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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닉스, 보안칩 도전에 담긴 가치 [thebell note]

윤필호 기자공개 2020-10-08 08:22:00

이 기사는 2020년 10월 06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경영 활동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고 가치를 극대화한다. 하지만 당장 수익이 나오지 않는 일에 매달리는 괴짜도 있다. 이들은 지난한 과정을 이겨내고 기대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큰 벽에 한 번 부딪혔지만 굴하지 않고 다시 도전에 나선 라닉스도 여기에 속한다.

라닉스는 자동차와 사물인터넷(IoT)에 들어가는 무선통신 관련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해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만드는 통합 솔루션 기업이다. 특히 차량·사물 간 통신기술(V2X) 기술을 보유해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에 성장 기대감이 높다.

이런 라닉스도 과거 쓴맛을 본 경험이 있다. 2004년 해외 호텔 케이블TV 셋톱박스에 들어가는 보안칩을 개발해 납품했다. 유료화 채널에 암호를 걸고 돈을 지불한 고객들에게 해제시켜주는 기능이었다. 하지만 출시하기 무섭게 해커들의 공격에 뚫리면서 낭패를 봤다. 설립자 최승욱 대표는 당시 '멘붕'이 왔다고 회고했다. 해커들이 어떻게 공격을 했는지 국내 전문가들에게 물어봤지만 원리와 기능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잠시 보안칩 개발에서 손을 놓고 자동차 통신과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반도체 개발에 집중했다. 이 역시 쉽지 않았지만 자동차용 하이패스 단말기용 고속패킷통신 시스템(DSRC) 칩을 개발해 국내는 물론 중국 시장까지 진출에 성공하며 매출을 늘렸다.

충분한 사업적 결실을 보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보안칩 실패가 숙제로 남았다. 라닉스의 고민은 4차산업에 초점을 맞췄다. 중심 역할을 하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를 안전하게 지킬 보안 기술은 부족한 현실이다. 첨단 기술 상용화가 현실로 다가올수록 위기도 커지고 있지만 실제 우려와 대책 논의는 성공 기대감에 뒷전으로 밀렸다.

고민 끝에 재도전에 나섰다. 여기에는 연구원 출신인 최 대표의 보안칩을 향한 관심과 승부욕도 영향을 미쳤다. 재도전을 위해 더욱 많은 발품을 팔았다. 대학교, 연구원 등 학계는 물론 인터넷진흥원 등 유관 기관에도 꾸준히 출입하며 해킹 보안 기술에 스터디를 진행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점차 노하우를 발견하기 시작했고 해외 보안 업체들만 가지고 있던 하드웨어 분야의 보안칩 개발을 본격화했다.

라닉스는 보안칩 연구개발(R&D)을 진행하며 마침내 개발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국가정보원 암호모듈검증(KCMVP)'에 가장 높은 2등급 인증을 받았다. 확보한 기술을 활용해 국방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보안칩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회사의 수익성 향상뿐 아니라 국내 보안시장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에 있어 수익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남다른 의지로 과감하게 도전에 나섰던 이들은 오랜 고민과 노력으로 그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곤 했다. 라닉스의 도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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