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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외감법' 콜래트럴 데미지 [thebell note]

윤필호 기자공개 2020-11-19 07:30:27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7일 08:1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부터 본격 시행된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 속칭 '신외감법'은 다른 법률과 제도와 마찬가지로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다.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고 회계사들의 감사 품질도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고 기대도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낮은 곳에서 볼멘소리가 터졌다. 당초 대형 분식회계 이슈를 일으킨 대기업들이 타깃이었지만 오히려 시간도 자금도 부족한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는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가 발생했다. 콜래트럴 데미지는 대규모 공습 등 군사작전에서 발생하는 무고한 민간의 피해를 뜻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셈이다.

충분하게 여건을 마련하지 않고 시행했던 탓일까. 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 재무·회계 담당자들은 각종 불안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주기적지정제'의 허점을 문제로 꼽았다. 주기적지정제는 상장·비상장사가 연속하는 6개 사업연도의 감사인을 자유 선임할 경우 증권선물위원회가 다음 3개 사업연도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기업은 '가·나·다·라' 군에 속한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지정받는데 대형 회계법인이 걸려 비용 부담이 높을 경우 다른 군으로 재지정 요청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재지정을 받았음에도 부담이 여전할 경우에 발생한다. 두 번째 재지정 요청부터는 다양한 제한이 따른다. 금융당국 눈치도 보이고 시간도 촉박하다. 요청이 무산될 경우 발생할 감사인과의 긴장 관계도 치명적이다. 두 번째 회계법인이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을 십분 활용해 감사비용을 높이더라도 거절하기 쉽지 않다.

'내부회계관리'도 융통성이 부족하다. 이는 기업의 매출과 자금지출 내역을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는 제도다. 기업들은 내부통제 담당 부서를 두고 영수증과 각종 거래내역을 정리해 회계법인에 제출해야 한다. 회계법인은 감사한 내용을 다시 내부에 있는 품질관리 심리실로부터 심리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경우의 수에 따라 자료를 제출하고 증명해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각종 절차가 방대하고 관련 기준도 모호해 대기업과 회계법인도 애를 먹고 있다. 전담팀을 꾸릴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더 막막하다. 회계법인의 감사를 상대하기 위해 다른 회계법인을 용역으로 쓰는 '프라이빗 어카운트(PA)'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애초 PA는 경쟁에서 밀릴 중소 회계법인을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기업들은 회계법인 간의 자체 공방전에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다.

좋은 의도로 출발한 제도임에도 이 같은 비합리적인 사례는 당위성을 깎아 내린다. 면밀한 실태 파악과 정비를 통한 빈틈없는 디테일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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