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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테크 줌인]플랫폼 넘어 브랜드로…무신사의 잡식성 성장전략②성수동 중심 오프라인 사업, 대기업과 잇딴 콜라보…생활용품·식품·VC 확장

최은진 기자공개 2020-10-29 07:40:01

[편집자주]

전통적으로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의류시장에서 패션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 정도로 승승장구 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있다. 대형 패션기업은 물론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고전하는 시장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무기로 퍼플오션(Purple Ocean)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조단위 기업가치로 유니콘 기업으로까지 성장하고 있는 패션테크 강자들을 더벨이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3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플랫폼 사업의 성공 유무는 '확장성'에 있다.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성장한 배경에도 시너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간 데 있다. 대중이 몰리고 정보가 오가는 '플랫폼'의 힘은 그 자체를 브랜드로 만들기 충분하다.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무신사(MUSINSA)도 '확장성'을 고민한다. 더이상 플랫폼으로만 머물지 않고 하나의 브랜드로 각인시키면서 다양한 자체상품은 물론 신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목표다.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구축하는가 하면 식품, 벤처투자 등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도 눈을 돌린다.

◇PB로 수익다각화·브랜드이미지 각인…2018년부터 신사업 고민

무신사의 매출 구조는 단순하다. 직매입 및 자체 브랜드 상품 매출이 전체의 52.3%, 입점 브랜드 거래 수수료가 45.3%, 기타매출이 2.4%다. 입점수수료라는 단일 수익원이 자체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다각화 되는 것은 물론 몸집을 키우는 성과로 이어졌다.

'무신사스탠다드'라는 브랜드로 PB 상품을 론칭한 건 2015년, 커머스 사업을 시작한 지 약 5년여가 흐른 시점이다. 상품 구매공간으로서의 플랫폼이 안정화 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눈을 돌리면서 탄생했다. 특히 베이직하고 단순한 제품으로 흥행을 불러일으킨 유니클로를 벤치마크 했다.

PB 상품을 통해 무신사는 실적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도 각인시키는 전환점을 맞았다. 한창 슬랙스와 티셔츠의 인기를 구가하던 2018년 매출액은 1000억원을 달성했다. 상품 특성에 따라 '모던·베이직·캐주얼'의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단순하고 깔끔한 가성비 높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구축됐다.

커머스 사업의 안착은 다음 스텝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매출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불과 1년만에 퀀텀 점프를 이룬 무신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있다. 트렌드에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되면 금방 도태되는 게 패션 플랫폼의 숙명이다. '1분에 한장씩 팔리던 슬랙스'와 같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 당길 미끼가 필요했다.


무신사의 고민은 정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정관에 등록된 사업목적만 50여가지, 7조원 매출을 올리는 쿠팡보다도 많다. 특히 2019년을 전후해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삭제했다를 반복했다. 무언가 계획적으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움직이기보다는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바로바로 시도하고 접는 전략이 엿보인다.

등록됐다가 삭제된 사업목적 가운데 음식점업, 공연기획 및 공연장 운영업, 부동산 임대 및 매매업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음식점업의 경우 2018년 9월에 추가됐다가 이듬해 3월 삭제됐다.

이밖에 눈에 띄는 사업영역이 있다면 커피 및 주방장비 임대업, 커피재료 및 음식료품 제조업, 아이스크림·과자 제조 및 판매업 주류판매업, 스포츠 마케팅업 등이다.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 사업으로 외연을 넓히고 분야도 의류에 국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MZ 겨냥 뉴트로 흥행, 수백억 부동산 매입·VC 조성

실제로 무신사의 행보를 보면 정관에 추가된 사업목적의 의미가 이해된다. 무신사는 패션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대기업들과 손잡고 '콜라보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다 무신사랑 해' 라는 최근 선보인 광고 문구 역시 이를 겨냥한 듯 보인다. 플랫폼은 물론 브랜드로서의 '무신사'를 강조하며 무신사는 단순 패션 및 의류가 아닌 그 무엇도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매일유업·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대상 미원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식품브랜드의 상품을 의류 및 생활용품 등으로 구현했다. 삼성전자와 협업 하에 '갤럭시 굿즈'를 판매하기도 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제품 및 대기업의 인지도를 활용해 뉴트로(New-tro)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MZ세대들의 시선을 잡았다.

식품 프렌차이즈와 협업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의 색깔을 식품으로까지 넓히는 작업도 했다.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인 다운타우너(Downtowner)와 도넛으로 유명한 카페 노티드(Cafe Knotted)와 제휴를 통해 무신사 콜라보레이션 디자인을 카페 인테리어로 적용시킨 스페셜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무신사 도넛'을 한정메뉴로 팔기도 했다.


2018년부터는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무신사 스튜디오라는 공유오피스를 조성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엔 동대문에 무신사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특히 무신사는 성수동을 신진 디자이너는 물론 예술가들이 밀집하는 복합문화타운으로 조성하려는 복안인 것으로 전해진다. 성수동은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무신사의 본점이 들어설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엔 토지 취득에만 801억원, 건물취득까지 합하면 841억원을 썼다. 적극적으로 부동산 매입에 나선 데 따라 부동산 업계서는 성수동이 무신사 본거지가 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신사업 확장으로서의 포부는 재무재표에도 드러난다. 2018년부터 시작된 투자는 점점 더 규모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종속기업은 8곳, 관계기업은 2곳이다. 10억원대에 불과해던 투자규모는 3년새 221억원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올해 초에는 아예 무신사파트너스라는 벤처캐피탈(VC)까지 만들었다. 투자로까지 발을 넓히면서 금융역량까지 갖추겠다는 목표로 보인다. 이밖에 조 대표가 직접 개인적으로 디자이너 브랜드 등에 투자하며 기타특수관계법인을 3곳 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는 단순히 패션 플랫폼이 아닌 패션트렌드를 선도하는 주자로서 다양한 확장성을 고민하고 있다"며 "성수동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벤처투자를 고민하는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투자본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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