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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판매사 수난시대]사고는 운용사가 치고, 책임은 판매사가①투자자·당국, 판매사 책임전가로 사태해결…"권한 없이 책임만, 판매사도 피해자"

이효범 기자공개 2020-07-29 08:05:19

[편집자주]

자산운용사의 모럴해저드는 누구 책임일까. 라임,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자산관리(WM)시장에 이같은 화두를 던졌다. 사기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일부 사모펀드의 부실한 운용실태가 민낯을 드러냈다. 문제는 부실운용의 책임이 고객과 접점에 있는 판매사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시비비가 가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조차도 판매사의 보상안 마련을 독려한다. 업계는 이같은 마녀사냥식 해법이 WM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전례를 남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더벨은 최근 사모펀드 시장에 벌어진 환매중단 사태에서 판매사를 앞세운 사태수습이 적절한지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4일 07:0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옵티머스펀드 사태 수습이 본격화 하면서 판매사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잇단 환매 중단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운용사의 '모럴해저드'로 지목되지만 투자자 보상 책임은 판매사가 오롯이 떠안을 처지다.

아직 잘잘못이 가려지지 않았는데도 금융감독원 주도의 선보상안이 논의되면서 판매사들은 더욱 난감하다. 오히려 피해자 일 수 있는 판매사에게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운용사 모럴해저드 '속수무책', 허점 드러낸 펀드 생태계

WM 시장에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올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실물경기를 위축시켰고 이에 따라 만기에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모펀드들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 판매사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라임과 옵티머스펀드다.

두 펀드는 운용사의 '모럴해저드'와 결부된 환매중단 사태라는 점에서 '투자실패'와 결이 다르다. 라임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신규 투자자 자금을 기존 펀드 투자자의 상환 자금으로 쓰는 폰지사기 혐의부터 고객에게 투자키로 한 자산과 다른 자산을 펀드에 편입하는 부실운용 혐의까지 받는다.

국내 사모펀드 생태계의 제도적 허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은행, 증권 등 판매사에게 고객 자산관리는 비즈니스의 한 축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 수익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운용사로부터 사모펀드를 공급받고 고객은 판매사를 통해 펀드에 가입한다. 판매사들은 내부 상품심의를 실시해 고객에게 공급할 상품을 검증한다.

그렇지만 고객 자금은 펀드를 만든 운용사로 흘러들어가지 않는다. 수탁사가 고객자금을 보관하고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주식, 채권을 비롯해 대체자산을 보관한다. 펀드는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 금융투자상품이라 판매사나 자산운용사가 파산하는 사태에 대비한 체계다. 또 수탁사는 공모펀드에 대해서는 운용사의 부당한 지시 등에 응하지 않을 수 있으며 감시감독할 권한도 있다. 다만 사모펀드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는 법적으로 면제돼 있다.

사무관리사는 펀드에 편입된 자산을 바탕으로 기준가를 산정한다. 기준가는 펀드에 편입된 자산의 현재가치를 반영한 펀드 1000좌당 가격이다. 기준가는 펀드 운용 실태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라는 점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신호다. 그러나 환매중단이 발생하기 전까지 라임이나 옵티머스펀드에 어떤 자산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판매사, 수탁사, 사무관리사에 이어 감독당국의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애초에 투자키로 한 자산과 실제 편입한 자산이 다르다는 점을 수탁사가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사무관리사도 투명하게 기준가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금감원은 옵티머스펀드의 부실운용 징후를 파악했으나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조사가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코스닥상장사 에이치엘비는 하이투자증권을 통해 수백억원의 투자를 집행하면서 피해가 확산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사모펀드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외 다양한 자산으로 투자영역을 넓혀왔다"며 "그러나 허술한 펀드 운용 및 관리 체계로 인해 운용사가 문서를 위조하면서까지 허점을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펀드 운용의 실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게 기준가"라며 "기준가 작성만이라도 투명했다면 이같은 운용사의 모럴해저드는 징후를 더욱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무역금융펀드 100% 보상 조정안, 결국 판매사 탓?

문제는 운용사의 모럴해저드로 불거진 사태가 모두 판매사 책임과 부담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가 명백히 가려지기도 전에 보상안을 통한 분쟁조정을 독려하고 있다. 결국 판매사가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일례로 지난달 30일 금감원 분조위는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민법 제109조인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100% 배상 결정을 내렸다. 투자상품 원금 전액 배상 권고는 처음이다. 투자계약을 맺은 시점에 이미 기존 투자원금의 최대 98% 손실이 났는데도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게 결정 배경이다.

배상안 수용 여부를 두고 판매사는 골치를 썩이고 있다. 100% 보상을 실시할 만큼 판매사에 책임소재가 명백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책임소재가 명백히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경영진이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라임펀드 판매사 선보상과 관련해 배임 논란이 이는 것을 두고 사적 화해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판매사가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상을 진행하는 것은 배임이라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 금감원은 은행에 배임 관련 자본시장법상 위반 등으로 처벌하지 않겠다는 비조치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판매사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이 선을 그었다고는 하지만 분조위의 배상안을 받아들일 경우 향후 어떤 법적 문제가 유발될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주주들이 형법상 배임문제를 제기할 경우 금감원의 스탠스와 달리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이같은 배상안은 국내 WM시장의 근본을 뒤흔드는 선례가 될 수 있다.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한 손실을 판매사가 전액 보상해주기 시작한다면 향후에도 고객들의 보상요구도 잇따를 수밖에 없다. 판매사 입장에서 돌이킬 수 없는 전례를 남기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라면 판매사가 책임이 있는게 맞지만 이같은 시시비비가 가려지기도 전에 판매사가 보상안을 내놓는 건 자본시장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며 "환매중단 사태에 대한 판매사 보상이 공식처럼 성립된다면 앞으로 어떤 금융사가 투자상품을 판매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판매사도 '피해자', OEM펀드 규제도 '걸림돌'

그렇다면 고객들에게 선제적으로 배상을 해야할 만큼 판매사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판단은 펀드 별로 다를 수 있다. 다만 한가지 주목할만한 부분은 판매사가 운용사의 모럴해저드를 감시·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고객들에게 불완전판매를 한게 아니라면 판매사 입장에서는 보상해야 할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판매사가 '우리도 피해자'라고 토로하는 배경이다. 선관주의 의무에 따라 펀드 운용을 감시·감독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자칫 운용개입에 따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펀드 판매라는 오해를 살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OEM펀드를 판매한 혐의로 NH농협은행을 제재했다. 펀드 판매사에 대한 첫 제재 사례다.

더 큰 문제는 또다시 운용사의 모럴해저드로 인한 부실운용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라임펀드와 같이 판매사가 환매 중단된 펀드 투자자에게 선보상하는 방안이 관례로 자리잡으면 판매사는 '권한 없는 책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다만 책임여부를 차지하고 고객자산을 관리해온 판매사 입장에서는 고객과의 신뢰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법적공방보다는 일정수준의 선보상을 채택해 자발적인 '사적화해'로 방향을 튼 사례들도 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판매사들이 운용사의 모럴해저드로 발생한 사태에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매사 관계자는 "운용사의 모럴해저드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운용사에 자산을 상시 감시해야 하는데 이 역시도 위조된 서류일 가능성도 있거니와 운용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고객자산을 관리해야 한다는 선관주의 의무가 부여된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운용사에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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