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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고차매매 진출 파장]논캡티브 캐피탈사, 치열해진 플랫폼 경쟁 '사면초가'②딜러와 공생관계 근본부터 흔들, 금융지주사 중심 사업 확장 '위협'

이장준 기자공개 2020-11-26 07:37:47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의 중고차매매업 진출 예고로 캐피탈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중고차금융 주도권을 쥐고 있던 가운데 이제는 강력한 경쟁 구도 속에서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불건전한 '레몬마켓'을 정화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도 있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금융계에 미칠 파장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4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차금융시장은 다른 업권에 잠식당했지만 중고차금융만큼은 여전히 캐피탈사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 경쟁력은 중고차 딜러를 포함한 자동차금융 네트워크와 노하우에서 나왔다. 제조사 전속 물량이 없는 논캡티브(non-captive)사에겐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매매업에 뛰어들면 중고차금융시장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매 딜러들이 타격을 받을 경우 공생 관계에 놓인 캐피탈사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플랫폼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는 가운데 현대차를 비롯해 네이버, 쿠팡 등 경쟁자가 늘어나며 '사면초가'에 놓였다.

◇신차 금융시장, 현대캐피탈만 두각

국내 신차금융시장에서 캐피탈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신차금융시장에서 캐피탈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84.9%에 달했다. 당시 카드사의 비중은 15.1%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캐피탈사의 신차금융시장 점유율(M/S)이 21.7%로 카드사(24.1%)에 역전당했다. 올 들어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캐피탈사의 M/S가 23.4%로 카드사(27.9%)를 밑돌았다.

지속해서 하락세이나 현대캐피탈을 포함하면 캐피탈사가 신차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72.1%다. 그만큼 신차 시장에서 현대캐피탈이 차지하는 위상이 압도적이라는 걸 보여준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리포트(변화하는 캐피탈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유동성 확보가 먼저다)

카드사들은 '복합할부'를 내세워 가격 측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복합할부는 고객이 카드로 일시불 결제를 하면 해당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의 일부를 캐시백해주고, 대출을 다시 할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카드 고객은 자동차를 구매할 때 포인트도 쌓으면서 1% 안팎의 캐시백 혜택을 누렸다.

가격 경쟁에서 밀린 논캡티브 캐피탈사들은 신차금융에서 조금씩 도태됐지만 현대캐피탈은 다른 양상이다. 현대·기아차의 캡티브사로 신차 물량을 받아온 영향이 컸다. 6월 말 기준 현대캐피탈의 자동차금융 자산 가운데 캡티브 물량은 89.3%에 달한다. 상품별 잔액은 신차가 67.7%를 차지해 가장 많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면 캡티브사인 현대캐피탈이 중고차금융 시장 독식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신차 시장도 현대캐피탈이 독점적으로 맡고 있는데 중고차 시장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며 "판매시장 독점이 금융시장 독점으로 이어져 취급액을 늘릴 룸(room)이 없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캐피탈이 실제 시장을 독식할지는 미지수다. 기존 사업자들과 절충안을 마련하고 있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진출하는 식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현대·기아차 중 출시된 지 3~5년 이내 차량만 취급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도 채널을 다양화해서 차를 많이 파는 게 목적이지 굳이 현대캐피탈을 통해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며 "일정 부분 물량을 나누는 정책을 펴면서 과거보다 현대캐피탈의 신차시장 지배력이 많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출처=한국신용평가(할부/리스금융업 Peer Report - 자동차금융사)

그렇다고 논캡티브사가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현대캐피탈의 중고차금융 확대 여력이 커질뿐더러 딜러에게 수수료를 제공하고 고객을 끌어들이는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딜러들과 제휴를 맺고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연계영업을 하는 방식이 흔들릴 수 있다"며 "현대차가 시장에 진입해 중고차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금리를 우선시하는 고객이 늘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웃돈'을 주더라도 믿을 만한 매물을 찾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지주 중심 플랫폼 '러시', 현대차 등 무한경쟁 예고

자동차금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플랫폼이다. 캡티브사인 현대캐피탈도 2015년 '인증중고차'를 선보였다. 리스·렌터카 반납 차량 가운데 현대캐피탈이 선별한 차량을 믿고 살 수 있도록 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믿을 만한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중고차금융시장 저변을 넓혔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를 제외하면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주축이 돼 자동차금융 플랫폼을 꾸렸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2010년 '신한 마이카대출'을 출시해 시장에 선제 진입했다. 카드 업계에서는 삼성카드가 2016년과 2017년 각각 '다이렉트오토', '다이렉트 오토 중고차'를 선보였다. 신한카드 역시 2018년 '신한카드 마이오토'를 내세웠다.

특히 캐피탈사는 중고차 부문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플랫폼을 운영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등록 대수를 확보했다. 2016년 KB캐피탈이 선보인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KB차차차'가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출시 당시 1만대를 살짝 웃돌았던 매물 대수는 현재 14만대를 돌파한 상황이다. 이후 BNK캐피탈이 'BNK썸카', 하나캐피탈이 '하나드림카' 등으로 꾸준히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여신금융연구소 자료 참고

현대차가 오픈 플랫폼을 활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딜러 네트워크보다 개인 간 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기존 캐피탈사에게는 이 역시 상당한 부담을 안길 수 있는 일이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오픈 플랫폼 방식으로 온라인에 매물을 올리도록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딜러를 끼지 않고 개인 간 거래가 주축이 되고 금융서비스는 그 중간에 제공되는 식으로 사업이 재편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업권을 가리지 않고 대기업들이 중고차 매매업이나 중고차금융 관련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가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캐스팅'을 출시하고 중고차 판매에 들어갔다. 네이버는 직영중고차 기업 케이카(K Car)와 손잡고 중고차시장에 발을 들였다. 차량관리 통합서비스 '네이버 MY CAR(마이카)'에서 중고차 시세를 조회한 후 케이카와 연결해 차량 판매가 가능하다. 쿠팡도 최근 '쿠릉'을 상표권으로 등록했다. 자동차금융업과 자동차보험 관련 상담 및 중개업 등이 사업 목적이다.

캐피탈사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 네이버 등 대기업이 중고차 관련 거대 플랫폼을 꾸릴 전망"이라며 "영세한 캐피탈사가 경쟁하기엔 갈수록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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