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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y Goldstar' 사명 따라가는 LG 승계와 계열분리 [thebell desk]

박상희 차장공개 2020-11-30 08:03:21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7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의 사명은 럭키(Lucky)의 L과 금성(Goldstar)의 G를 따서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1974년 주식회사 럭키로 상호를 바꾼 락희화학과 사세가 커진 금성사가 1983년 럭키금성그룹으로 합쳐진 지 12년 만인 1995년 사명을 바꿨다.

LG그룹의 모태인 LG화학이 1947년 설립됐으니 올해로 창립 73주년을 맞았다. 구인회 창업회장을 시작으로 구자경 구본무 구광모로 이어지는 '장자 승계 원칙'을 지켜왔다. 4세 경영에 이르기까지 '왕자의 난'이나 '형제의 난' 등 경영권 분쟁이 없었던 국내 재계 유일한 그룹이다.

세계 여느 기업과 견줘도 독특할 수밖에 없는 장자 승계 원칙은 유교적 가풍에서 기인한다. 1969년 12월 마지막 날 구인회 회장이 타계하자 첫째 동생 구철회가 차기 회장으로 세간에 회자됐다. 당시 사장이었던 구철회는 구인회를 근거리에서 보좌하며 회사를 키워왔다. 구철회는 예상을 뒤엎고 1970년 1월6일 열린 신년 시무식에 이은 그룹 전체 임원회의에서 본인이 아닌 구인회 회장의 장남인 구자경을 제2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이 광경은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한번 더 재연된다. 구본준 고문은 2016년 말부터 형인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두루 챙기며 대외적으로 그룹을 대표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2018년 5월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고 조카인 구광모 LG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자 경영일선에서 즉각 물러나 연말인사에서 퇴임한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도 그 말을 지켰다.

구씨 가문에서 철저한 장자 승계 원칙에 별다른 반란이 없었던 것은 불만을 품지 않도록 계열 분리를 통해 독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창업주 동생이었던 구철회 자손들이 1999년 LG화재를 들고나가면서 LIG그룹이 됐다. 2대 구자경 회장 동생 구자학 회장은 LG유통(현 GS리테일)의 FS사업부를 분리해 아워홈으로 독립했다. 구인회 창업주의 또 다른 동생들인 구태회, 평회, 두회씨가 2005년 독립해 계열분리한 곳이 LS그룹이다. 구인회 회장 시절부터 동업 관계였던 허씨 일가도 2005년 GS그룹으로 계열분리됐다.

구본무 회장 동생인 구본준 고문도 같은 길을 걷는다. LG상사, LG하우시스 등 4개 계열사를 중심으로 계열 분리에 시동을 걸었다. 인적분할을 통해 별도 지주회사를 만들고 이후 지분 스와프 등을 통해 독립했던 GS 계열분리 방식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의 계열분리와 마찬가지로 밖으로 드러난 잡음은 없었다.

다시 사명 이야기로 돌아간다. 비너스(Venus)로 불리는 금성은 아름다운 별로 통한다. 지구에서 망원경으로 볼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70년 넘는 기업 역사에서 분쟁 없이 4대째 경영권 승계를 이뤄낸 LG그룹의 역사는 훈훈하기 그지 없다. 같은 구씨 가문뿐만 아니라 공동 창업 가문인 허씨와의 '아름다운' 이별은 국내 재계에 모범이 돼왔다.

럭키는 '운이 좋다'는 의미다. LG그룹은 1987년 대기업집단지정제도가 도입된 이후 30년 넘게 재계 순위 2~4위를 고수해왔다. GS그룹을 비롯한 많은 방계기업이 계열분리로 독립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성장을 계속해 왔다는 의미다. LG그룹은 국내 재계에서 드물게 총수가 구속되거나 사법처리를 받지 않은 기업이기도 하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였을까. 4대를 이어져 내려오는 동안 장자 승계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온 구씨 일가의 노력과 경영권 승계에서 배제된 형제와 자손들을 계열분리 독립을 통해 살길을 터준 배려 관행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승계와 계열분리가 계속되는 LG그룹에 계속해서 '행운'이 깃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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