 바이오·그린 바이오’ 드라이브

한미사이언스는 싸이디오 시그마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으로 가장 먼저 ‘시티 바이오’를 선택했다. 15일 경상북도, 포항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과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펜타시티)’에 한미약품그룹 미래 비전 실현의 주춧돌이 될 ‘한미 스마트 헬스케어 시티(HSHC)’를 건립하기 위한 투자협정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미사이언스가 경상북도, 포항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과 손잡고 3000억원에 달하는 HSHC를 건립하겠다는 구상이다. HSHC에는 향후 한미약품그룹의 6대 비전을 실현할 연구개발(R&D)센터를 비롯해 교육센터, 제조 및 지원 시설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한미사이언스는 방사광가속기와 극저온 전자현미경 등을 활용한 세포막 단백질 구조 연구, 표적 단백질 구조에 기반한 신약 개발 연구 등을 위해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텍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임 대표는 “의료 서비스(Medical Service), 연구개발(R&D), 제조(Manufacturing)가 함께하는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해 글로벌 의료 산업을 선도하고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해 공헌하겠다”고 강조했다.

100년이 넘는 국내 제약산업 역사 속에서 단일 기업이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대규모로 R&D를 위한 클러스터 조성에 나선 것은 한미약품그룹이 처음이다. 한미약품이 HSHC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에 어떤 방식으로 어느 규모로 투자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아직 없다. 다만 경상북도와 포항시 등은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인해 고무적인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사이언스는 싸이디오 시그마를 발표한 지 바로 다음 날인 16일 ‘그린 바이오’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드러냈다. 포항에 위치한 바이오 벤처인 ‘바이오앱’과 양사 상호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그린 바이오 신약 개발 플랫폼과 혁신적인 생산 공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바이오앱은 포스텍 연구교수를 역임한 손은주 대표가 창업한 곳이다. 식물 기반 단백질을 활용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및 생산하는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로부터 기술 투자를 지원받고 있는 바이오앱은 경상북도 포항에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 백신 공장 및 연구소 등 제조·연구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바이오앱과의 MOU를 토대로 코로나19 치료 및 예방을 위한 백신 개발에 나선다. 바이오앱의 원천기술인 그린 나노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면 필요한 단백질 항원만을 분리·정제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담배과 식물 일종인 '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를 재배하는 바이오앱의 밀폐형 식물공장 내부 / 사진=한미사이언스
특히 식물에서 분리·정제한 재조합 단백질을 활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으면서도 효과는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한미사이언스는 바이오앱의 혁신적인 식물 기반 단백질 생산 공정에 주목하고 있다. 대규모 시설 구축이 필요한 기존의 바이오 공장을 뛰어넘는 혁신 생산 공법을 그린 바이오에서 찾겠다는 계획이다.

임종윤 대표는 “기존 동물이나 미생물을 활용한 유전자 재조합 방식뿐 아니라 최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식물 기반 유전자 재조합 기술도 미래 한미약품그룹이 품어야 할 의미 있는 바이오 영역”이라며 “특히 그린 바이오 생성 공정을 도입하면 이 분야의 ‘게임 체인저(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제품이나 기업)’로 등극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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