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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해외 기업결합·CFIUS, 인수 걸림돌로 떠오르나'항공합병 불허' EU집행위 승인 등 필요

최익환 기자공개 2020-12-01 18:01:38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1일 17: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법원의 한진칼 유상증자 허용으로 첫 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거래종결까지는 수많은 뇌관들이 산적해있다. 항공사들의 합병을 불허한 전력이 있는 EU 집행위원회와 대한항공의 지분을 15% 보유한 델타항공의 본거지 미국 공정거래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여기에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심사가 이어질 경우 거래가 지연 혹은 축소되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이승련)는 KCGI의 특수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 등이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가처분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가처분 기각에 따라 한국산업은행을 대상으로 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되는 등,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거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한진칼에 5000억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3000억원의 교환사채(EB) 매입을 통해 자금을 지원한 뒤, 한진칼이 다시 대한항공에 자금을 투입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EU, 항공업 독점에 민감…중복노선 조정 후 조건부 승인 전망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다음 수순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국내외 공정거래당국의 승인이다. 두 회사의 각국 내 합산매출이 기준을 초과하게 되어 사전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유럽과 미국 등 장거리노선에 집중해온 만큼 해당 국가의 규제 당국 역시 경쟁제한성 심화에 따른 자국 항공산업의 이익침해에 민감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항공사간 합병에 불승인 결정을 내놓은 바 있는 EU의 경우 심사과정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1년 그리스의 2위 항공사이던 에게안항공(Aegean Airlines)이 경쟁사이자 1위 항공사인 올림픽항공(Olympic Air)을 인수하는 거래를 불승인한 바 있다.

당시 EU 집행위원회는 그리스 출발 국제선 노선에 대한 경쟁제한 효과는 적지만, 그리스 국내 노선에서의 경쟁제한성으로 인해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될 것으로 봤다. 이후 올림픽항공이 파산하자 2013년 10월에 가서야 에게안항공의 올림픽항공 인수가 승인됐다. 이외 EU 집행위는 아일랜드 최대의 저비용항공사(LCC) 라이언에어의 경쟁사 에어링구스 인수 역시 2006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거쳐 불허했다.

EU의 경우 1단계와 2단계에 거쳐 최대 160 영업일 내에 기업결합심사기간이 주어지나, 집행위원회의 자료제출 요청과 현장조사가 이어지는 경우 심사기간에서 제외된다. 코로나19로 현장조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승인이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EU의 경우 불승인 보다는 조건부승인의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EU 집행위의 기업결합심사 2단계 개시대상 46건 중 조건부승인은 27건으로 58.7%의 비중을 차지했다. EU 회원국 내 항공사들의 보호를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노선 조정 등 시정방안이 제시될 경우 조건부승인의 가능성은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美, 델타항공 계열사 인식 여부에 따라 판단 달라질 듯

미국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는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가 담당한다. 미국 공정거래당국은 앞서 △아메리칸항공-US에어웨이(2013) △유나이티드항공-컨티넨탈항공(2010) △델타항공-노스웨스트항공(2008) 등 위기에 처한 자국 항공사들의 합병거래를 조건부로 승인한 바 있다.

앞서 2010년 유나이티드항공과 컨티넨탈항공은 합병 당시 뉴저지주 뉴어크(Newark) 공항의 슬롯 일 18회를 사우스웨스트항공에 양도하는 등 다수의 조건을 이행해 합병에 성공했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내 공항 슬롯이 미국 항공사들보다는 적다는 점에서, 두 회사만 놓고 보면 운항권을 놓고 독과점 여부를 따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건은 대한항공의 지주사 한진칼이 델타항공의 계열사 혹은 관계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클레이튼법(Clayton Act) 7조는 소수지분이더라도 경쟁제한성을 띌 경우 취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을 가지고 있다. 한진칼 지분 14.9%를 보유한 델타항공은 현재 대한항공과 태평양 횡단노선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린 상황이다.

클레이튼법은 투자목적의 지분취득은 금지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미국 법원의 판례 상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예외를 적용받지 못할 수 있다. 현재 델타항공이 한진칼에 이사진을 파견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 당국이 JV 경영과 경영권 분쟁 등을 감안해 미국 당국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을 델타항공의 계열사로 인식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태평양 횡단 노선에 대한 경쟁제한성이 쟁점으로 부상할 여지가 크다. 델타항공의 점유율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태평양 횡단 노선 시장점유율이 더해지게 되어, 합병의 효과보다 심사 과정에서의 점유율이 과대계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에 대한 미국 내 승인의 경우 앞선 선례들에 따라 다소 수월하게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며 “문제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을 미국 당국이 어떻게 인지하느냐인데 여객과 화물 두 부문 모두에 대해 경쟁제한성이 지적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CFIUS, 외국기업간 거래도 ‘심사대상’…의약품 라이센스 ‘관건’

미국 정부의 승인은 공정거래를 위주로 한 기업결합심사 외에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심사다. CFIUS는 쉽게 말해 미국의 국가안보와 전략적 이익에 반하는 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존재한다. CFIUS의 심사에서 원상복구 명령이 나올 경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본래 CFIUS의 심사대상 영역은 미국 내 방산·인프라·항공 등 전략산업군 기업에 대한 외국 투자자의 기업·부동산·증권인수 등이었지만, 지난해 9월 외국인투자위험조사현대화법(FIRRMA)의 발효로 비(非) 미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까지도 CFIUS의 심사 대상이 됐다.

CFIUS는 외국 정부와 실질적 이해관계가 있는 투자를 의무신고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종래엔 중국 등 잠재적 적성국만을 대상으로 하던 것이 최근엔 우방국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당장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투자로 이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CFIUS 의무신고대상에 무리 없이 해당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CFIUS 관련 법이 트럼프 행정부 시기 급격하게 강화되었는데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초당적 지지를 얻었다”며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이후에도 이와 같은 기조는 변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전략적 이익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검토가 필요한 대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전 세계 18개 항공사만이 보유하고 있는 IATA의 의약품 운송 표준 인증인 'CEIV Pharma‘(Center of Excellence for Independent Validators Pharma)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제약사들의 백신과 치료제 운송에 있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미국 정부가 우려할만한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항공업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CFIUS 승인의 경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며 “결국 항공을 통한 국제 의약품 운송 시장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CFIUS 승인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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