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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 원뱅크 통합 진통]은행들 과거 합병 사례 속에 담긴 해법⑦신한·조흥-하나·외환, 통합시 다양한 '당근책' 제시

김현정 기자공개 2020-11-13 07:48:47

[편집자주]

부·울·경을 아우르는 대형 지방은행이 탄생할 수 있을까. BNK금융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통합 논의에 돌입했다. 이는 곧 '생존'과 맞물린 문제다. 코로나19로 지역 경기가 휘청이고 디지털전환(DT)이 가속화하면서 지방은행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환경 속에 거대 은행으로 재출범 필요성은 대다수가 공감한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안팎의 반발이 만만찮다. 양행 통합론의 속사정과 걸림돌은 무엇인지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1일 15:5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NK금융이 중장기적으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현실적이고 진정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은행들이 과거 어떤 방식의 통합 과정을 거쳐왔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신한·조흥 및 하나·외환 등 사례를 돌이켜보면 크게 △인위적 구조조정 금지 △통합은행 청사진 제시 △개선된 근무환경 제공 등을 주요 조건으로 내세워 통합에 성공했다. BNK금융의 경우 이를 비롯해 경남지역 산업군에 대한 신용공급 활성화 등도 약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최소화, 급여 인상 등 현실적 약속 필요

지난 2005년 9월 신한금융지주가 조흥은행과 신한은행 통합을 본격화했을 당시 조흥은행 노조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내며 신한금융과 날을 세웠다. 2003년 금융위원회의 자회사 편입 승인 처분을 무효화해달라는 것이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통합 추진 때도 비슷했다. 2014년 초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이 내세웠던 5년간의 독립경영 약속을 깼다며 전국적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서울중앙지법에 하나·외환은행 통합절차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처럼 완강했던 노조가 결국 통합은행 설립에 응했던 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각각 조직개편이나 구조조정에 대한 두려움을 잠재울 만한 그럴듯한 유인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전국적으로 중복점포만 40개가 넘었다. 여기에 두 은행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본점 조직도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어 외환은행 직원들 사이에 인력 구조조정 우려가 높았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외환은행 노조에 “조기 합병을 하더라도 구조조정은 절대 안 한다, 인간 김정태를 믿어달라”며 후일을 약속했다.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 회장 역시 여러 차례에 걸쳐 “인원 감축은 없다”며 구조조정 우려를 잠재웠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현재 김해, 부산, 울산, 양산 등지에 18개 복합점포가 있어 통합이 되면 점포 정리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외에도 전반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동반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경남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통합에 반대 목소리가 거센 이유다.

이에 따라 BNK금융도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실상 디지털 가속화로 점포 축소와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현실적이면서 수용가능한 합의점을 먼저 찾아 제시한 뒤 합병 논의에 돌입해야 한다는 평가다.

임금 등 근로조건 우대도 경남은행 측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현재 경남은행은 1인평균 연봉이 8600만원(2019년 기준)으로 부산은행(9100만원)에 비해 500만원 정도 낮다.

2014년 BNK금융으로 인수되기 직전엔 지금보다 임금 격차가 더 컸다. 2013년 기준 경남은행의 1인당 평균 연봉액은 6200만원으로 부산은행(7100만원)에 비해 900만원이나 적었다. 과거 예금보험공사 및 우리금융지주 산하에 있을 당시 임금이 지속해 동결됐던 탓이다. BNK금융에 인수되며 경남은행 직원들의 급여도 많이 올랐지만 아직 '본류'인 부산은행과 차이는 존재한다.

과거 다른 은행 합병 사례에서도 급여에 대한 혜택이 주효한 합병 조건이 됐다는 점을 볼 수 있다. 과거 조흥은행도 신한은행보다 급여 수준이 낮았다. 신한금융은 조흥은행의 급여를 당시 업계 최고 수준이었던 신한은행의 급여 수준과 동일하게 맞춰줬다.

이에 더해 예금보험공사 하에 놓여 있어 지속됐던 조흥은행의 인사 적체 문제를 공격적으로 풀어줬다. 3년 동안 조흥은행 직원의 승진자 수를 신한은행 쪽 보다 더 많이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유인책을 제시해 조기에 합병을 마무리하려고 했던 셈이다.

하나금융의 사례는 또 다르다. 외환은행의 평균 연봉이 하나은행보다 600만~700만원 높았다. 과거 외환은행 대주주였던 론스타가 강성 노조를 달래기 위해 직원 연봉을 꾸준히 인상해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통합 이후 하나은행 수준에 맞춰 연봉이 낮아질까 걱정했다.

이에 하나금융은 인건비 부담이 있더라도 하나은행 직원들의 임금을 외환은행 수준에 맞췄다. 아울러 복지후생 체계에서 외환은행의 기존 근로조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며 합병 반대 기류를 꺾었다.

◇노조 아닌 전체 직원 움직일 '청사진', 지역사회 동의 필요

BNK금융이 통합을 원한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건 통합은행의 장기 비전 제시라는 평가도 있다. 경남은행 전체 직원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더 강하고 경쟁력 있는 은행의 구성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2400명 규모인 경남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도 통합에 대한 의견은 크게 갈리고 있다. 노조의 의견이 전체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 만큼 부산은행과의 합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BNK금융이 통합의 원칙과 방향성을 제대로 제시한다면 경남은행 내에서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신한금융은 통합하게 되면 신한은행도 조흥은행도 아닌 서로의 장점만을 합친 은행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 ‘뉴뱅크’ 전략을 내놨다. 하나금융은 통합을 통해 2025년까지 총자산 800조원, 세전이익 4조원, 글로벌 사업비중 40% 등을 달성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 5위권, 글로벌 40위권의 은행으로 도약한다는 것이 당시 김정태 회장의 청사진이었다.

당시 경영진이 확신을 갖고 내놓은 청사진은 은행 내 합병 반대 여론을 찬성 쪽으로 움직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BNK금융은 통합을 이루려면 경남 지역사회 민심을 얻는 노력을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산·경남은행 통합 문제는 지방은행이란 특수성 때문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 사례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고 평가다. 경남은행 노조 측이 지방은행간 합병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남 지역민들은 경남·울산이 부산과는 엄연히 다른 경제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때문에 부산과 함께 묶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부산은행 규모가 사실상 더 크기 때문에 경남은행이 흡수합병 형태가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각에 있다. 마치 경남 지역권이 부산 지역권 아래로 흡수돼버리는 모양새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BNK금융이 양행 통합을 추진하려면 경남 지역 신용공급을 어느 지역보다 우선시한다는 약속을 선제적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경남 지역민들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합병에 반대 기류를 보이는 핵심 이유 중 하나로 통합은행에 맡겨놓은 돈이 부산 지역 쪽에만 중점 재투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통합 추진 초기엔 도저히 넘지 못할 것 같은 반발이 있었지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해 산을 넘었다"며 "경남은행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만큼 BNK금융이 설득력 있고 진정성 있는 대안을 마련한다면 통합의 길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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