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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물러선 SPV, 증권사 영업력 강화 ‘실탄’? 금리 기준 완화, 지원 범위 확대…A급 이하 발행사, 시장 유도에 긍정적

이지혜 기자공개 2020-08-04 12:58:35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1일 10:3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와 CP 매입기구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가 저신용등급 회사채 시장을 활성화하는 마중물 노릇을 할지 주목된다. 증권사의 미매각분 인수 부담을 줄여주면서 저신용등급 발행사들을 시장으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그동안 저신용등급 발행사들은 공모채를 발행하는 데 주춤했다. 미매각 사태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증권사들도 A급 이하 발행사를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영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기존 정책과 기능은 비슷하지만 지원범위가 더 넓어져 이런 상황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다만 SPV가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자보상배율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둬 저신용등급 지원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8월 중순 할동 본격화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점은 8월 중순 이후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14일 공식적으로 출범해 24일부터 회사채 2320억원을 선매입했다. 이 매입분은 KDB산업은행이 회사채 차환발행 프로그램으로 인수했던 것들을 이관받은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발행한 공모채 미매각분 등이 담겨있다.

공모채 시장은 8월 중순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다. 반기보고서 제출, 임직원 휴가 일정 등이 맞물렸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매입을 시작하긴 했지만 이번 주(27~31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중 적절한 지원대상도 없었다. 포스코에너지는 신용등급이 AA급인 데다 민평금리보다 한참 낮은 수준에 수요가 몰렸고 하나에프앤아이나 메리츠금융지주는 금융회사라서 지원 대상이 아니다.

세아제강이 8월 19일 수요예측을 치러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일단 미매각분 인수를 지원받는 방향은 아닌 것으로 정해졌다. 인수단에 KDB산업은행이 끼지 않았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세아제강의 수요예측에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참여할지가 관건”이라며 “수요예측을 반기보고서를 낸 직후 진행하는 것도 이런 지원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아제강은 신용등급이 A+인 데다 비금융기업이라서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지원 기준에 들어맞는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설립 초기인 만큼 시장에 본보기를 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시장 반영 수용? 금리 양보하고 지원범위 넓혀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신용등급 별로 활동범위를 나눴다. AA급은 채권시장 안정펀드처럼 공모채 수요예측에 참여한다. A급은 기본적으로 KDB산업은행 이름으로 인수단에 참여해 미매각분을 인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수요예측에도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BBB급 이하는 무조건 인수단으로 참여해 미매각분만 인수한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역할은 기존 채권시장안정펀드나 KDB산업은행의 회사채 차환발행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가격보다 낮지 않은 가격으로 AA급은 수요예측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저신용등급 회사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KDB산업은행이 인수단으로 참여해 미매각분을 인수하는 것은 KDB산업은행의 회사채 차환발행 프로그램과 같다.

그러나 지원범위가 넓어지고 지원력도 한층 좋아졌다는 점에서 차별화했다. 당초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가산수수료를 등급민평이나 개별민평 대비 100bp 이내에서 부과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금리보다 낮지 않은 적정 금리수준’으로 명시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에서 나온 공모희망금리밴드 상단에서 최대 5~10bp가량 가산해 회사채를 인수할 수도 있다”며 “100bp는 비현실적 수치”라고 말했다.

지원범위도 크다. 기존 회사채 차환발행 프로그램은 A급 발행사가 기존 공모채를 차환 발행하는 물량에 대해서만 최대 50%까지 인수해준다. 그나마도 프로그램 가동 초기에는 40%였지만 50%로 확대했다. 그러나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자금사용목적과 인수분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 제한을 두지 않았다. 미매각 가능성이 높은 저신용등급 발행사가 공모채 시장에 데뷔할 가능성이 열렸다.

◇증권사, 저신용등급 회사채 영업 강화 ‘힘’…한계 지적도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A급과 BBB급 등 저신용등급 발행사를 공모채 시장으로 이끌어낼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다만 실질적으로 힘을 받는 곳은 증권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주관이나 인수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은 총액인수 방식으로 회사채를 인수하기에 유사시 미매각분을 떠안아야 한다. 이는 증권사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미매각분이 발생한 것도 그렇지만 투자심리도 나빠 미매각분을 매각하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비우량등급 발행사 영업이 지난해보다 소극적이었는데 이런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발행된 A급 공모채는 모두 7조790억원, BBB급 이하는 565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9조2690억원, 2조66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대폭 줄었다.

다만 발행이 늘어나도라도 A급 스프레드가 축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AA급 우량물과 A급 이하 비우량물 간 스프레드 격차가 커질 것”이라며 “AA급 스프레드는 축소되고 있는 반면 A급은 투자수요가 더디게 회복돼 크레딧 스프레드가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자보상비율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2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00% 이하인 기업은 회사채 매입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때문에 일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만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투자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A급 발행사 중에서도 이자보상비율이 100%가 되지 못한 곳이 많다”며 “일회성비용이 나가거나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발행사도 있는데 이런 원칙을 세움으로써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지원을 받을 길을 막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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