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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세평

김장환 금융부장공개 2020-07-24 07:59:25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3일 07:4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고위공직자를 요직에 올릴 때 반드시 거치는 비공개 절차가 있다. '세평(世評)' 조회다. 청와대 주도 하에 주로 경찰이 진행한다. 대상자의 과거와 현재 조직, 내부 직원, 주변 지인을 통한 평판 조회를 하고 '통과' 여부를 점검한다. "5~6통 전화를 돌리면 결과가 딱 나온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국책은행 쪽에서는 요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에 대한 세평 조회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말이 들린다. 임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이 회장을 또 다른 자리에 기용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의 움직임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세평 절차가 시작됐다는 건 산업은행이 3년만에 다시 수장 교체 기로에 섰다는 점을 실감하게 만든다.

세평과 결부해 보자면 이 회장은 3년여 재임 기간 동안 산업은행이 안고 있던 난제를 잘 풀어낸 인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기업 구조조정의 성공적 견인이 많이 언급된다. 특히 수년 동안 지지부진 미뤄졌던 금호그룹 정리 작업을 그의 손으로 끝낸 게 대표적이다. 취임 직후 거래에 엮여있던 시중은행 회장실을 찾아가 큰소리로 담판을 짓고 온 덕분에 결론을 낼 수 있었다는 일화가 있다. 혹자는 "이동걸 부임 전 수년 동안 거친 금호 구조조정은 모두 실패한 구조조정"이란 말도 한다.

외부의 숱한 공격에도 크게 굴하지 않은 꼿꼿한 자세를 보여준 것도 내부 직원들이 높이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다. 전임자이자 동명이었던 이동걸 전 회장은 푸근한 성격에 맞게 '키다리 아저씨'란 애칭을 얻었다면 이 회장은 예나 지금이나 '원칙주의자'란 딱딱한 별칭이 따라 붙는다. 그만큼 힘 있는 자세로 방패 역할을 잘해준 덕분에 외부 눈치를 보지 않아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는 산업은행 사람들이 많다.

강직한 성향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일화가 최근 있었던 금감원의 키코 배상 권고 거절이다. 윤석헌 금감원장과 이 회장은 진보 학자로 만나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이 다섯살 터울 동생이다. 윤 원장은 키코 배상 문제에 있어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2018년 원장으로 오기 전부터 은행들의 키코 배상 필요성을 천명했고 금감원에 와서도 의욕적으로 밀어 붙였다.

정작 금감원의 키코 배상 요구를 가장 먼저 거절한 은행이 바로 산업은행이다. 내부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면 자신이 떠난 뒤 조직이 훗날 '배임'이란 법적 문제에 부딪히는 것을 우려해 이를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개인적 친분을 생각했다면 다른 결정을 내렸을 법도 한 데 그러지 않았다. 일부 인사들이 윤 원장과 사이에 대한 걱정어린 조언을 했지만 "괜찮다 내가 책임진다" 말로 상황을 정리했다고 한다. 인정보다 조직을 먼저 생각한 셈이다.

이런 사례들이 많이 들려서인지 이 회장의 세평을 수집하고 있는 당국자들도 "재미가 없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는 후문이다. 자고로 험담처럼 재밌는 이야기가 없는데 산업은행 내부에선 주로 좋은 말이 도는 모양이다. 그동안 연임 사례가 없었던 산업은행에서 역대 첫 연임 회장이 될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되는 것도 괜한 게 아닌듯 하다. 사례가 없었을뿐이지 원칙상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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