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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기업의 10년물 발행이 반가운 이유 [thebell note]

강철 기자공개 2020-07-29 15:52:33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8일 07:5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A- 기업의 10년물 발행이 활발하다. 지난 5월 LG상사에 이어 현대오일뱅크, SK인천석유화학, GS EPS가 이달에 10년물로 수백억원을 마련했다. 포스코에너지와 LG이노텍도 조만간 10년물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10년물은 신용등급이 AA0 이상인 우량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같은 더블에이인 AA- 기업은 한 노치만 떨어져도 싱글에이가 되는 리스크 때문인지 그동안 거의 나서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 AA- 발행사의 잇단 10년물 도전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변화로 다가온다.

AA- 기업의 발행 전략에 변화를 가져온 트리거는 금리다. 시장에선 미국의 제로(0) 금리를 거론하며 0.5%까지 낮아진 국내 기준금리가 더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금이 장기물의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기물에 대한 인식이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는 점도 10년물 발행을 활발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10년물을 찍은 AA- 기업의 경영진은 얼마 차이 없는 금융비용을 줄일 바에는 트랜치에 장기물을 포함시켜 상환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당장의 비용 절감보다는 조달의 안정성을 우선 순위에 둔 결정으로 볼 수 있다.

10년물은 자금 운용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회사채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크레딧물이다. 재무 건전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일수록 회사채 포트폴리오에서 10년 이상의 장기물 비중이 높다.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의 평균 회사채 만기는 13~14년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10년 이상의 장기물을 흔히 접하기는 쉽지 않다. 많은 발행사가 시장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만기가 3년 이하인 회사채를 선호한다. 최상위 등급인 AA+ 발행사 가운데서도 10년물을 주기적으로 찍는 곳은 손에 꼽힌다.

만기가 3년 미만인 회사채는 사실상 단기물로 분류된다. 단기물은 유동성 경색 시 재무적 완충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실물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신용 위험을 보다 가중시킨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AA- 기업이 잇달아 10년물을 발행하는 것은 무척 바람직하다. 기관 투자자도 대규모 주문으로 화답하고 있다. 지난 13일 10년물로 900억원을 조달한 GS EPS는 대규모 수요에 힘입어 금리를 2.21%로 확정했다. 2% 초반의 금리는 현대제철, 호텔롯데, 호텔신라 등 최근 10년물을 찍은 AA0 기업을 압도한다.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을 감안할 때 회사채에 몰리는 자금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물의 발행 조건이 갈수록 기업에 유리해진다는 얘기다. 모쪼록 10년물을 발행하는 기업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나왔으면 한다. 장기물은 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훌륭한 조달 수단이자 투자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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