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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타계]삼성증권 인수, 자본시장 중요성 통찰한 거인의 업적1992년 국제증권 M&A 주도…'핵심참모·전문가' CEO로 두며 글로벌 증권사로 육성

강철 기자공개 2020-10-28 13:49:50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6일 15:5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증권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와 함께 그룹의 금융업을 이끄는 핵심 계열사다. '이건희 회장→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자산운용→삼성선물·삼성벤처투자'로 이어지는 그룹 금융사 지배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한다.

삼성증권의 그룹 편입은 이건희 회장이 총수 시절 이룬 업적 중 하나다. 이 회장은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1년 전인 1992년 삼성증권의 전신인 국제증권 인수를 일선에서 진두지휘했다.

삼성증권 M&A는 당시 국내 경제의 최대 화두였던 자본시장 개방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였다. 막대한 글로벌 자금 유입에 맞춰 자본시장과의 가교 역할을 담당할 증권사의 장착은 이 회장과 삼성이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과제였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병철 회장은 '관리의 삼성'이라는 다소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했고 그러다보니 그룹 내 금융사는 보험사 정도만 운영했다"며 "이건희 회장은 부친과 달리 자본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중요성을 이미 꿰뚫고 있었고 이러한 선견지명을 바탕으로 증권사 인수를 적극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제증권, 서울증권, 유화증권 등 당시 매물로 거론된 증권사의 면면을 자세하게 파악하며 인수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필요할 때는 직접 전면에 나서 교섭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일투자금융 시절부터 10년 가까이 증권업 노하우를 쌓은 국제증권을 매입 대상으로 최종 낙점했다.

매물인 국제증권 경영권 지분 20%는 삼성생명, 제일모직(삼성물산), 중앙개발(삼성물산), 안국화재(삼성화재)가 인수했다. 이들 계열사 4곳은 지분 인수에 약 68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장도 3~4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지분 1%를 직접 매입했다. 국제증권은 지분 양수도가 마무리된 1992년 11월 삼성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제일모직, 중앙개발은 현재 삼성물산
*안국화재는 현재 삼성화재

이 회장은 20년 가까이 주요 주주로 있으며 삼성증권의 성장과 경영 안정화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구조조정본부 회의와 금융 계열사 사장단 모임을 통해 통해 수시로 삼성증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핵심 참모와 금융 전문가를 최고 경영자(CEO)로 보내는 등 인적 네트워크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수빈 삼성경제연구소 회장, 유석렬 전 한국여신금융협회장,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석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 등이 삼성증권 CEO를 거쳤다

이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삼성증권은 꾸준하게 외형과 내실을 키우며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점차 확대했다. 국내 최초 뮤추얼 펀드 판매, 포털사이트 '삼성 fn.com' 개설, 물가연동 국채 총액 인수, 맞춤형 선택 수수료 서비스 출시, 해외주식 통합증거금 서비스 론칭 등의 성과를 내며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런던, 뉴욕, 홍콩, 상하이, 도쿄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 허브에 잇달아 거점을 설립하는 등 해외 투자자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영국 로스차일드, 중국 중신증권, 대만 KGI증권, 베트남 호치민증권 등 여러 해외 증권사와도 공고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2007년과 2010년에 이뤄진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삼성증권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삼성카드 기업공개(IPO)는 외국계 기관 투자자의 첫 국내 공모주 수요예측 참여를 성공적으로 이끈 딜로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삼성증권의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참모진을 통해 수시로 주요 현안을 보고받거나 지시했다"며 "이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삼성증권이 지금의 실력과 위상을 갖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수빈 삼성경제연구소 회장, 유석렬 전 한국여신금융협회장,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 회장은 2008년 4월 그룹 회장직을 내려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10월에는 삼성증권 0.1%, 삼성SDI 0.9%, 삼성화재 0.3% 등 직접 소유하던 계열사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이 회장이 삼성증권 지분을 매각한 것은 1992년 이후 약 17년만이었다.

회장직 사임과 계열사 지분 매각은 2007년 시작된 비자금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한 결정이었다. 공교롭게도 의혹의 중심에는 삼성증권이 있었다. 당시 특검과 금융당국은 이 회장이 삼성증권을 통해 재산을 은닉하기 위한 차명 계좌를 집중 개설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그룹 금융 계열사를 얘기할 때 생명·화재 못지 않게 증권이 중요하다는 언급을 할 정도로 삼성증권에 대한 애정이 상당했다"며 "비자금 관련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자본시장에서의 삼성증권의 역할을 강조할 정도로 각별함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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