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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한국형 TDF' 주역, 김정훈 연금사업본부장③20년 펀드 내공 '상품 전문가'...기업 퇴직연금 운용 솔루션 제공 '목표'

김수정 기자공개 2020-07-14 13:53:13

[편집자주]

삼성자산운용은 260조 원을 굴리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자산운용사다. 지난 20여 년간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혁신적인 상품 개발뿐 아니라 선진 운용 시스템, 체계적인 위험 관리 능력을 갖춰 업계를 선도한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삼성자산운용의 중심에서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3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정훈 삼성자산운용 연금사업본부장(상무·사진)은 외국계 은행을 거쳐 자산운용사에 합류하기까지 20년 가까이 펀드와 관련된 내공을 쌓아온 금융상품 전문가다.

삼성자산운용의 '한국형 TDF(Target Date Fund)'가 시장에 안착해 1조원 규모로 몸집을 불린 일등공신이다. 특유의 집중력과 추진력으로 판매사 확보부터 마케팅까지 직접 챙겼다.

연금본부장으로 부임한 지 5년차를 맞이한 가운데 김 본부장은 안주하지 않고 한발짝 더 나아가고 있다. 연금 적립 수단인 TDF뿐 아니라 연금자산 인출 이후 이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줄 상품까지 체계적으로 갖추고 육성하는 게 그의 다음 목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확정급여(DB)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보험사·은행·운용사 다방면 경험한 '펀드 전문가'

김 본부장은 금융권에서 다양한 상품 관련 직무를 경험했다. 1970년생인 그는 고려대 식량자원학과를 나와 1994년 삼성화재에 입사하면서 사회 생활 첫 단추를 뀄다. 당시 금융회사는 일반 대기업에 비해 근무 여건이나 처우가 월등히 좋은 직장으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금융산업에 대한 관심도 컸던 김 본부장은 전공과 무관하게 보험회사를 첫 직장으로 선택했다. 삼성화재에서 그는 영업교육과 일반 관리직을 다양하게 맡았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2003년 씨티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두 번째 커리어를 시작했다. 씨티은행에서는 본점 자산관리그룹(WMG)에 배속돼 상품 세일즈와 마케팅 관련 업무를 했다. 상품 리서치와 고객 포트폴리오 리뷰 등이 주 업무였다. 더불어 고객에게 회사 투자전략을 전달하기도 했다. 상품을 투자자에게 잘 전달하고 판매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들을 두루 담당했다.

김 본부장이 삼성자산운용에 합류한 건 씨티은행 입사 4년차 되던 해인 2007년이다. 당시 삼성자산운용 인사팀장으로 있던 삼성화재 입사 동기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았다. 리테일 창구에서만 하루에 수천억원이 펀드로 들이닥쳤을 정도로 펀드 붐이 절정에 달해 있었던 시기다. 2004년 카드 사태 직후 800포인트 선이던 코스피가 2000포인트까지 뛰어 올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사이트' 펀드로만 시중 자금을 4조원 넘게 끌어 모았다.

법인 대상 홀세일에 집중했던 삼성자산운용이 리테일 펀드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고민 끝에 김 본부장은 삼성자산운용 리테일 마케팅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김 본부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한껏 부풀었던 버블이 꺼졌고 2~3년 간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김 본부장은 "판매했던 펀드 중 좋은 성과를 가져다 준 펀드도 많지만 판매하고 나서 수익률이 저조해 고생했던 펀드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리테일 마케팅을 하는 동안 김 본부장이 중요하게 여긴 건 '손님이 어떤 상품을 원하는가'였다. 손님이 찾는 상품을 적시에 제공하는 게 업무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늦게 보니 손님이 어떤 상품에 관심을 가질 땐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상품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제공하는 경우 공감을 얻기 쉽지 않았다. 이에 대한 해답은 아직 명쾌하지 않다. 김 본부장은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보니 손님이 찾는 물건을 제공했을 때 결과가 좋았던 적보다 안 좋았던 적이 많다"고 회상했다.

◇초대 연금본부장, 한국형 TDF 안착 '선봉'

김 본부장은 2016년 신설된 연금사업본부 초기 멤버로 발탁되면서 처음 본부장 자리에 앉았다. 삼성자산운용은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2004년부터 연금 비즈니스를 하고 있긴 했지만 관련 조직은 팀 단위로 크지 않았다. 비즈니스 확장에도 한계가 있었다.

삼성자산운용은 2016년 퇴직연금 비즈니스에 대한 자원 투입을 본격적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한국형 TDF'를 론칭하고 연금사업본부를 신설했다. 당시 부장 직급이던 김 본부장이 연금본부 수장으로 발탁됐다.

신생 본부를 자리잡도록 이끄는 건 궂은 일이었다. 김 본부장은 연금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가장 먼저 퇴직연금 역사와 제도에 대해 공부했다. 은행 시절 금융상품을 분석하고 운용사 리테일 마케터로서 펀드를 만들어 판매하는 등 다양한 상품 관련 경험을 쌓은 그에게도 연금 상품은 생소했다. 사업 계획과 마케팅 전략을 잘 세우려면 상품 자체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퇴직은금 시장의 역사와 제도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식이 쌓일수록 TDF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했다. 김 본부장은 "특정 국가나 섹터에 투자해서는 변동성을 이기기 어렵다"며 "연금자산을 관리하려면 자산운용업자가 고객들에게 자산 배분과 분산 투자, 리스크 관리를 다 알아서 해 줘야 하는데 여기에 부합하는 게 TDF"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주나 미국, 영국 등 웬만한 선진국들은 이미 다 TDF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시장도 당연히 그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TDF에 온 역량을 쏟았다. 무언가에 집중하면 주위를 돌아보지 않을 정도로 집중력 있게 해내는 그의 성향이 진가를 발휘했다. 계열사에 의존하기보단 대형 은행들을 꾸준히 접촉하며 판매사를 늘리는 작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했다. 김 본부장은 "다양한 판매사들이 우리 철학에 공감해준 덕분에 운 좋게 판매사를 폭넓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의미 있는 한 번의 식사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모토가 판매사 확보에 많은 부분 기여했다. 모든 판매사와의 만남에 정성을 다해 임한 결과 그 중 몇 명으로부터 결정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 김 본부장은 "상품이 성공하려면 운도 따라야 하지만 우선 판매하는 사람의 의지와 철학이 확고해야 한다"며 "또한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삼성 한국형 TDF를 국내 대표 TDF로 키워낸 공로로 각종 협회나 언론사 상을 휩쓸었다. 내부적으로도 성과를 인정 받아 2018년 11월 상무로 승진했다. 경쟁사가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확대한 지난해엔 마음 고생을 상당히 했다. 긍정적인 관점으로 볼 땐 경쟁을 통해 경쟁 당사자들과 시장이 모두 성장하는 성과가 있었던 한 해였다. 하지만 줄곧 지켜온 시장 1위 지위를 놓친 데 대해 자책감을 피할 수 없었다.

◇"연금 '인출기' 상품 강화, 기업 DB형 퇴직연금 솔루션 제공 목표"

올 9월이면 김 본부장이 연금사업본부 키를 잡은 지 만 4년이다. 그간 연금사업본부는 삼성자산운용 핵심 사업본부로서 존재감을 굳혔다. 한국형 TDF 설정액은 올해 신규 출시된 상장지수펀드(ETF) TDF까지 통틀어 1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자산운용 전체 공모펀드 설정액 46조원 가운데 2% 가량이 TDF를 통해 들어왔다.

사모펀드와 일임까지 포함한 전체 운용 자산 263조원에 비하면 TDF 잔고는 0.4% 수준이다. 그럼에도 TDF가 전체 매출에서 기여하는 비중은 7% 가까이 된다. 지난해 90억원 수준이던 TDF 운용 수익은 올해 훌쩍 늘어나 1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본부장의 목표는 연금자산 '적립기'와 '인출기' 상품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키우는 것이다. 적립기 상품인 TDF는 이미 외형이 상당히 커져 시장에 안착했다.

하지만 그간 적립, 운용해 온 연금 자산을 수령하는 은퇴 이후 시기에 최적화된 타깃인컴펀드(TIF) 같은 경우 아직 시장 인지도나 판매 성과 측면에서 부진한 편이다. 대체로 한국인은 연금자산을 일시에 수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이 점은 향후 개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또 하나 목표는 기업의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운용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갖추는 것이다. 현재 DB형 퇴직연금 135조 가운데 94%가 예금에 투자돼 있다. 종업원 임금 상승분을 지속 적립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이 적립금을 예금으로만 굴리는 건 리스크가 상당하다. 김 본부장은 장기적으로 기업이 DB형 퇴직연금을 부담 없이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김 본부장은 "연금시장은 속성 자체가 무거워서 잘 움직이지 않고 일단 방향을 틀었다 해도 변화가 체감되기까지 오래 걸린다"며 "시장 자체가 성숙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20조원 퇴직연금 자산 가운데 펀드로 운용되는 건 20조원 밖에 안된다"며 "그만큼 성장 여지가 크면서도 해야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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