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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 20년 공들인 '해외사업' 구조조정 돌입 오너가 장남 강호준 상무 담당…적자 지속에 베트남·영국 잇딴 청산, 추가 정리 불가피

최은진 기자공개 2020-08-07 08:10:02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5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눈높이 학습지' 사업을 운영하는 ㈜대교가 지난 20여년간 야심차게 추진하던 해외사업을 정리하고 나섰다. 단 한번도 제대로 돈을 벌어보지 못한 데 따라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장남 강호준 상무의 경영 시험대로도 평가됐던 해외사업은 결국 정상화를 이루지 못했다. 대교그룹은 구조조정에 대한 출혈을 감내하면서도 신사업 발굴에 다시 매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대교는 출판사에서 시작해 학습지 강자로 성장한 1990년대부터 해외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우뚝 선 데 따라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동종 교육기업들이 렌탈, 화장품 방문판매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때 ㈜대교는 교육업에 집중하면서 '해외'로 뻗어나가는 전략을 택했다.


1991년 대교아메리카를 시작으로 1997년 대교홍콩유한공사와 대교캐나다를 설립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싱가포르, 뉴질랜드, 영국, 호주 등 약 20여개국가에 현지법인은 물론 프렌차이즈를 개설하며 '대교그룹'을 알리는 데 힘썼다. 당시 대교그룹은 눈높이라는 브랜드가 대히트를 치면서 승승장구 하던 찰나였던 만큼 해외사업에서의 초기 안착 비용 정도는 문제 없었다. 그 누구도 가지 않던 길을 간다는 자부심이 더 컸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수익을 벌어들이기는 커녕 제대로 안착하기도 어려운 분위기였다. 10여곳에 달하는 해외법인들은 줄줄이 적자를 나타냈고 흑자를 내봐야 고작 몇천만원에 불과했다. 교민들을 시작으로 유학생 등으로 타겟층을 넓혀나갔지만 역부족이었다. 대교그룹이라는 이름값이 해외시장에는 잘 먹혀들지 않았다. 현지 마케팅에 대한 이해부족도 패인으로 꼽혔다.


구원투수로 나선 인물이 바로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장남 강호준 상무(사진)였다. 강 상무는 미국 MBA를 마치고 2009년 대교그룹 해외사업전략실장으로 입사했다. 대교그룹에 있어 최대 현안이자 미래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사업을 승계 후보 1순위 인물에게 맡긴 셈이다. 더욱이 강 상무는 미국 유학을 다녀온만큼 해외사업에 밝을 것으로 기대했다. 후계자로서 자질을 보여주는 일종의 시험무대였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해외사업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가장 규모가 큰 대교아메리카의 적자를 소폭 줄였다는 성과가 있다는 게 대교그룹 입장이지만 여전히 전체 해외사업의 합산성적은 적자다. 그나마 줄곧 흑자를 냈던 대교홍콩유한공사도 올해 들어 적자로 돌아섰다.

기존 해외사업의 정상화가 요원한 상황에서 오히려 강 상무는 새로운 해외법인을 신설하며 사업을 더 확대시켰다. 강 상무 부임 이후 대교싱가폴, 아이레벨 허브(Eye Level Hub), 대교베트남, 대교인도, 대교영국, 장춘대교자순유한공사 등이 설립됐고 2018년엔 노리 아메리카(KNOWRE AMERICAS)라는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난 5년간 해외사업에서 기록한 누적 순손실만 212억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는 14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강 상무가 막 부임하던 초창기인 2010년 해외사업에서 기록한 순손실이 25억원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과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교는 20년간 공들인 해외사업을 하나둘 정리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2018년 북경대교자순유한공사을 청산했고 지난해엔 대교 베트남을 없앴다. 올해는 대교영국을 정리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매출 규모가 몇천만원에 불과한 법인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교인도, 장춘대교자순유한공사 등도 미미한 매출규모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해외사업의 구조조정은 여러의미로 ㈜대교에겐 뼈 아픈 경험이다. 당장 구조조정으로 지출되는 일회성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교영국 등의 구조조정이 막 진행되던 올초 구조조정 비용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대교는 1분기 적자실적을 기록했다.

또 다른 부담은 신규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점이다. 교원이나 웅진 등이 일찌감치 새로운 사업에 눈을 돌린 것은 물론 오너2세를 앞세워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의 성공유무를 떠나, 신사업에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는 대교그룹보다는 앞선다는 해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 상무는 해외사업에서 일정 부분 손을 떼며 지난해부터 최고전략책임자(CSO) 역할에 더 집중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강 상무가 수습하지 못한 해외사업에 대한 책임 없이 더 큰 보직을 맡게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교그룹 내부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대교그룹에 있어 꽤 심혈을 기울이던 신사업이었고, 이를 정상화 하는 게 후계자로 꼽히는 강호준 상무의 역할이었지만 결과적으론 불발됐다"며 "일을 벌이기만 할 뿐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게 없어 내부적으로도 꽤 고심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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