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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차등형 펀드 '능사' 아니다 [thebell note]

김시목 기자공개 2020-06-29 13:42:18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5일 08:0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극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헤지펀드 시장의 이면 이슈 중 하나는 손실차등형 펀드의 등장이다. 한국투자신탁, 타임폴리오 등 입지를 다진 덩치 큰 운용사 중심으로 속속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싸늘하게 돌아선 펀드 고객도 손실차등형 구조만큼은 반겼다.

손실차등형 펀드는 선순위(일반 고객)와 후순위(운용사, 관계사 등)로 나눠 자금을 모집한다. 운용사마다 투자처는 제각각이지만 기본 콘셉트는 같다. 손실 발생 시 후순위가 원금을 일정 수준 방어한다. 반대로 목표 수익을 달성하면 그 이상은 후순위의 몫이 된다.

고객들은 손실 리스크가 확산되는 등 사모펀드 외면 분위기에도 원금을 일정 부분 보전해주는 조건인 만큼 투자에 우호적이다. 운용사도 코로나19 후 자산가치가 폭락하는 등 저점이라고 여기면서 펀드 설정에 보다 적극적이다. 수급 여건은 자연스럽게 조성됐다.

그렇다면 유력한 대안 상품으로 부상한 손실차등형 구조가 시장 위기 혹은 침체를 돌파할 최선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요'다. 새로운 상품 등장을 환영만 하기엔 헤지펀드 시장 도약에 걸림돌이 될 만한 부정적 요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손실 보전 자체가 당장의 고객 유인을 위한 측면이 강한 반면 절대수익 창출이란 정체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수익이 최대 목적인 헤지펀드가 손실 보전이나 즉각적인 펀드 청산 시나리오까지 고려해야 하면 운용 및 전략상의 왜곡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기존 헤지펀드 상품의 입지가 축소될 위험도 높다. 가령 A와 B라는 상품이 있을 경우 한 쪽은 손실을 보전해주고 다른 쪽은 해주지 않는다면 후자를 택할 명분은 떨어진다. 보전 자체가 나쁘다할 수 없지만 기존 펀드 상품의 '구축 효과'란 측면에선 위협 요인이다.

동일 콘셉트의 상품을 내놓는 운용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덩치를 갖추거나 탄탄한 입지나 배경을 가진 곳들이란 점을 감안하면 결국 전체 생태계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형 운용사들은 신규 펀드 출시 등의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손실차등형 펀드는 마땅한 해법이 없는 현 시점의 처방에 그쳐야 한다. 과도하고 지속적인 확산은 기존 상품을 구축하고 유망한 신규 운용사의 기회가 줄어드는 등 시장 발전에 발목을 잡는 잠재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손실차등형 펀드가 능사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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