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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G, 자회사 부진에 저당 잡힌 예금 '1000억' 종속기업 네곳 담보 제공, 임의 출금 불가…보유현금 약 절반 활용

최은진 기자공개 2020-08-05 08:08:41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3일 15: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G)이 실적부진 종속기업에 대규모 담보 제공으로 유동성에 숨통을 터줬다. 자금이 필요한 종속기업들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아모레G가 보유한 정기예금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담보제공한 정기예금 규모만 1000억원이 넘는다. 이 예금은 차입이 해소되기 전까지 사용이 제한된다.

아모레G는 순수지주사로 핵심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이니스프리·에뛰드·에스쁘아·에스트라·퍼시픽글라스·코스비전 등을 종속기업으로 거느리고 있다. 상장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아모레G는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종속기업에 대한 투자 및 자금지원을 하는 대신 배당 및 경영지원 수수료를 챙긴다. 종속기업의 실적에 따라 아모레G의 재무 및 실적도 좌우된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모레퍼시픽은 물론 에뛰드·에스트라 등 대부분의 아모레G 종속기업들이 줄줄이 실적 부진을 겪었다. 올해 상반기 아모레퍼시픽은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이 23% 줄면서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줄었다. 이니스프리나 에뛰드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반토막 났다.

우량한 신용도로 시장성 조달이 가능한 아모레퍼시픽은 위기를 감내할 여력이 충분하지만 나머지 비상장 종속기업들은 자칫 급격한 실적부진이 유동성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낮은 신용도에 실적까지 급락한 결과로 시장성 조달은 물론이고 은행 차입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모레G는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고 퍼시픽글라스·코스비전·에스쁘아·에뛰드 등 총 네곳의 종속기업에 자금지원을 결의했다. 해당 기업들이 차입을 하는 데 있어 아모레G가 보유한 정기예금을 담보로 제공하면서 추가 신용보강을 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기존 차입을 연장하기 위한 거래로, 차입 및 담보규모가 그대로인 곳도 있고 더 늘어난 경우도 있다.

코스비전에 가장 많은 580억원, 에뛰드에 350억원 규모의 정기예금을 담보로 맡겼다. 담보는 종속기업들이 각각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에서 차입을 하는 데 활용한다.


아모레G가 종속기업 네곳에 담보로 제공한 정기예금 규모만 총 1070억원에 달한다. 이 예금에는 질권이 설정 돼 있어 차입을 상환하거나 다른 담보로 교체하지 않는 한 아모레G가 임의로 출금할 수 없다. 종속기업들은 아모레G가 제공한 담보로 총 893억원을 차입한다.

정기예금은 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1000억원을 웃도는 정기예금에 질권이 설정 돼 사용이 제한된다는 점은 아모레G 입장에서도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아모레G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고려할 때 보유 현금의 상당부분을 담보제공에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분기 말 기준 아모레G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아직 공시 전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파악이 어렵다. 다만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3400억원이었고 2분기 아모레퍼시픽 지분율을 올리는 데 약 40억원을 투입한 것을 포함한 운전자본 등을 감안하면 3000억원을 밑도는 수준으로 축소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종속기업의 지원을 위해 보유 현금의 약 절반 가량을 담보로 제공한 셈이다. 종속기업의 실적부진 등으로 대규모 현금유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유동성 측면에서 꽤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아모레G가 직접 지원이 아닌 담보제공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을 활용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대여 등의 방안을 활용했다면 더 많은 자금을 지원했을 수 있다. 그러나 아모레G가 모기업인 만큼 탄탄한 재무여건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담보제공을 통한 간접지원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규정상 자금대여보다도 담보제공에 대한 부담이 더 적다는 점도 고려됐다.

아모레G 관계자는 "종속기업의 차입에 정기예금을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에 질권설정이 잡혀 마음대로 출금을 할 수 없다"며 "공정거래법상 대여금을 활용하는 게 리스크가 더 크다는 판단으로 담보제공을 통해 지원을 했고, 거래 연창 차원에서의 제공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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