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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채권단 관리' 유력…금호그룹, '최악' 면했다?구주 '제값 받기' 불가능, 매각 불발시 대출 연장 등 산은 지원 기대

유수진 기자공개 2020-08-07 10:13:10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6일 11:3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M&A 무산시 출자전환을 통해 직접 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구주를 팔아 빚을 갚고 추후 그룹 재건을 도모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들어와야 할 돈이 제때 유입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 하로 가는 게 금호그룹 입장에서 결코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급히 현대산업개발에 지분을 넘기는 것보다 여러모로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 금호산업이 거래종결일을 통보하는 등 남은 절차를 서두르는 데에 이 같은 계산법이 깔려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12일부터 계약해지 가능"…최후통첩 날린 금호산업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오는 12일부터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계약해지가 가능하다고 보고 최후통첩을 날린 상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일 온라인간담회에서 현대산업개발이 11일까지 추가로 계약금을 넣거나 일부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는 등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매각 측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 요청이 통상적인 M&A 절차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간이 갈수록 입장차가 좁혀지기는커녕 되레 벌어지면서 1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딜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계약 당사자 및 주요 관계자들 사이의 긴장감도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여전히 거래성사를 원하고 있으며 막판까지 노력하겠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지난 1년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거래가 정상적으로 종결되길 바라는 마음은 기존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현대산업개발은 진정성 있는 자세로 거래종결을 위한 절차에 협조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이 현대산업개발 아닌 채권단 관리 하로 넘어가는 걸 더 원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괜히 무리해서 헐값에 팔아넘기는 것보다 채권단에 맡기는 게 더 유리한 측면이 많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현재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구주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어차피 구주 제값 못받는 상황…채권단 관리가 '차선'

금호그룹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12월27일 SPA에 도장을 찍은 가격 그대로 아시아나항공 구주를 사가는 것이다.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은 작년 4월 이동걸 회장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매각을 결정했지만 지금은 미련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아시아나항공 재무상태가 더욱 악화되며 직접 자금을 투입해 경영정상화를 이룬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행조건 미충족을 이유로 시간을 끌던 현대산업개발이 돌연 '조건 재협상' 카드를 꺼내들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이 재협상을 벌일 경우 구주가격에 가장 먼저 손을 댈 걸로 예상되면서다. 구주대금은 아시아나항공에 직접 투입돼 경영정상화의 밑거름이 될 신주대금과 달리 손을 털고 나가는 금호그룹에 흘러들어가는 돈이다.

그러자 자칫 금호산업이 제값을 받지 못한 채 지분만 내주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어떻게든 딜을 성사시키고 싶어하는 채권단이 영구채 8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잠재적 최대주주란 점을 활용해 금호산업에 차등감자를 압박하고 나설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금호그룹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이때 차선으로 설득력을 얻기 시작한 게 '채권단 관리' 시나리오다. 어차피 구주가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는 게 결과적으로 더 낫다는 주장이다.

당초 금호그룹은 구주매각 대금(3228억원)을 받으면 금호고속이 산업은행에서 빌린 1300억원을 갚을 계획이었다. 작년 4월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성사'를 위해 금호산업 최대주주인 금호고속에 1300억원을 지원해줬다. 금호고속이 금호산업 지분 전량(45.3%)을 담보로 일으킨 차입금 상환 만기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당시 산업은행은 금호고속이 돈을 갚지 못해 지배구조가 흔들리면 매각 주체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금호그룹 지배구조는 박삼구 전 회장→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진다. 이후 금호고속이 지난 4월까지 1300억원을 갚아야 했으나 산업은행은 거래종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로 상환을 1년 미뤄줬다.

◇공개적으로 금호 편 든 산은, '비빌 언덕' 됐나

따라서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되면 산업은행이 금호고속의 차입금 만기를 추가로 연장해줄 걸로 본다. 여전히 갚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채권단 관리가 시작되면 금호산업은 차등감자로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과 재협상에 들어가더라도 사실상 비슷한 결과일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채권단 관리를 거치면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상황이 나아지면 보유 지분을 보다 좋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다. 희박하긴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을 다시 되찾아올 수 있는 여지도 남는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금호그룹은 구주를 팔아 금호고속 차입금(1300억원)을 갚아야 하는데 안 팔리니 산업은행이 대출을 연장해주고 있다"며 "어차피 구주가격을 못 받는 상황이니 차라리 아시아나가 채권단 관리로 가는게 대출도 연장되고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다시 (아시아나를) 찾아올 수 있는 기회도 생기는 것"이라며 "손해 볼 게 없다"고 덧붙였다.


금호산업이 거래종결을 서두르기 시작한 데에 이 같은 셈법이 작용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금호산업은 그간 거래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입장표명을 자제해 왔던 것과 달리 최근 공개적으로 현대산업개발의 주장에 반박하고 거래종결 요청 공문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산업은행 역시 공식석상에서 금호산업의 '편'을 드는 등 돈독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계약무산시 모든 법적 책임은 현산에 있다. 금호와 산은은 하등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산이 제공한 원인 때문이니 계약금 반환 소송은 없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이 금호그룹의 '비빌 언덕'이나 다름 없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금호그룹은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거래가 성사되길 바라는 마음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까지는 진전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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