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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시대, 도전과 응전]'고객' 강조한 정의선호, 목표는 '자동차 생태계' 조성일까혁신센터 건립·중고차 사업 진출, 지속가능한 카라이프 제공 '초점'

유수진 기자공개 2020-10-16 11:17:02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4일 17: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회장(사진) 체제로 전환되면서 '자동차 생태계' 마련 작업에 속도가 붙을 지 주목된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으로서 사실상 그룹을 총괄하기 시작한 2018년부터 '자동차 제조사' 딱지를 떼고 카라이프(Car-life) 전반을 책임지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자동차라는 하드웨어를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와 결합해 고객의 자동차 경험과 관련된 서비스 전반을 제공하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본다. 애플이 아이폰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것처럼 현대차그룹도 자동차 생태계 조성이 목표라는 의미다. 최근 글로벌 혁신센터 건립에 나서고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려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일성서 '고객' 강조, 자동차 생애주기 밸류체인 연구 '첫삽'

14일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한 정 회장이 그룹 임직원들에게 전한 메시지에는 '고객 중심'이 비중 있게 담겼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그 결실들을 전 세계 모든 고객과 나누고자 한다"며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회장은 "고객 행복의 첫걸음은 완벽한 품질을 통해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것"이라며 "고객의 평화롭고 건강한 삶과 환경을 위해 모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고객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고객에 방점을 찍겠다는 얘기는 전날에도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전날 미래 모빌리티 가치사슬(밸류체인) 혁신을 위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기공식을 개최했다. HMGICS는 자동차 주문부터 생산, 시승, 인도, 서비스까지 '고객'의 자동차 생애주기 밸류체인 전반을 연구하고 실증하는 개방형 혁신 기지(오픈 이노베이션 랩)다.

고객 중심의 혁신 제조 플랫폼을 개발하고 실증하기 위해 소규모 전기차 시범 생산 체계가 갖춰진다.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계약하면 HMGICS가 주문형 생산 기술로 즉시 차를 제작한다. 생산된 자동차는 HMGICS 옥상의 스카이 트랙으로 옮겨진다. 고객은 시승을 해본 뒤 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서 고객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환경을 체계화해 지속가능한 자동차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고객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니즈에 최적화된 맞춤형 제품과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공급한다.

특히 렌털, 리스 등 배터리 생애주기 연계 서비스인 'BaaS(Battery as a Service)' 실증을 통해 고객의 전기차 구매 부담 경감 및 사용 편의성 개선 방안도 연구한다. HMGICS를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사람 중심의 지능형 제조 플랫폼을 실증할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HMGICS 조감도

◇앱티브와 맞손·중고차 사업 진출, 생태계 조성 위한 포석?

현대차그룹은 올 초 부터 GS칼텍스, 롯데렌탈, 쏘카 등과 데이터 교류 협력을 확대하며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수집한 데이터가 비즈니스 혁신의 기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개념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차량 및 운영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을 미국의 애플처럼 자체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선행작업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와 관련해 소비자가 필요로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 중이라는 의미다.

애플은 아이폰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하지만 운영체제(OS)를 직접 개발하고 아이클라우드와 애플뮤직 같은 서비스도 제공한다. 아이튠즈 스토어 같은 유통 플랫폼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들은 아이패드와 애플워치, 에어팟, 맥북 등 다양한 제품을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기기간 상호작용이 가능해 아이폰 유저는 보통 이 제품들에 손이 간다.

수많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서비스를 중심으로 촘촘히 묶일 수록 생태계의 벽이 견고해진다. 어느 경로든 일단 생태계에 한 번 발을 들이면 쉽사리 빼지 못한다. 유기적으로 작동하던 서비스가 멈추는 순간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애플 입장에서는 생태계의 벽이 높고 두꺼울 수록 좋다. 설령 아이폰이 팔리지 않더라도 서비스로 수익을 낼 수 있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조성된 생태계 안에서 소비자가 완벽하게 카라이프를 즐긴다면 자동차 판매량이 줄더라도 별다른 걱정이 없다. 서비스만으로 먹고 사는 회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정 회장이 꿈꾸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의 궁극적인 모습일 수 있다. 다만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하드웨어들을 하나로 묶어 줄 소프트웨어적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작년에 현대차그룹이 세계적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앱티브와 합작해 모셔널을 설립한 것도 이 같은 생태계 구축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재 모셔널은 자율주행 시스템 양산을 통해 모빌리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하드웨어 컴퓨팅 기술과 소프트웨어, 로보택시 운영 노하우 등을 적극 내재화해 자율주행차 시대에 핵심 플레이어로 거듭난다는 복안이다.

최근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 의지를 분명히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신차 뿐 아니라 중고차까지 편입시켜야 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생태계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관리하는 차량 대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수집 가능한 데이터 양도 훨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전 임직원이 힘을 모아 인류에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고 고객의 행복한 일상을 돕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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