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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애물단지서 복덩이로]삼보개발 베어크리크GC '회원제보다 나은 퍼블릭'고급화 전략, 예치금 제도 활용…오너 2세 류경호 대표가 지배

고진영 기자공개 2020-07-28 14:21:23

[편집자주]

골프장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퍼블릭과 회원제 불문 '풀 부킹'이 된지 오래다. 과거 취약한 재무구조 탓에 퇴출 1호로 몰리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애물단지 신세를 벗었다. 영업실적이 고공행진하면서 회원권 시세는 수직상승했고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차입 의존도가 높았던 사업장은 서서히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성공하고 있다. 주 52시간제와 온화한 기상여건에 더해 코로나19와 같은 외부 변수도 우호적인 경영환경을 만들고 있다. 더벨이 변화무쌍한 골프장 현장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4일 14: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보개발은 2003년 포천에 베어크리크GC를 개장하면서 레저 분야에 처음 진출했다. 등장부터 남달랐는데 당시 퍼블릭 골프장으로서는 드물게 36홀로 문을 열었다. 이 때만해도 퍼블릭은 구색만 갖춘 조악한 골프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런 인식을 단번에 깼다.

2011년에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가 불발로 돌아갔다. 8년 만인 지난해 하반기 마침내 두 번째 골프장인 베어크리크 춘천GC를 지어 규모를 키웠다. 춘천GC 역시 포천GC 와 마찬가지로 회원제 못지않은 고급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평가다.

◇회원제 버금가는 퍼블릭, 예치금 통한 골퍼 관리

삼보개발이 운영하는 베어크리크 포천GC와 춘천GC는 퍼블릭 골프장이지만 예치금 제도가 있다. 노쇼(No-Show)를 막기위한 일종의 위약금이다. 30만원을 내고 인터넷 회원이 되지 않으면 예약자체를 할 수가 없다. 퍼블릭 골프장 치고는 꽤 콧대 높은 방침인 셈인데 설립 초기부터 고수한 운영철학이다.

과거 퍼블릭 골프장은 회원제에 비해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코스를 대충 만들어 놓고 빠른 진행을 위해 고객을 양 몰듯이 재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베어크리크GC는 이런 이미지를 비껴갔다. 어지간한 회원제보다 뛰어난 코스관리와 운영시스템을 도입해 업계에 놀라움을 안겼다. 개장 2년 만인 2005년에는 ‘한국 10대 골프코스’ 평가 6위에 올랐는데 퍼블릭 코스로서는 처음이었다.

베어크리크 포천GC

회사 측은 코스 품질, 서비스 만큼이나 손님 관리에도 신경썼다. 코스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등 매너를 어기는 고객은 부킹을 제한했다.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골프장 운영의 생명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인터넷 예약제 역시 비슷한 취지에서 도입했다.

업계 변화를 내다보고 서비스에 더 심혈을 기울인 측면도 있다. 2000년대 초중반 골프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삼보개발은 골퍼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골프장이 손님 유치를 위해 경쟁하는 시대가 불가피하게 도래할 것으로 여겼다.

실제 금융위기 이후로 골프업황은 가라앉기 시작했다. 삼보개발도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30%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며 선방하긴 했으나 매출이 240억원대에서 180억~190억원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36홀→54홀 외형 확대, 침체 딛고 반등

반등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매출 232억원, 영업이익 61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이후 6년 만에 매출이 200억원을 넘어섰다. 골프업계에 다시 호황이 찾아온 데다 지난해 9월 베어크리크춘천GC(18홀)를 가오픈한 만큼 앞으로 상승 추세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삼보개발은 2010년 말 이미 한 차례 외형 점프를 꾀한 적이 있다. 현대시멘트가 매각을 추진 중이던 현대성우리조트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는데 매물에 36홀 짜리 회원제 골프장 등이 포함돼 있었다. 삼보개발은 인수가로 1500억원을 써냈지만 자금 조달에 실패해 무산됐다.

이후 오랫동안 사업 확장 움직임이 없다가 2018년 우리개발로부터 부지를 매입해 베어크리크 춘천GC 조성에 나섰다. 당초 이 땅에는 우리개발이 시행사로 골프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면서 삼보개발에 부지를 처분했다.

삼보개발은 매입과 동시에 회원제를 대중제로 바꾸는 사업 시행사 변경서를 제출하고 지난해 춘천GC를 가오픈, 올해 정식 개장했다. 이에 따라 소유 골프장 규모가 36홀에서 54홀로 늘었다.

베어크리크 춘천GC 역시 포천GC처럼 예치금 제도로 운영 중인데 그 값어치를 한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하루에 많은 팀을 받지 않기 때문에 티업 간격이 9분이다. 회원제 골프장도 대부분 7~8분 간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유로운 라운딩이 가능한 셈이다.

◇삼보판지그룹 계열, 오너 2세 장남 차지

삼보개발은 삼보판지그룹 계열로 오너 2세인 류경호 대표가 지배하고 있다. 이 그룹은 형제 경영 체제로 유명한데 창업세대인 고(故) 류종욱 회장과 류종우 부회장 형제는 설립 이후로도 협력을 아끼지 않으며 회사를 키워왔다.

현재는 2세 세대로 승계를 마친 상황이다. 주력 계열사 2개 가운데 삼보판지는 류종욱 회장 일가, 대림제지는 류종우 부회장 일가로 교통정리가 끝났다. 특이한 대목은 양쪽 다 차남을 중심으로 후계자가 정해졌다는 점이다.


먼저 삼보판지는 류종욱 회장의 차남인 류진호 대표이사(33.08%)가 최대주주로 있다. 대림제지의 경우 류종우 부회장의 차남인 류창승 대표이사가 지분 22.47%를 가진 최대주주다. 형들을 보면 류종우 부회장의 장남인 류동원씨는 삼보판지의 자회사인 동원판지의 대표이사로 있고 삼보판지 지분도 15.18%를 쥐고 있다.

류종욱 회장의 장남 류경호 삼보개발 대표는 삼보판지 지분 13.69%와 함께 삼보개발 지배력을 가져갔다. 당초 류경호 대표가 삼보개발 지분을 80%, 아버지 류 회장과 동생 류진호 대표가 10%씩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류 회장이 별세하면서 류경호 대표에게 10% 지분이 마저 상속됐다.

삼보개발은 연매출이 1000억원대인 삼보판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류 회장의 생전 손길이 묻어 있다. 류 회장은 골프업 진출 당시 ‘베어크리크’라는 이름을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어크리크 포천GC가 능선을 마주보고 있는 운악산에 곰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참고했다고 한다.

베어크리크GC가 2013년부터 ‘베어크리크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을 열고 있다는 데서도 오너일가의 애정을 짐작할 수 있다. 2007년 이래 매년 시각장애인골프대회도 개최 중이다. 베어크리크배라는 대회이름은 류종욱 회장의 뜻에 따라 골프장 이름과 같게 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장이 아마추어 대회를 열려면 며칠간 수입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오너의 결심이 필요하다"며 "베어크리크배 대회는 코로나 영향으로 계획이 취소된 올해를 제외하면 매년 빠짐없이 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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