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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측의 '벼랑끝 전술', 현산의 '재실사 카드' 통할까 인수 포기 명분 쌓기 or 최후결정 시간벌기용?

박상희 기자공개 2020-07-29 10:49:08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7일 11:2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카드를 내놓았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로 현산도 비슷한 루트를 밟을 것이란 시장 전망이 많았던 가운데 나온 재실사 발표를 두고 업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는 해석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직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놓지 않은 가운데 최종 의사결정을 최대한 미루기 위한 '시간벌기용'이라는 해석이다.

현산이 갑작스럽게 '재실사 카드'를 꺼낸 것은 KDB산업은행의 압박이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관사인 CS(크레디트 스위스)를 통해 이행보증금 몰취 프로세스에 착수하는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입장을 밝히라고 현산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27일 "산은과 매각 주관사인 CS가 이행보증금 몰취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현산 측에 알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산이 고민 끝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과 2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계약금 성격을 지니고 있는 이행보증금 2500억 원을 냈다.

재실사 카드를 바라보는 업계 시각은 엇갈린다. 우선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위한 손떼기 수순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 종결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재실사를 요청했다.

이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에 앞서 밟았던 절차와 맥을 같이 한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역시 계약 선행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현산 역시 재실사를 통해 계약 해제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현산은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의 2조8000억원의 부채가 추가로 파악된데다 채권단이 현산 측 동의 없이 1조7000억원을 항공운영자금으로 투입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조 단위 차입금의 증가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렸다. 1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6281% 수준이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결국 현산이 책임져야 할 채무 부담이 된다.

현산 측은 또 지난해 외부감사인의 부정적 감사의견, 기내식 관련 계열사 부당지원 관련 공정위 조사,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 손실 문제 등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역시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통해 계약 해지를 할 수밖에 없는 명분을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 측에서 이행 보증금을 몰수 하겠다고 강하게 나선 만큼 현산 측에서도 방어하기 위해 법리적 검토에 들어갔을 것"이라면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통해 인수 포기 이후 벌어질 법적 공방에 대비하기 위한 재실사 카드를 썼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정몽규 회장이 공식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은만큼 인수 포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최종 의사결정을 미루고 최대한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현산이 밝힌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기간에 이같은 의지가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현산은 "다음달 중순부터 12주 정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의 재실사를 나설 것을 제안하는 공문을 24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보냈다"고 26일 밝혔다. 현산 측 계획대로라면 재실사는 11월 중순이 돼야 마무리된다. 아시아나인수 최종 인수 시점이 연말임을 감안하면 최대한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1월까지 실사하고도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힐 경우 현산 측 부담도 만만치 않다"면서 "이는 결국 정몽규 회장이 코로나19 재확산과 백신 개발 등 항공업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최대한 살펴본 후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떻게든 현산을 압박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 지으려는 현산이 '이행보증금 몰취' 카드를 썼고, 현산이 '재실사 카드'로 맞대응하는 모습"이라면서 "산은과 현산 모두 사실상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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