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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신용공여 긴급점검]리스크 대비 고금리, 거세지는 '금리인하' 압박②"반대매매 통해 원금회수 가능한데 금리 높아"...일부 증권사 선제적 금리인하

정유현 기자공개 2020-10-26 13:10:40

[편집자주]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열풍이 불며 증권사들의 신용공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금리 체계에 메스를 들이대기로 하면서 비즈니스 지형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증권사의 알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 신용공여 거래의 구조와 금리 체계 등을 더벨이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1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빚내서 주식에 투자(빚투)하는 신용공여 잔고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자 증권사들의 고금리 이자 장사가 눈총을 받고 있다. 증권사가 떠안는 리스크 대비 금리가 과하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핵심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지만 신용공여 이자율은 최근 몇 년간 변동이 없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고 있다. 금융당국의 거센 이자율 인하 압박 및 금리 산정 체계 공개에 따라 증권사들의 이자 수익 감소는 예견된 수순이다.

◇ 신용융자거래 연초 대비 71% 증가…증권사 거래 중단 '리스크 관리'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15일 기준 신용공여 잔고의 총합은 (신용융자+신용거래대주+예탁증권담보융자)는 34조837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신용공여 총 잔액이 26조5448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 들어 8억2925만원 늘었다.


신용공여 잔액 증가세의 일등 공신은 신용융자거래다. 예탁증권 담보융자 잔액은 1월 초 17조7000억원 대에서 2월 초 18조원대로 올랐다가 하락 후 17조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잔고는 크지만 올해 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매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신용거래대주는 코로나19 이후 공매도가 금지 여파에 따라 1월초 262억원대를 찍은 후 하락해 현재는 10억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용융자거래가 신용공여 전체 잔고의 증가세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신용을 통한 주식 매수가 쉽고 빠르다 보니 최근 개인투자자 신용융자액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신용융자거래는 증시가 폭락한 3월 이후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며 10월 중순 기준 잔고가 17조3245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17일에는 사상 최대치인 17조9023억원을 경신하기도 했다. 폭락장을 겪은 3월 신용잔고는 6조5782억원으로 월별 기준 올해 최저치를 기록한 후 10월까지만 살펴보면 163%가 증가했다.

신용잔고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증권사들은 신용융자거래와 예탁증권담보대출 등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빚투의 유례없는 급증세로 업계 자체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통상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의 60~70%에서 한도(자본시장법 기준 한도 자기자본 100% )를 관리해왔지만 최근 신용공여 한도가 급격히 소진되자 서비스를 중단하며 과열된 열풍 잠재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6월부터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한때 중단시켰고 최근 한도가 복원되며 서비스를 서서히 재개하는 분위기다.

서비스 재개와 관련해 A증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한도를 증액해서 재개할 수 있으나 보통 신용대출 중단 후 시일이 지나면 상환이 들어오면서 소진율이 많이 완화가 된다"며 "한도가 들어와 다시 재개되는 것이고 또 한도가 소진되면 다시 막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리스크 대비 고금리 '비판' 제기…일부 증권사 이자율 인하

증권사의 신용공여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리스크 대비 높은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대출금리가 높은 건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어렵거나 회사에 끼치는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될 때다.

증권사들은 주가가 하락해 반대매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상장 폐지 등의 이슈가 없다면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 투자자나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기간에 따라 최대 10%까지 고금리를 챙겨야 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보고있다. 여기에 기준 금리는 계속 낮아지는데 신용공여 금리는 변동이 없는 점도 지적받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 8월 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증권사 사장단 간담 회의다. 은성수 위원장이 회의에 참여한 5개 증권사 사장에게 신용융자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이후 발언을 의식한 듯 9월 말 부터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이 0.5%~1%포인트 이자율을 인하했고 대부분의 증권사가 인하를 검토 중이다. 신한금융투자(2020년 4월 1일), SK증권(2020년 7월 10일 반영) 등 일부 증권사들은 신용 이자율이 높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이미 이자율을 인하해 반영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수치화 할 수 있는 리스크 비용 등이 있어서 고금리가 책정되는 것이고, 또 높은 금리로 리스크 관리를 하는 측면도 있는데 이 부분은 부각되지 않는 것 같다"며 "이자율이 인하되면 빚투 규모가 더 커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모범규준 발표후 이자율 인하 '속도'낼 듯, 수익성 훼손 불가피

증권사의 신용공여 이자율이 인하되면 이자 수익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의 '증권사 신용이자 수익 기여도 및 이자율 인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신용이자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경우 상위 5대 증권사의 연간 순이익 감소분은 총 707억원으로 보고있다.

이자율을 0.5% 포인트 인하한다면 미래에셋대우 188억원, 삼성증권 160억원, 한국투자증권 133억원, NH투자증권 131억원, 키움증권 95억원, 메리츠증권 24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례로 신용융자거래 최단기 이자율을 0.5%(기존 4.4%→3.9%)포인트 내린 신한금융투자의 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인하 전인 1분기 신용융자거래 이익은 86억2517만원으로 집계됐다. 4월 1일부터 이자율이 인하됐고 2분기 이익은 65억5335만원으로 줄었다. 전체 기간과 고객 등급별 이자율이 다르지만 이자율 인하에 따라 이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의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이 개정된 후 11월부터 새로운 대출금리가 산정·공시되면 이자율 인하 움직임이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연말 부터 이자율이 인하된다고 가정하면 이자 수익 감소 여파는 내년부터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C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 자율적으로 금리를 산정했는데, 공시를 하면 이자율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대야 하기 때문에 이자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합리적인 근거를 댄다고 해도 이자율 인하 압박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있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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