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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운용사 이사회 분석]'자율'에 맡겨진 이사회, '자연스러운' 소유·경영 결합오너이자 경영자가 최종의사결정기구 '역할 무색', 사외이사 선임은 '선택'

정유현 기자공개 2020-08-12 13:09:03

[편집자주]

2015년 진입 장벽이 낮아진 이후 사모운용사가 시중 자금을 흡수하며 양적 팽창에 성공했다. 수 조원의 고객 자산을 굴리며 위상이 커졌지만 의사 결정 체계는 시스템화하지 못했다. 최고 의사 결정기관인 이사회가 '구색 맞추기'식으로 짜여진 경우도 있다. 이는 최근 연이은 펀드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더벨은 변곡점을 맞고 있는 사모 운용사들의 이사회 구성과 운영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4일 13:1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 이사회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지만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이 다소 벗어나 있다. 조 단위 고객 자금을 굴리더라도 자체 자산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소규모 금융사로 분류돼 '강화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법률을 적용받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모 운용사들은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만 구성된 이사회를 꾸리고 별도의 감사 정도를 두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법상 자본금 10억원 이상일 경우 이사를 3명을 둬야 하기 때문에 사모 운용사도 이사회를 갖추고 있다. 중요 사항은 이사회 과반이 참여한 결의를 거치는 작업도 필수다.

하지만 펀드 운용, 조직 관리와 인사 등의 결정을 사실상 대표이사가 주도하고 있다. 대표이사는 지분을 가지고 있는 오너인 경우가 많다. 결국 소유와 경영이 결합된 형태가 사모 운용사들의 대체적인 지배구조로 이사회의 실질적인 역할은 크지 않은 편이다.

금융당국도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인력 규모도 적고 이사회 운영의 실효성이 낮기에 본연의 업무인 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법률에 예외 사항을 두고 있다.

의무가 없지만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업계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이사회의 골격을 갖춘 운용사들도 다수 있다. 선임된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보장되지는 않는 경우도 있지만 외부인을 선임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자 노력하는 곳이다.

◇대표이사·창립멤버 위주 구성, 지배구조 법률 규제 예외 적용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12조~16조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금융회사는 이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3인 이상+과반수 이상' 임명해야 하며 사외이사를 이사회 대표로 선임해야 한다.

자산총액 3000억원~5조원인 금융회사는 사외이사를 4분의 1 이상 선임하는 것이 의무다.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 금융회사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또 이사회의 구성, 권한 및 운영절차 등을 규정한 지배구조내부규범을 마련해 공시토록해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사모 운용사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아 지배구조 법률 규제 몇몇 조항이 예외 적용된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상법상 의무지만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설치 여부 등은 사모 운용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규모 금융사는 강화된 지배구조 법률 상에서 사외이사를 3명이상 두거나 과반수 이상 임명해야 한다.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 등의 몇몇 법률을 적용하지 않는다"며 "금융사 자율에 맡기고 있지만 이사회 구성 자체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모 운용사들의 이사회 구성은 복잡하지 않다. 대부분 최대주주인 대표이사와 지분을 보유한 창립멤버 혹은 임원 위주로 권력이 집중된 양상이다. 별도의 감사를 선임해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지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 이사회의 독립성은 낮은 편이다. 따로 회의를 주재하거나 안건을 상정하는 등의 역할을 하며 이사회를 이끄는 의장도 두지 않고 있다.

사모 운용사들의 이사회가 단순한 구조를 취하는 건 금융 당국의 규제 완화 덕분이다.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금융 당국은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운용 자산 기준을 6조원에서 20조원으로 높였다.

사모 운용사 뿐 아니라 중소 자산운용사들은 은행, 증권사와 달리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규제 준수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큰 편이다. 과도한 조직 운영 부담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했다. 규모가 크지 않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기 때문에 금융위는 규제 실익이 큰 대형 금융회사에 규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사모펀드 환매 연기 사태가 터지며 운용 업계에 불신이 드리웠지만 아직 금융 당국은 대형 금융사의 지배구조 강화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금융사에 사모 운용사뿐 아니라 보험, 저축은행 등 다양한 업종의 금융사가 포함된만큼 사모 운용사 때문에 전체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대부분 비상장사고 운용 규모가 큰 몇몇 대형 운용사를 제외하고는 지배구조법을 적용받는 회사도 많지 않다"며 "사모 운용사들이 규모가 작아 사외이사 선임 등의 이사회 관련 의무가 없는 만큼 자율에 맡기고 있다. 사모 업계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규제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운용 업계의 외형 성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법률전문가 선임, 운용 효율성·투명성 제고 목적

사외이사에 대한 의무는 없지만 균형잡힌 이사회를 구성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려는 운용사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299개의 자산운용사(종합자산운용사+사모운용사)중 115개사가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다. 운용 자산 규모가 20조원 이상 등의 조건으로 사외이사 선임 의무가 있는 운용사와 공모 펀드도 다루는 중소 운용사를 제외하면 80여곳의 사모운용사가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산 총액이 1000억원 넘는 부동산 운용사들은 대부분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다. 자산이 1000억원이 넘더라도 3000억원 이하일 경우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의무는 없지만 부동산 업계 관련 경력자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조언을 얻고 있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우 감사위원회, 임원평가위원회, 제도개선위원회 등 이사회 내 다양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사외이사를 선임한 대부분의 운용사들은 자체적으로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의지가 강한 곳들이다. 물론 사외이사를 선임했다고 해서 선진적인 이사회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름만 올린 사외이사도 있을 수 있고 경영진과 최대주주로부터 독립된 인물을 선임해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본연의 역할과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곳도 있을 수 있다. 사외이사를 정무적으로 대외 활동에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사외이사를 둔 사모운용사 대부분은 금융 업계에 오랜기간 몸 담거나 법률 전문가들을 영입한 경우가 많았다.

운용 업계 관계자는 "현직에 있는 분들을 사외이사로 모시면서 의견을 듣고 운용에 반영하면서 효율성 제고뿐 아니라 경영 투명성도 높이고 있다"며 "투자자 자산 관리뿐 아니라 이같은 노력을 통해 회사 경쟁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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