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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토요타자동차 지배구조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10-16 07:49:32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6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추격 중인 토요타자동차는 일본 최대 기업이자 독일 폭스바겐에 이은 글로벌 2위 자동차 회사다. 약 36만 명을 고용하고 국내외에 약 600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린다. 오늘날의 토요타산업인 토요타자동방직기제작소의 창업주 토요타 사키치의 아들 토요타 기이치로가 1933년에 회사의 한 사업부로 맡아 출범했다. 2009년부터 최고경영자인 토요타 아키오 11대 사장은 창업주의 증손자다. 역대 11인의 사장 중 6인이 토요타 패밀리다.

2020년 현재 토요타자동차의 10대 주주는 8개의 국내외 금융기관과 토요타산업(8.48%), 덴소(3.20%) 등이다. 1대 주주인 일본트러스티서비스신탁은행에 이어 2대 주주인 토요타산업은 토요타 기이치로의 차남 토요타 테츠로가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 토요타 테츠로는 토요타자동차 7대 사장을 역임한 사람이다.

토요타산업은 토요타패밀리가 보유하는 그룹 전체의 지주회사격 회사로 삼성그룹의 삼성물산에 비교할 수 있다. 자동차 부품회사 덴소의 8.72% 주주이기도 하다. 토요타자동차는 덴소의 24.77%를 보유하는 상호보유 관계에 있다.

토요타자동차의 이사회는 토요타 아키오 사장을 포함 1년 임기 9인의 이사로 구성된다. 이 중 사외이사는 외국인 1인 포함 3인이다.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는 분리되어 있다. 다케시 우치야마다 현 이사회 의장은 외부 인사가 아닌 토요타 출신이다.

토요타는 1945년 일본패망 후 고전했지만 1950년대 말에는 미국 수출도 시작할 수 있었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계기로 급부상해 연비, 가격, 품질 세 측면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89년에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를 론칭했다. 2008년 GM을 추월해 글로벌 1위가 되었는데 GM이 77년간 유지했던 1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2010년 대규모 리콜사태로 휘청했다가 2012년 재기에 성공한다.

1937년에 발발한 중일전쟁이 토요타 성장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전시의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자동차에 전량을 납품하는 제철회사와 엔지니어링회사를 신설, 당시 지배적 형태의 기업집단이었던 자이바쓰(Zaibatsu)를 대체하는 현대적 의미의 기업집단 게이레쓰(Keiretsu)를 최초로 탄생시켰다.

2차 대전 후 미점령군사령부는 ‘경제민주화’계획에 따라 자이바쓰를 인위적으로 해체했고 미국형 자본주의를 일본에 이식하기 위해 기업의 주식을 대중 속에 광범위하게 분산하고 자이바쓰 해체 후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재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자본 집중을 예방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시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대중자본주의 구상은 미국의 의도대로 실현되지 않았고 금융기관과 대기업간, 대기업과 대기업간 주식의 상호보유라는 현상으로 진전되어 새로운 형태의 기업집단인 게이레쓰가 출현했다. 토요타가 선구적 역할을 한 셈이다.

하버드대 로(Mark Roe) 교수는 계약주체들 간의 다면적인 관계가 효율성을 향상시킨다고 본다. 제품이나 서비스(금융도 포함)를 공급하는 계약당사자와 공급받는 계약당사자가 상호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상호 정보의 교류를 심화시키게 되고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 고객관계도 실패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의 지배구조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되며 상호 사업에 대한 간섭의 수단도 증가하게 된다고 한다. 동 교수는 기업간 자본적 유대로 형성된 독일과 일본의 소유구조가 독일과 일본 경제의 경쟁력으로 연결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토요타 자동차 그룹은 특수한 형태의 수직계열화 성공사례이기도 하다. 태평양전쟁 종전 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자동차를 여러 개의 회사로 분할했다. 사업 다각화와 성장동력의 추구가 아닌 단순한 생존전략이었다. 6.25 전쟁으로 곧 수요가 회복되었으나 토요타는 분리된 사업들을 다시 통합하는 대신 계열사들과의 거래비용을 최소한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새로운 정보와 운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적시생산시스템(Just-in-Time Manufacturing) 또는 토요타생산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체제가 탄생했다.

회사들 간의 지분(소유)관계는 계약관계의 효율성이 저하될 때 대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지분은 소유 대상 회사에 대한 인사권의 기초가 된다. 태평양전쟁 이전의 일본 기업집단들은 시장에서 계약의 위력이 강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분관계로 결집되어 통제력을 유지했지만 토요타의 경우 단순한 계약관계에서 발생하는 통제의 약화를 정보와 운영 역량으로 치유했다. 물론 일본 사회가 전반적으로 계약이 효율적인 사회로 발전한 것도 요인이다. 여기서 다수 또는 소수 지분을 유지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다른 용도의 투자에 전용될 수 있었다. 토요타는 관계사간 거래가 세련된 형태를 갖추면 수직계열화에 지분투자가 필수적인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1990년대에 토요타는 약 200개의 직접 계열사에 지분 10% 미만을 보유했고 수천 개의 협력사에 지분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 회사들은 물론 독립적으로 경영된다. 지분 10%~49%의 ‘계열사’ 수준 회사는 20개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엄격한 프로세스에 의한 협력업체 선정, 부단한 협업과 지원, 교육과 평가가 수반되었다. 그 결과는 토요타가 아니면서도 토요타적인 다수 기업들의 네트워크 탄생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토요타 커뮤니티’라고 부르기도 한다. 토요타의 기술과 노하우는 커뮤니티 내에서 선별적으로 공유되며 토요타는 커뮤니티 멤버들을 부단히 모니터하면서 기여와 성과에 대해 보상으로 대우한다.

지분의 유지를 통한 통제력 행사는 과거 매우 효율적이었다. 거기에서 시너지가 창출되었다. 그러나 기업 규모의 증가로 지분이 소유 대상 회사에 대한 인사권 행사로 연결되기는 점차 어려워졌고 기업지배구조의 현대화 추세에 따라 이사회 경영이 대두되어 지분투자는 점점 가성비가 떨어지는 통제 방식이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 재벌들의 경우 지분 규모와 복잡한 지분 관계가 낙후된 기업지배구조의 상징처럼 여겨져 기업집단이 집중적인 규제 대상이 되는 특수한 상황에 있다. 그 때문에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중이다. 토요타 스타일의 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는 요즘의 상생 철학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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