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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스타트업 '글로벌 메신저' 유정호 KB인베스트 본부장해외 VC와 코지피 초석, 국내 새 투자모델 모색

임효정 기자공개 2020-11-27 07:27:34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6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벤처투자시장에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됐다. KB인베스트먼트와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통신그룹 텔콤(Telkom)의 산하 투자사인 MDI벤처스가 합작해 조인트벤처를 세웠다. 국가별 벤처캐피탈사간 협력은 있었지만 전문 인력이 투입돼 독립적으로 GP를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정호 KB인베스트먼트 글로벌투자2본부 본부장은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KB인베스트먼트로 새롭게 둥지를 튼 지 반년 만에 이룬 가시적인 성과다. 아시아를 주요 무대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유 본부장의 포부가 기대를 불러 일으킨다.

◇성장스토리 : 창업가이면서 투자사로 VC 입문
유정호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
경영학 전공자였던 유 본부장은 컨설팅업무로 사회 첫 발을 내딛었다. 신성장과 해외진출, 구조조정, M&A 등 여러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경험했다. 하지만 의사결정 과정 뒤에서 플래닝과 백업 수준에 초점이 맞춰진 기존 컨설팅 방법론에 한계를 느꼈다.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싶은 갈증이 일었다.

타이밍이 찾아온 것일까. 일본 대형 벤처캐피탈인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가 한국지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창립멤버로 합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법인 등기만 있는 상태로 세팅 준비는 창립멤버의 몫이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는 위험 요소가 컸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창업과 투자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기도 했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성격 탓에 벤처캐피탈 업계로의 첫발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내딛었다.

그야말로 호시절이었다. 당시는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벤처캐피탈 시장이 성장하던 때였다. 첫 번째 투자처인 카카오를 시작으로 '김기사'의 록앤올, '배달의 민족'의 우아한 형제들 등 손대는 기업마다 가치가 수직 상승했다. 이후 화장품 성분분석 앱 '화해', 명함관리 서비스 앱 '리멤버', 드라마앤컴퍼니 등 현재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포트폴리오에 추가됐다. 단기간에 거둔 높은 수익률은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커리어를 화려하게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유 본부장은 이러한 급격한 성취에 오히려 많이 초조했다고 고백한다. 노력보다 운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여긴 탓이다. 벤처캐피탈이 우후죽순 생기는 경쟁적 시장적 상황도 잠재적 위험요인이었다.

그는 경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레드오션에서의 경쟁에서는 승자 없는 전쟁인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남들보다 빠르게 해외 시장으로 빠르게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의 동남아 지사에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를 누비며 시장을 파악했다. 국내 기업들 역시 해외 진출에 목말라 하던 시기였다. 해외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면 역량 있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목표가 뚜렷해졌다.

그렇게 또 한 번 기회가 왔다.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사장이 한국투자파트너스 부사장으로 있었던 당시였다. 동남아 시장에서 유 본부장를 눈여겨 본 김 사장은 함께 일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한국투자파트너스를 거쳐 KB인베스트먼트로 벤처캐피탈리스트 인생 2막을 시작했다.


◇투자스타일 및 철학 : 차별화된 경쟁력 'Lower risk higher return'

국내에서 투자처를 발굴하는 대다수 벤처리스트와 달리 그는 아시아 시장에 주목했다. 중장기 관점에서 국내 스타트업의 도약을 위해서는 아시아 시장이 교두보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 전략은 신흥시장 내에서 초기기업을 발굴해 성장시키는 동시에 역량을 갖춘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로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리는 것이었다.

벤처투자시장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다. 하지만 유 본부장은 목표는 'lower risk higher return'이다. 리스크를 낮추면서 더 높은 수익률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GP가 가진 국내외 네트워크 경쟁력으로 투자사의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동남아시아의 높은 성장 속도에 힘입어 LP에 더 나은 수익률을 안겨준다는 전략이 내재됐다. 레드오션이 아닌 퍼플오션에서 승부를 보려는 그의 자신감이 드러난다.

그의 투자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말이 하나 더 있다. '운을 이기는 자 없다'는 말이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역동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이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다. 하지만 큰 자금을 운용하는 많은 벤처캐피탈은 가끔 자신의 능력에 취해 이 분명한 진리를 잊는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는 한 영화의 대사가 오버랩 된다. 변화무쌍한 환경에 대한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자기성찰이 아니다. ‘너 자신을 알라’고 설파하던 테스형의 메타인지다. 그의 준비와 노력은 겸손이 아니라 실력이다.

◇트랙레코드1 : 벤처캐피탈리스트 역할 일깨워준 '김기사'

롤앤올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투자 이외에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포트폴리오다. 2013년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코리아를 꾸린 이후 투자를 단행해 2년만에 회수했다.

투자사가 기업 성장을 함께 고민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인 케이스다. 일본의 스마트폰 네비게이션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눈을 돌리자 몸값은 불어나기 시작했다. 카카오의 오토부문 전략에서 네비게이션 영역이 비어 있는 것을 간파하고 인수제안을 한 것도 투자사의 도움이 컸다.

투자하고 기다리는 게 아닌 투자하고 성장 과정을 함께 하는 경험이었다. 자본사이드에서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게 된 계기였다. 이를 통해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끊임없이 차별화된 무기를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트랙레코드2 : 인도네시아 VC와 손잡고 설립한 센타우리펀드

센타우리펀드는 유 본부장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과감없이 보여준 결과물이다. 2014년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동남아시장을 파악하는 데 할애한 그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벤처캐피탈인 MDI벤처스와 손잡고 센타우리 펀드를 결성했다. KB인베스트먼트와 MDI벤처스 내 파트너 각각 2명씩 모여 설립한 GP다. 해외 벤처캐피탈과 독립적으로 GP를 만든 국내 첫 사례다.

양사가 노린 것은 시너지다. 초기기업을 발굴하는 데 있어 생활패턴, 문화 등 현지 시장을 잘 파악하고 있는 벤처캐피탈의 역할은 필수다. 수많은 국내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도운 KB인베스트먼트의 오랜 업력이 더해져 국내외 기업 성장 과정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각국의 최대 금융사와 통신사가 연결됐다는 데 의미도 크다. MDI벤처스는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 통신그룹 텔콤 산하의 투자사다. 현지 초기기업의 성장 과정과 한국 스타트업의 동남아 진출에 있어 모회사의 네트워크도 활용이 가능하다. 단순히 돈만 주는 투자사가 아니라 이사회 멤버로 경영자와의 정보 교류를 통해 최고의 가치로 회사를 키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기업 성장을 도울 수 있는 GP의 역량은 높은 수익률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낳는다. 한국성장금융에서 주요 LP로 참여해 100억원을 베팅한 것도 이 같은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계획 : 국내 VC·PE 결합 모델 도전

새로운 도전은 국내 벤처투자시장에서도 진행 중이다. 10년 이상 성장을 거듭한 벤처시장에서도 다양한 스타트업이 탄생했지만 이면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성장 궤도에 이르지 못하는 회사들도 적지 않다. 그는 이들 기업에 주목한다.

자본이 투입돼 만들어진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는 게 그의 목표다.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M&A의 조합, 산업을 넘어서는 경영진들의 배치, 디지털 전환에 의한 시장 지배력 확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유 본부장은 "기존 사업 환경은 여전히 디지털 기술에 의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국내,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테크분야 스몰미들캡(small-middle cap)의 바이아웃 혹은 다수지분(Majority) 투자 역량을 그 중 하나로 보고 다양한 실험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창업자의 간섭을 늘리겠다는 개념이 아니라 벤처투자영역에서도 경영과 자본 측면에서 전문성을 극대화할 경우 시장 전체의 부가가치를 확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며 "투자자로서 가져야 할 전문성이 무엇인지 계속 연구하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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