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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한진, 모기업에 손 벌린 까닭 한진칼로부터 증자 참여 확약...4800억 투자 재원 '선제적' 조달

박상희 기자공개 2020-08-12 14:34:27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0일 16:4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들어 전 방위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는 ㈜한진이 유상증자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최대주주인 한진칼로부터 300억원 유상증자 확약까지 받았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핵심 항공 계열사 '대한항공'과 '진에어'에 수혈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반면 ㈜한진은 견조한 실적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이 527억원으로 전년 동기 403억원 대비 30.8% 상승했다. 매출액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 증가한 1조 636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부터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은 4.95%를 달성하며 수익성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알짜배기 회사로 인정 받는 ㈜한진이 한진칼에 손을 벌린 이유는 무엇일까.

㈜한진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1000억원(297만2972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는 2000년 이후 20년 만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신주 발행 예정가는 주당 3만5150원이다. 최종 발행가액은 10월 23일 확정될 예정이다. 청약일 은 10월 28~29일, 납입일은 11월 5일, 신주 상장은 11월 18일에 이뤄질 계획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연초부터 계속된 ㈜한진의 자금조달 일환이다. 앞서 ㈜한진은 4월 한진렌터카를 약 600억원에, 6월에는 부산 범일동 부지를 약 3000억원에 매각했다. 연초 밝혔던 비핵심 사업과 대체부지 확보 가능한 보유 부동산 등을 매각해 자금 조달에 나서겠다는 계획 대부분을 이행했다.

㈜한진은 회사채 시장도 노크했다. 지난달 말 3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에 나섰다. 단 한건의 투자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수요예측은 실패했지만 주관사단의 총액인수 등으로 ㈜한진의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다. ㈜한진의 유상증자는 유후자산 매각, 회사채 발행 등 전 방위 자금조달을 강구한 후 나온 최후 수단으로 풀이된다.


㈜한진이 자금조달에 전력을 다하는 것은 2023년까지 약 4800억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은 2023년까지 택배 시장점유율 20%를 달성하기 위해 대전 메가 허브(Mega-Hub) 터미널을 구축하고, 주요 거점 지역에 택배터미널 신·증축과 자동화 설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육운·하역 장비 도입 등 물류인프라를 확대하고 글로벌 이커머스 국제특송 시장 공략을 위한 인천공항 GDC(Global Distribution Center) 개장도 계획하고 있다.

㈜한진이 이미 확보했거나 조달할 예정인 자금 계획은 투자 규모 4800억원을 넘어선다. △렌터카 매각 600억 △범일동 부지 3000억 △회사채 300억 △유상증자 1000억원 등으로 조달한 자금 규모는 4900억원 가량이다. ㈜한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진행한 다양한 자금 조달은 4800억원 규모 투자 재원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모기업에 손을 벌려야 하는 유상증자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한진칼은 코로나 사태로 생존 위기에 처한 대한항공이 최근 단행한 1조1269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3205억원을 출자했다. 항공업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어 현금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칼에 출자를 요청한 셈이다. ㈜한진 지분 23.62%를 보유한 한진칼은 유상증자에서 300억원을 출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진이 최후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유상증자 카드를 선택한 것은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상증자는 자본금 확충 효과로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효과를 낳는다. ㈜한진은 1분기 말 연결기준 차입금이 1조9000억원에 이르며 부채비율은 239.6%, 차입금의존도는 54.5%다. 부채비율이 높아 추가적인 외부 차입은 부담스런 상황이다.

㈜한진 관계자는 "전 방위 자금조달의 일차적 목적은 투자 재원 마련에 있다"면서 "유상증자 등은 자금 조달 이외에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의 자금 조달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은 주성균 전무다. 주 전무는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한진을 두루 경험하며 기획과 재무 관련 이력을 탄탄히 다져온 인물이다. 2006년부터 5년간 한진그룹 구조조정실 기획팀장을 지냈고, 이후 2015년까지 그룹 경영지원실에서 기획재무 관련 업무를 했다. 이후 대한항공을 거쳐 2016년 1월 ㈜한진으로 자리를 옮긴 후 총무지원실장 겸 렌터카 총괄을 지냈다. 같은 해 7월부터 재무와 자금, 회계 등을 총괄하는 재무관리실장으로 활동해왔다.

주 전무는 조원태 한진그룹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뉴욕 특파원간담회 당시 이익률이 가장 높은 계열사로 ㈜한진을 꼽으며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이후 주 전무는 연말 그룹 임원인사에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한진의 류경표 대표이사는 올 3월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어 경영관리부문을 총괄하고, 글로벌 물류 전문가인 노삼석 대표이사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사업부문을 총괄하도 있다. ㈜한진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바탕으로 실적 향상은 물론 투자재원 마련과 재무구조 개선을 실천하며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칼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경영권 분쟁에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코로나 사태로 존폐 위기에 처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에 봉착했다"면서 "와중에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는 물류 계열사까지 챙기는 것은 조원태 회장이 ㈜한진 경영진에 신뢰를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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