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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판매사 수난시대]동반자모드 '균열', 판매사간 갈등 불붙이는 금융당국③선보상 비율 두고 '눈치싸움' 조장, 여건·여력 차이 불구 '레퓨테이션' 절하 위협

김시목 기자공개 2020-07-30 13:26:44

[편집자주]

자산운용사의 모럴해저드는 누구 책임일까. 라임,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자산관리(WM)시장에 이같은 화두를 던졌다. 사기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일부 사모펀드의 부실한 운용실태가 민낯을 드러냈다. 문제는 부실운용의 책임이 고객과 접점에 있는 판매사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시비비가 가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조차도 판매사의 보상안 마련을 독려한다. 업계는 이같은 마녀사냥식 해법이 WM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전례를 남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더벨은 최근 사모펀드 시장에 벌어진 환매중단 사태에서 판매사를 앞세운 사태수습이 적절한지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7일 15:5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타사 선보상 비율 동향’. 펀드 사고에 연루된 판매사들이 연일 작성되는 내부 문건에서 가장 앞단에 언급하는 필수 항목이다. 다른 어떤 기준이나 원칙보다 타사가 어느 정도 지급했는지가 논의의 시작점이다. 선비상 비율을 낮게 책정했다가가는 여론은 물론 PB들로부터 곤욕을 치르기 십상이다. 반대로 높은 경우면 사외이사들로부터 뭇매를 맞는다.

원칙이나 기준보다 '눈치싸움'식 선보상 경쟁은 금융당국이 키우고 있다. 선보상 지침으로 압박하고 금융사 생존과 직결되는 '레퓨테이션' 절하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사마다 다른 여건과 여력이지만 단지 선보상 비율만이 구제 대상이다. 파격적 보상이 어려운 곳은 당국 지침에 충실한 경쟁사의 과감함에 피로감, 불편함이 커질 수 밖에 없다.

◇ 선보상 비율 눈치싸움, 당국에 '밉보일라'

사모펀드 시장은 최근 수년간 무한 팽창을 거듭했다. 지난해 말 34조원대를 찍고 올 상반기 30조원 초반대로 휘청했지만 과거 미미한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확장의 중심엔 중소 및 대형사를 포함한 300여개 안팎의 운용사, 국내 굴지의 은행과 증권사들이 중심인 판매사 등이 있다. 사무관리사, 수탁사 등도 모두 보조를 맞췄다.

판매사는 가장 중심에 있다. 펀드 상품의 궁극적 소화가 리테일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매사의 전략과 방향 없인 힘들기 때문이다. 30조원대 사모펀드 시장 형성을 주도한 중추적 플레이어였다. 대형 은행과 증권사는 양질의 펀드를 고객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때로는 경쟁자, 궁극엔 동반자가 되면서 시장 확장에 큰 기여를 했다.

판매사 동반자 모드는 라임 사태에서 최근 옵티머스까지 연일 터지면서부터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동 대응을 통해 자산을 실사하고 사태 수습을 마무리한다는 점에선 변함이 없다. 하지만 핵심인 고객 손실에 대한 판매사 대응에서 치열한 눈치싸움이 진행된다. 한 곳에서 파격안을 꺼내들면 이에 대한 부담은 오롯이 남은 판매사로 전가된다.

특히 금융사마다 컨디션도 다르고 여력도 다른 점은 중요하지 않다. 일부는 오너 회사로 이사회 절차 등에서 큰 어려움이 없다. 반대로 금융그룹 계열 판매사의 경우엔 보상금 '버퍼'를 무한정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경쟁사 액션에 따른 유사 수준의 조치는 불가피하다. 궁극엔 생존과 직결되는 '레퓨테이션(평판)' 회복과 닿아 있다.

한 대형사 WM 헤드는 “타사에서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선보상 소식이 나올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차라리 기준이나 원칙이라도 있어서 판매사들이 일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과정이라도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누구를 의식이라도 한 듯이 상대보다 조금더 나은 상황을 만드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덧붙였다.

◇ 금융당국 부채질, 원칙없는 선보상 결국 '부메랑'

판매사 입장은 '울며 겨자 먹기'란 말 그대로다. 금융당국의 옥죄기가 현재 무분별한 선보상 경쟁의 진원지란 점을 알지만 모두 '괘씸죄'를 우려하고 있다. 사실상 감독자 입장에선 금융사(판매사) 레퓨테이션에 목줄을 쥐고 있는 만큼 투자자나 운용사, 사무관리사, 수탁회사 등을 차치하고 고객 손실 방어가 가능한 가장 손쉬운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일선 판매사들의 선보상 방침이 나올 때 높은 비율을 책정한 곳을 모범사례로 치켜세우면서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라임운용 사태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등을 두고 선제적 보상안을 마련한 일부 판매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적극적 참여를 권했다. 선보상 비율을 두고도 ‘보고 있다’는 액션을 취하는 듯한 모습니다.

최근 판매사 몰이는 점점 세지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라임운용 펀드 일부에 대해 전액을 배상하라는 결론을 내린 뒤 더욱 공고해졌다. 5000억원에 육박한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이 쉽사리 결정내리지 못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판매액이 10분의 1 수준에 그친 한국투자증권은 오너 결단 속에 원금 전액 보장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여기에 투자자까지도 타사 선보상 비율만을 저점으로 삼아 판매사를 압박하는 점도 기름을 붓고 있다. 펀드 사고에 책임있는 금융당국은 여론을 등에 업고 은행과 증권 입장에서 향후 불거질 수 있는 금융사의 레퓨테이션 취약점을 이용해 '감독자' 모드로 자리잡았다. 현 기류라면 운용사 과실을 벗어나 정상적인 펀드 손실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시장 관계자는 “물론 라임에서 옵티머스까지 명백한 사기거나 누가 봐도 손실을 물어줘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문제는 보상 기준이나 원칙은 물론 합리성이 상당히 결여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투자자 분위기를 그대로 따르는 당국 스탠스를 감안하면 어떤 펀드라도 판매사가 경쟁적으로 선보상안을 마련해야 할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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