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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타계]삼성물산, 지주사 전환 고민 더 깊어졌다장기적으로 지주체제 전환 불가피…경영권 승계 소송 리스크·재원 마련 과제

박상희 기자공개 2020-10-28 08:16:14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6일 08:1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은 1977년 니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건희가 후계자"라고 공식 발표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이듬해인 1978년 삼성물산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후계자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40년전부터 삼성물산은 삼성 지배구조에서 핵심이었다. 이 구조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 지배구조에서 삼성물산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가야 할 길은 순탄치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이나 삼성생명을 통하지 않고 유의미한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다만 여기에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소요된다. 지주사 전환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보험업법 개정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을 둘러싼 재판도 현재진행형이다.

◇부친 지분 상속, 삼성전자 지배력 큰 변화없어

삼성그룹은 다양한 업종에 걸쳐 수많은 계열사를 두고 있지만 그 가운데 삼성전자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다각도에서 삼성전자 위상을 감안할 때 '삼성그룹=삼성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자가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셈이다.

삼성그룹 3세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이 0.08%에 불과하다. 고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상속 향방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삼성전자 지분율 4.18% 가운데 일정 부분을 상속받는다고 해도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지분율로만 볼 때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건 삼성생명이다. 8.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20.76% 지분을 보유한 고 이 회장, 2대주주는 19.34%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이다.

고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계열사 지분은 이 부회장을 포함한 유족에게 상속된다. 오너일가의 지배력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간접적으로라도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한다. 방법은 계열사를 통한 지배다.


이 부회장이 현재 계열사를 통해 행사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15%에 이른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이 핵심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2대 주주이고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3%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고 이 회장이 급작스럽게 쓰러진 이후 삼성그룹을 이끌어 왔다. 이듬해인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이재용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의 삼성물산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이재용 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 부회장이 앞으로 보여줄 지배구조 개편 행보에서도 삼성물산이 '키'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점쳐지는 이유다.

더욱이 고 이 회장 타계로 삼성생명은 1대주주가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1대 주주인 고 이 회장의 지분은 20.76%로 삼성물산(19.34%)보다 많다. 상속법규상 특정인에게 통째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에 일부 혹은 전부 분할상속이 될 경우 지분 분산이 불가피하다. 결국 삼성물산이 1대 주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지배구조는 더욱 공고해진다.

◇보험업법 개정 변수…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향방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대외적인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보험사가 소유한 채권과 주식의 가치를 취득 당시 원가에서 현재 기준의 시가로 바꿔 평가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현재는 보험업법이 아닌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라 보험사의 총자산과 자기자본은 시가로, 주식과 채권의 가치는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5억815만7148주를 소유하고 있다. 취득원가 기준으로 약 5440억원 규모다. 시가로 평가할 경우 지분 가치는 30조원에 달한다. 삼성생명 자산의 12.8%에 달한다. 시가 평가 시 보험사가 자산운용기준에 따라 대주주(특수관계인)의 발행 주식을 자기자본의 60%, 총자산의 3% 이내에서 보유할 수 있도록 한 '3%'룰에 위배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30조원에 육박한다. 현재 삼성물산의 보유 현금성자산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전량을 매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여러 해에 걸쳐 나눠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고 삼성물산이 이를 매입할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삼성물산, 지주사 전환 '필연'…이재용의 장기 과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재원을 마련한다해도 문제는 남는다.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보유지분이 총자산의 50%가 넘으면 강제로 지주회사로 전환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총자산 42조원인 삼성물산은 이미 삼성전자 지분(4.63%)을 15조원 가량 갖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이 추가될 경우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물산이 추가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현재 삼성그룹은 공식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이 경우 부채를 늘려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면 지주사 강제 전환 요건을 피할 수 있다.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에 중요한 변수는 재원이다. 보험업법 개정에 대응 조치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데도, 지주사 전환을 위해 추가로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는데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소송 리스크도 변수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이 부적절하게 이뤄졌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영권 승계 재판은 최근 1심이 시작했고, 국정농단 뇌물혐의 파기 환송심도 26일부터 재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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